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가 뇌졸중을 겪으면 어떻게 될까? 신경해부학을 전공한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자신이 뇌졸중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자 “우아, 이거 멋진데!”라며 황홀해한다. “자신의 뇌 기능을 연구하고 그것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진 과학자들이 얼마나 될까?” 병은 누구에게나 시련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병을 뇌를 이해하는 특별한 수업으로 삼았다. 덕분에 우리 또한 뇌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과정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풀어 적는다. 그가 묘사한 세계는 놀랍도록 아름답다. 그는 생각한다. “잘은 모르지만, 불교도들이라면 아마도 열반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뇌의 핏줄이 터지면서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지만 “주위의 것들에 대해 정보를 주던 뇌의 쉼 없는 재잘거림”이 잦아들자 그는 평온한 행복감을 느낀다. 의식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의 수준으로 도약하며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는 몸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느낌과 함께 그를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로 이끈다.
그는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와중에 생각한다. “우아, 나란 존재는 얼마나 신비하고 놀라운지 몰라. 참으로 독특한 생명체야. 생명체! 나는 살아있어! 얇은 막으로 된 주머니 속에 들어앉아 바다를 달리는 것 같잖아! 나는 생각하는 마음 자체이고, 이 몸은 내가 살아가는 수단이지! 나는 하나의 마음을 나눠 갖고 있는 수십조 개의 세포들이야. 이렇게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어. 정말 놀랍지!”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꿈도 날아가 버리고 한때 중요해보이던 세상사가 보잘것없게 여겨졌으며, 시간의 흐름도 사라졌다. 그는 평온과 안락, 축복과 행복, 충만한 감정에 잠겼다.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부르려고 고군분투했지만 한편으로는 신성하고 평화로운 희열 쪽으로 나아갔다. 많은 양의 피가 좌뇌로 흘러들어간 와중에 우뇌는 존재의 기쁨을 펼쳤다. 그는 말한다. “나의 정신에너지는 행복이 넘치는 침묵의 바다를 거대한 고래처럼 유유히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신체의 경계가 사라진 느낌을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몸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갖고 있던 단일하고 견고한 실체로서의 자아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스스로를 유동체라고 느꼈다. “나의 우뇌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했다. 나는 더 이상 고립된 외톨이가 아니었다. 내 영혼은 우주만큼이나 거대했고, 드넓은 바다에서 흥겹게 장난치며 놀았다.”
그가 회복을 위해 마음을 먹는 것이 쉬웠을 리 없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발견한 깨달음을 다른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마음도 큰 몫을 했다. 그는 말한다. 누구든 언제라도 깊은 마음의 평화에 접속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방법이 아주 어렵지는 않다고.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뇌를 다스리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의 방법은 부처님이 우리에게 알려주신 방법과 닮았다. 그는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 정도가 걸리며, 그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것을 계속 유지할지 사라지게 할 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이든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선택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다.
현재에 집중하기, 명상, 만트라 등 그가 쓰는 방법들은 익숙하다. 내 안에 영원한 평화가 있다는 믿음, 언제든 그곳에 접촉할 수 있다는 믿음도 또한 그렇다. 매사에 고마워하기, 타인에게 친절하기, 쉼 없이 알아차리기 등 그가 권하는 방법은 2600년 전에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과 그리 멀지 않다. 죽었다 살아난 뇌과학자의 글을 읽으며 열반을 생각한다. 지금 현재 이곳의 삶, 이곳의 평화를 생각한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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