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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절은 누구 것입니까?

사찰재산 ‘나라 법’ 규정은 재산권 침해 요소

나라 법 규정 있었기에 전통사찰재산 보호된 점도 없지 않아
조계종은 1962년 이후 종단 소속 모든 사찰 종단차원서 관리
삼보 재산이 민법상 가족 개인에 상속되는 사례 없도록 해야

불교 재산이라도 법인 소유는 정부의 주무 관청이 관여한다. 사진은 그 대표적인 사례인 재단법인 선학원 모습.
불교 재산이라도 법인 소유는 정부의 주무 관청이 관여한다. 사진은 그 대표적인 사례인 재단법인 선학원 모습.

재물이란 사람 사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의 하나이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렇다. 특히 초세속적 요소가 강한 불교 공동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럴수록, 또는 그렇기 때문에, ‘종학(宗學)’의 차원에서 원칙을 분명하게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불교 공동체는 출가자와 재가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칙적으로 재가자들은 출가자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물을 보시해야 한다. 그런데 불교가 전파된 지역과 역사 전통 속에서, 승가에 귀속된 재물이 축적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축적된 재물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도 만들어진다.

공적 관리 방법의 하나가 법률의 제정과 운용이다. 불교의 전통이 오래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대 봉건 시기에도 그랬고, 근자 일제강점기에는 ‘사찰령’(1911년), 박정희 정부시절에는 ‘불교재산관리법’(1962년), 그 후 개정을 거쳐 현재는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0년), 이렇게 ‘특별법’을 제정하여 공공의 차원에서 관리한다. 

또 일제 때부터 근대적인 법령인 ‘법인’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불교의 재산이 그 목적에 사용되도록 ‘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법인 소유의 재산은 정부의 주무 관청이 관여한다. 많이 알려진 사례의 하나가 ‘재단법인 선학원’이다. ‘법인법’ 운용은 종교단체의 재산을 관리하는 세계의 ‘보편적’ 추세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의 ‘특수적’ 상황이 있다.

해방 이후에는 ‘전통으로 내려오는 사찰의 운영주체’를 두고 소위 ‘비구-대처’의 갈등이 노정되었다. 1961년 ‘5·16군사정변’을 즈음하여, 그 이듬해 당시 정부는 ‘불교재산관리법’을 공포하고 ‘종단등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정부도 불교계 갈등 조정에 노력하여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으로 당시 문교부에 ‘종단등록’을 마친다. 이렇게 ‘종단’이 정부의 법령으로 등록되면서부터, ‘국법’과 ‘종단법’에 의해 공적으로 운용되어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는 1962년 이후, 종단 소속 모든 사찰은 종단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이름으로 등록된 곳은 없다. 또 종단에 소속한 승려가 임직하고 있는 모든 ‘법인’ 정관에 ‘대한불교조계종’과의 관계를 명시하게 했기 때문에, 사찰의 사유화는 법률적으로 보호되었다. 게다가 1994년 ‘개혁종단’ 이후 출가자의 재산에 관한 제도까지 정비했으니, 예를 들면 개인 명의의 예금통장조차도 그 관리를 제도화했다. ‘종학(宗學)’의 관점에서 보면, ‘재물’은 물론 재물을 소유하는 ‘사람’에 관련해서도 제도적으로 정비가 된 셈이다.

돌이켜 보면,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던 소위 전통사찰은 이상에서 거론한 ‘나라 법’으로 관리 보호되고 있다. 사찰의 재산을 이렇게 ‘나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종교자유침해’ 또는 ‘재산권침해’의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게 있어 재산이 보호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불교재산에 관련하여 이상에 거론한 ‘특수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나라 법’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운용되는 ‘나라 법’도 있다. 민법에 의한 부동산 등기제도이다. 원칙적으로 토지와 건물은 모두 ‘등기’라는 법률행위에 의해서 소유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게 되어 있다. 이 경우 ‘소유자’는 단순화시켜 이야기하면, 개인, 법인(法人), ‘법인에 준하는 단체’이다.

사찰의 경우 등기부상의 표기 사례로 보면, ‘○○종 ○○사’, 또는 ‘○○사’, 또는 주민등록상의 개인 이름,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진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법인’ 명의가 들어간 사례는 위에서 살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첫째, 조계종과 천태종과 진각종의 모든 절의 건물과 토지는 원칙적으로 종단 이름과 절 이름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때문에 종단의 절차 없이는 등기부상 재산권의 변동이나 사용이 불가능하다.

둘째, ‘○○사’의 경우는 다르다. 종단의 절차 없이도 ‘○○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합의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절을 ‘매매’할 수도 있고 ‘증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절 재산이 옮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삼보의 재산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고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재단법인으로 ‘○○사’ 소유의 부동산을 매매 또는 증여하는 경우, 더욱 조심하고 살펴야 한다. 재단법인의 재산 관리는 전적으로 등기된 법인 이사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종단도 어찌할 수 없다. 조계종에서는 이런 점을 보완하여 법인 정관에 종단이 지휘 관리할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하게 하여, 삼보의 정재를 사유화하지 못하게 했다.

한편, 등기부에 ‘○○사’로 표기된 경우는 소위 ‘법인에 준하는 단체’로서 ‘대표자’ 이름도 함께 명시되어 있다. 대개는 주지 개인명으로 되어있지만, 간혹 아닌 경우도 있으니 살펴야 한다. ‘대표자’ 이름만 변경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사’의 내규(정관)에 의해 대표자 변경에 따르는 회의록을 첨부하여 기재 변경을 하게 된다. 이런 행위는 종단이 관여할 수 없다. 이런 갈등으로 탈종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자’ 명의를 바꾸면서, 소위 내부 거래가 있을 수 있다. 전임 대표자와 후임 대표자 비공개적으로 금전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전임자의 공이 있으니 그것에 대한 보답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그 경우 ‘○○사’에 속한 공동체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절차를 거쳐 소위 ‘퇴직금’ 또는 ‘노후 복지금’ 명목으로 공식 회계 처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역시 ‘종학’의 차원에서 종단 별로 논의하고 정해두어야 할 문제이다.

셋째, 외형적으로 사찰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등기부상의 소유권자는 개인 실명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나라 법’에서 보면, 절은 단순한 ‘재산’으로 그에 따르는 소유자의 권리와 의무를 누리게 한다. 세금 등 종교적 혜택은 물론 없다.

이 경우라고 해서 그 절이나 그 스님을 벽안시해서는 안 된다. 뜻 있는 스님들이 계신다. 일생을 바쳐 법당을 세우고 수행과 포교에 매진하다가, 일정한 시기에 종단에 희사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 경우에도 조심할 일이 있다. ‘○○종 ○○사’로 등기 이전이 완료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개중에는 종단 운영자가 ‘○○사’로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훗날 잘못될 소지가 있다. 심지어는 종단에서 다른 용도로 매각하는 경우도 있으니, 희사할 때에 종단을 잘 선택해야 한다.

한편, 스님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소위 민법상 가족이 있게 마련이다. 부모 형제 조카도 있다. 스님 속가 이름으로 절 등기를 했을 경우, 입적 후에는 민법에 따라 상속이 된다. 예금 등도 그렇기 때문에 출가 종단인 조계종에서는 종법으로 규정해 두었다. 만에 하나라도 삼보의 재산이 민법상의 가족 개인에 상속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조심하고 살펴야 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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