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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보시의 의미를 통해 욱가 장자를 교화하다

보시에 있어 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 것

보시는 자선의 의미보다 넓어
인색함을 치료하는 좋은 수행
욱가 장자는 올바른 보시 통해
죽은 뒤 천상에 태어나 신이 돼

보시(dāna)는 풀어보면 ‘베풂’이 된다. 불제자가 길러야 할 덕성 가운데 하나가 보시이다. 보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인데, 이는 자선(慈善)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선도 베푸는 것이고, 보시도 베푸는 것이니 같은 것이라고 해도 되지만, 보시가 갖는 의미가 더 넓고 적극적이다. 한편 보시는 수행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숫따니빠따’에서는 ‘보시는 인색함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그러니 보시는 단순히 베푸는 것이 아니다. 인색함이라고 하는 번뇌를 치료하는 구체적인 방법인 것이다.

보시가 인색함을 극복하는 방법인 이유는 보시는 내가 아끼고 마음에 드는 것을 베푸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베푸는 것은 ‘적선(積善)’, 즉 선을 쌓은 행위이긴 하지만 보시와 같이 수행의 의미는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후대 대승불교에서는 보시바라밀[보시의 완성]을 강조하고, 이는 곧 수행의 완성인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제시되기에 이른다. 그만큼 보시의 공덕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에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을 베푸는 자의 경(Manāpadāyīsutta)’(AN.III, 5:44)이 있다. 이 경전에서는 웨살리(Vesāli)의 장자 욱가(Ugga)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다양한 보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욱가] 세존이시여, ‘마음에 드는 것을 베푸는 자는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라고 세존께 직접 들었고, 세존께 직접 받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마음에 드는 쌀라 나무 꽃 형상의 쌀떡이 있는데, 세존께서는 저를 애민하시어 받아 주십시오.

장자 욱가는 이렇듯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부처님께 보시하였다. 이는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올바른 믿음의 발현이기도 하고, 인과(因果)에 대한 바른 지견을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시를 받는 부처님은 그를 애민(anukampā)하여 이를 받아주신다. 이는 보시받는 사람의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자 욱가는 먹거리는 물론 옷이나 귀한 전단나무판 등도 보시하였다. 이러한 욱가 장자의 보시에 부처님은 게송으로 바른 보시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다.

[붓다] 옷과 침상과 먹을 것과 마실 것과 다른 필수품을 기꺼이 보시하는 자, 올바른 존재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 보시하고 베푼 것을 후회하지 않고 아라한들을 공덕의 밭으로 알아 보시하기 어려운 것을 보시한 덕 있는 사람,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

보시를 함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 있다. 그것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아끼는 것을 보시하고는 ‘괜히 보시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보시를 후회하는 것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 또한 올바른 존재에게, 그리고 아라한들과 같이 공덕의 밭[福田]이 되는 수행자들에게 보시하기 어려운 것을 보시하게 되면, 커다란 과보를 받게 된다.

그럼, 보시는 올바른 존재, 아라한과 같은 수행의 완성자에게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때에 맞는 보시의 경(kāladānasutta)’(AN.III, 5:36)에는 ①손님이 올 때 ②손님이 떠날 때 ③병에 들었을 때 ④굶주렸을 때 ⑤햇곡식과 햇열매가 있을 때에는 먼저 계행을 갖춘 자에게 보시하는 것이 때에 맞는 보시라고 한다.

즉 보시는 때에 맞추어 보시하고, 보시한 뒤에는 결코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시를 실천하게 되면 살아서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명성을 얻으며 명예를 얻게 된다. 그리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욱가 장자는 이러한 보시를 올바르게 실천하였고, 죽은 뒤에 천상에 태어나 신이 되었다. 천신이 된 장자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세존이시여, 저는 원하는 대로 되어 갑니다”라고 보시의 결과를 증명하였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9호 / 2021년 9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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