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탁에서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애들이 사진을 찍어야, 부모도 먹을 수 있는 시절이 됐다. 사진 찍기 전에 먹다가 음식이 흐트러지면, 자녀에게 한 소리 듣는 것이 낯설지 않은 희한한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음식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분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면, 당연히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식당의 음식이란, 누구나 가능한 전혀 나만의 특별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아니 어떤 면에서는 음식값을 지불하면서, 식당의 홍보까지 하는 호구스러운 행동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이 사회에 만연하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고픈 인간의 본성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만족은 주관적인 것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면 나름의 정당성은 확보되기 때문이다. 즉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거운 것이다. 또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구글의 가장 효자가 유튜브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나처럼 불교교리나 역사·문화로 유튜브를 진행하면, 필연적으로 재미의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즉 제아무리 ‘똘끼’를 발휘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교 유튜브의 태산북두는 단연 ‘염불’과 ‘전설의 고향(영험담)’이다. 그러나 염불과 전설의 고향만으로는 결코 외연이 넓어질 수 없다. 특히 젊은 분들은 이런 콘텐츠에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극혐의 반응까지 보이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당장은 몰라도 이는 전혀 미래가 없는 벼랑 끝 도로인 셈이다.
해서 대중적이면서도 재미있고 특징적인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먹방이 아닐까? 템플스테이의 활성화와 관련해서, 나는 각기 해당 사찰에 맞는 특색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유튜브로 제작해보면 어떨까를 생각해 봤다. 해서 템플스테이 담당 스님에게 말해보니, “뭘 하면 좋겠냐?”고 되묻는다. 해서 “템플스테이에 오신 분들과 함께 햇반과 초장을 가지고 산으로 가서, 즉석에서 산나물을 채취해 먹는 걸 하면 어떠냐”고 했다. 호젓한 비밀의 숲길을 걷다가, 즉석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개울물에 씻어 쌈으로 먹는다면 대박이지 않을까?
나는 여기에 극강의 수를 하나 더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1평 먹기’이다. ‘오늘은 이쪽 밭을 1평 먹어 보겠습니다.’, 또 ‘오늘은 이쪽 산자락을 1평 먹어 보겠습니다.’ 이거야말로 엽기에 어그로까지, 진짜 대박이 아닐까?
스님에게 한번 해보라고 하니,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나 세상은 원래 미친 사람의 것이다. 양명학에서는 ‘미칠 광(狂)’의 단계를 성현의 아래 단계로 놓는다. 이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말처럼, 크게 성취하는 사람은 누구나 열정으로 혼을 불사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비대면이 장기화하면서, 사찰과 스님들도 앞다퉈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시기도나 법회영상만으로는 신도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종교 유튜브라고 해도 재미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재미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지만, 재미없으면 선행도 악덕이 되는 시절이다. 그러므로 유튜브에 뛰어들려면, 변별점을 주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칼’마저 없다면 자괴감 속에서 무너지는 길 외에는 달리 없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99호 / 2021년 9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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