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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공립합창단, 실상은 기독교 단체였다”

  • 교계
  • 입력 2021.09.30 14:20
  • 수정 2021.10.19 14:42
  • 호수 1603
  • 댓글 14

불교음악원 국공립합장단 실태조사
동‧서양 음악전공 전문가그룹 참여
연주곡 선정 결정권 가진 지휘자들
신학대학 교수‧교회 지휘자 등 출신
국공립합창단 찬송가일색 공연 배경

정부와 지자체가 ‘음악과 예술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국·공립합창단이 실상은 “기독교 단체였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전국 국·공립합창단의 공연주제와 선곡 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임지휘자가 신학대학에서 교회음악을 가르치는 교수이거나 특정교회의 지휘자 출신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공립합창단이 기독교 찬양 일색의 공연으로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킨 것도 자신의 종교신념과 공공합창단 지휘자로서 지켜야 할 직업윤리를 망각한 이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종 사회부와 종교평화위원회는 9월30일 조계종 불교음악원(원장 박범훈)이 국립합창단을 비롯해 서울·인천·수원 춘천·원주·청주·아산·천안·대전·대구·구미·부산·창원·전주·정읍·광주·목포시립합창단과 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 등 전국 19개 국공립합창단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5월 법보신문이 국립 및 대구·부산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과 관련한 보도로 큰 논란이 일자 조계종 총무원이 대책 마련을 위해 조계종 불교음악원 내 한국불교음악학회에 의뢰해 전국 국·공립합창단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전국에 설립된 국공립합창단은 국립 및 시립, 도립, 구립 등 60여개가 넘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고 공연 빈도가 적은 구립합창단 등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에서 동서양 음악을 전공한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국 19개 국공립합창단의 최근 4년(2018년~2021년 6월)간 공연목록을 조사해 선곡 현황 및 상임지휘자의 종교성향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국 19개 국공립합창단의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 대다수 교회음악 전공 내지 개신교 합창단 지도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장 및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상임지휘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순복음교회 ‘베들레햄’ 찬양대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2017년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부임했으며 지난해 11월 재임용됐다. 국립합창단이 2000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재발족한 이후 단장이 재임용된 사례는 그가 처음이다.

나머지 18개 시립 및 도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들도 기독교 편향 일색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원주‧청주‧아산‧천안‧구미‧부산시립합창단과 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 상임지휘자는 총신대, 서울신학대, 장로회신학대 등 기독교재단이 설립한 대학에서 교회음악과 교수로 활동하거나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천‧수원‧춘천‧전주‧정읍‧목포 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미국 퀘이커 메모리얼 장로교회, 꿈의교회, 사랑의교회, 한신교회 등에서 교회찬양대 지휘자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으며, 창원‧광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한국교회음악협회 임원 출신이다.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올해 5월 기독교 찬양 연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공연 선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임지휘자들이 대다수 개신교 성향의 인사들로 선임되다 보니 국공립합창단의 공연 곡도 기독교 찬양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합창단의 경우 4년간 99회에 걸친 정기 및 전국 순회 공연 가운데 평균 50% 이상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했다. 2018년 13개의 지역순회공연 가운데 서산, 목포, 포항, 평택, 제주, 김천, 여수에서 각각 열린 순회공연에서는 전곡이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립 및 도립합창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상당수 시립합창단이 매 공연마다 전곡 혹은 절반 이상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구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사례가 간헐적으로 알려져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종단 차원에서 조사를 의뢰했던 것”이라며 “조사결과가 매우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공직자 종교편향 예방교육, 예술단 복무규정 강화, 소통창구 개설 등 다각적인 개선책을 실시할 것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공립합창단 실태조사
1. 국립합창단

문체부 무관심 속 국립합창단, 국민세금으로 기독교 찬양공연 몰두

매년 54억원 예산 지원하면서 운영실태 파악 안 해
정기·지방순회 공연마다 80% 이상 기독교 음악편성
국립합장단 겸 상임지휘자, 순복음교회 지휘자 출신

조계종 불교음악원이 최근 4년간 국공립합창단의 공연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국공립합창단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국민의 문화복지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공립합창단이 실제로는 기독교 찬양에 앞장서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합창단이 기독교 찬양 일색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국립’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조계종 불교음악원의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은 2018~2021년 총 99회의 정기 및 지방순회공연 등을 진행하면서 3‧1절, 광복절과 같은 국가행사나 각 계층의 합창대회를 수반하는 몇몇 공연을 제외하고 대다수 공연에서 기독교 찬양 일색의 곡을 연주하고 불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곡을 그리스도 찬양곡으로 선정한 공연이 20회 가량이고, 연주목록 가운데 50% 이상을 기독교 종교음악으로 채운 공연도 30회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국립합창단의 기독교 찬양공연은 정기공연과 지방순회공연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3회에 걸쳐 진행한 지방순회공연에서는 80% 이상을 기독교 음악으로 편성했다. 서산, 목포, 포항, 평택, 제주, 김천, 여수 공연에서는 연주곡 모두를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부활 등을 주제로 구성했으며, 부산, 함양, 서천, 군산, 평택, 평창, 안동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80% 이상을 기독교 종교음악으로 채웠다. 정기공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8년 5회에 걸쳐 진행된 정기공연 가운데 2회가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 C단조 미사곡’을 중심으로 전곡이 기독교 찬양곡으로 구성됐으며, 나머지 3회도 ‘탱고 미사곡’, 헨델의 ‘딕시트 도미누(주께서 말씀하시길)’ 등 공연의 80% 이상을 기독교 음악으로 편성했다.

2019년에도 서천, 군산, 대구, 구미, 익산, 이천, 서귀포, 강릉에서 열린 순회공연에서 80% 이상을 ‘레퀴엠’ ‘미사곡’ 등 기독교 예배곡으로 구성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천, 서귀포 등의 공연에서는 그리스도의 일대기를 다룬 ‘헨델의 메시아’가 빠지지 않고 공연됐고, ‘말러의 부활’ ‘베토벤 교향곡’ 등이 연주됐다. 5회에 걸친 정기공연에서도 ‘레퀴엠 라단조’ ‘성경 시편교향곡’ ‘헨델의 메시아’ 등 전곡이 기독교 음악으로 편성된 것이 3회, 70% 이상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구성한 공연도 2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1년 상반기까지 국립합창단의 공연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20년 지방순회공연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매년 5회 가량 열리던 정기공연도 2회로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이들의 기독교 찬양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열린 정기공연은 ‘헨델 메시아’로 채워졌으며, 앞서 열린 6월 정기공연에서도 ‘기리에(천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알레루야(할레루야)’ 등의 기독교 음악이 대거 포함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열린 정기연주회 및 지방순회공연에서도 국립합창단의 선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올해 3월 열린 정기공연에서는 60% 이상이 기독교 음악으로 할애됐고, 5월 열린 정기공연에서는 전곡이 기독교 예배곡으로 구성됐다. 군산, 안성 등에서 열린 지방공연도 100% 기독교 음악으로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국립합창단이 정기공연을 비롯해 지방순회공연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수많은 명곡을 놔두고 굳이 기독교 일색의 음악만을 선곡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립합창단이 ‘목사의 순교’를 기념하거나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리스도의 탄생과 부활 등을 주제로 한 공연을 진행하면서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공연을 하지 않는 것은 종교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계종 불교음악원은 보고서에서 “(공공단체인 국립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서양 오케스트라와 연주한다면 부처님오신날에도 국악관현악단과 ‘붓다’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교계에서도 서양 오케스트라에 의한 합창과 국악관현악단과 함께 1000여명의 합창단이 부르는 교성곡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의 토양이라 할 수 있는 불교음악을 배제한다는 것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적 공연 배경에 상임지휘자들의 종교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연 선곡의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임지휘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기독교 찬양곡 중심의 선곡을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립합창단장 및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상임지휘자는 국공립합창단 지휘자로 구성된 KCDA 고문이자 기독교 합창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사의 아들로, 그 역시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및 순복음교회 ‘베들레햄’ 찬양대 지휘자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A박사는 “합창단에서 지휘자는 절대적인 존재”라며 “이들이 특정종교에 편향됐다는 것은 국공립합창단이 종교편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립합창단의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 관계자는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체부에서 매년 54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립합창단이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예산 회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특별한 감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합창단이 특정종교 편향적인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국립합창단이 특정종교에 편향된 공연을 하겠느냐”며 국립합창단 실태조사결과와 동떨어진 답변으로 일관했다.

국립합창단이 설립 목적에 맞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 감독해야 할 문체부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혈세가 사실상 국립합창단의 선교공연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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