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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천상에 태어나는 방법을 통해 바라문들을 교화하다

기자명 이필원

나를 구원해주는 존재는 절대자 아닌 바로 나 자신

부처님 가르침 크게 두개로 구분
생천도와 해탈도로 가는 가르침
10선업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생천은 물론 깨달음까지도 가능

흔히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다만 이것만이 전부라고 이야기하면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불교의 지향점이 깨달음인 것이지, 깨달음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생천도(生天道) 즉 하늘나라(天國)에 태어나는 가르침이고, 둘째는 해탈도(解脫道) 즉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가르침이다. 보통 다른 종교들에서는 천국에 태어나는 것은 절대자 신의 구원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절대자 신과 같은 존재가 필요 없다. 절대자 신과 같은 존재는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적 존재이다. 내가 신이 되면 되는 것이지, 절대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방법을 부처님은 알려주신다.

‘맛지마니까야’에 ‘웨란자의 바라문들에 대한 경(Verañjakasutta)’이 있다. 이 경은 부처님께서 사왓띠(사위성)에 머물고 계실 때, 웨란자라는 도시에서 온 바라문들과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다. 

[바라문들] 고따마여, 어떠한 원인과 조건으로 중생들이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까? 어떠한 원인과 조건으로 중생들이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까?
[붓다] 장자들이여, 가르침이 아닌 것을 따르고 바른 길이 아닌 것을 실천하는 것을 원인으로 중생들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다. 장자들이여,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길을 실천하는 것을 원인으로 중생들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다.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것은 절대자가 결정해서 보내주는 것이 아니다. 바른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길을 실천하는 사람이 스스로 찾아가는 길인 것이다. 참혹한 곳, 비참한 곳 지옥도 누군가가 보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럼, 바른 가르침이 무엇이고, 바른 길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붓다] 장자들이여, 어떠한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세 가지, 언어적으로 네 가지, 정신적으로 세 가지의 가르침을 따라 올바른 길을 실천하는 자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떠나고, 죽이는 것을 삼갑니다. 그는 몽둥이를 버리고, 칼을 버리고, 부끄러워하고, 자비로워서 뭇생명을 가엾게 여깁니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떠나고 삼갑니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떠나고 삼갑니다. 거짓말을 떠나고 삼갑니다. 이간질을 버리고 삼갑니다. 욕설을 버리고 삼갑니다. 꾸며대는 말을 버리고 삼갑니다. 탐욕스럽지 않습니다. ‘아 다른 사람의 것이라도 나의 것이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부와 재산을 탐하지 않습니다. 분노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고, 해칠 의도를 갖지 않습니다. 올바른 견해를 갖습니다. ‘보시도 있다. 제사도 있다. 공양도 있다. 선악의 과보도 있다. 이 세상도 있고 저 세상도 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있다. 홀연히 태어나는 중생도 있다. 세상에는 바르게 유행하고 올바로 실천하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곧바로 알고 깨달아 가르치는 사문이나 바라문도 있다’고 생각하며 전도되지 않은 견해를 갖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길을 실천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10선업’이다. 10선업은 10선계라고도 하는데,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어떤 위력 있는 존재가 막는다고 해도 천상에 태어나고, 반대로 10악업을 실천하는 사람은 아무리 지옥에 가지 말라고 해도 자기 스스로 지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0선업을 닦고 익히면 단순히 천상에 태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결국 나를 구원해 주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을 듣고 바라문들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재가신자로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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