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공립 ‘선교 합창단’ 해체돼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10.05 11:23
  • 호수 1603
  • 댓글 1

기독교 찬양 일변도의 공연은
예술이 아닌 폭력에 불과할 뿐
기독교 세력 확장 무대 안 돼
이젠 시민 품으로 돌려놓아야 

음악과 예술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국공립합창단이 실상은 ‘기독교 단체’였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러한 사실은 조계종 총무원이 의뢰한 조계종 불교음악원의 전국 국공립 합창단의 운영실태 조사결과에서 드러났다. 대부분의 상임지휘자가 신학대학에서 교회음악을 가르치거나 특정 교회의 지휘자 출신들이었다. 합창단에서 상임지휘자의 권위는 무소불위에 가깝다. 공연주제와 선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연 곡의 대부분이 찬양·찬송가로 채워진 것도 상임지휘자의 특정종교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 정도면 국민을 위한 국공립합창단이 아니라 기독교 세력 확장을 위한 ‘선교 합창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서 내용 중에 국공립합창단의 공연 곡이 기독교 찬양 일색인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국립합창단의 경우 4년간 99회에 걸친 정기 및 전국순회공연 가운데 평균 50% 이상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했다. 심지어 2018년 서산, 목포, 포항, 평택, 제주, 김천, 여수에서 각각 열린 순회공연에서는 전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했다.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전문성과 예술성 추구를 위해 창단된 전문 합창단’이 펼치는 공연 콘텐츠가 기독교인들의 신앙적 감동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편향·편협적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해진다. 그러고도 ‘본격적인 합창 예술운동의 선두주자이자 합창음악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선도’해왔고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합창단이자 세계 최고의 전문합창단으로 독보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도립합창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상당수 시립합창단이 매 공연마다 전곡 혹은 절반 이상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채웠다.

기독교계에서 말하는 교회음악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교회음악 중에서도 찬송가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거나 기독교 정신을 전수하는 것으로 활용된다. 종교음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취시키고, 신념에 따라 그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노력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교회의 합창단이 해야 할 일을 국공립 합창단이 대신 해가며 기독교 선교에 앞장서고 있기에 문제라는 얘기다.

기독교계에서는 ‘선교 122주년’을 기념하며 ‘21세기 찬송가’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일부 기독교 언론이나 교단들은 ‘21세기 찬송가에 찬불가 작곡자의 곡이 7곡이나 수록됐다’는 점을 집요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작사·작곡가의 신앙심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들의 주장과 견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토록 정성’들인 찬송가를 왜 교회도 아닌 시민들이 참석하는 대중공연 무대에 끊임없이 내놓느냐 말이다.

기독교계는 ‘교회음악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어야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표현해야 한다’면서도 ‘그와 함께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역할도 표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자의 ‘이웃 사랑 실천’에 주목하면 교회음악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자 기본 도리다. 이 점을 간과하거나 묵살해 가며 펼치는 공연은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다. 아닌가?

지자체와 합창단이 이 사안을 중대히 여기고 스스로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그런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합창단을 이끄는 상임지휘자나 관련자들은 ‘클래식에는 기독교 음악이 대부분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변명과 억측만 내어 왔지 않은가. 합창단 스스로 개선하려는 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기존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해체되어야 한다. 

각 지자체와 정부가 이 사안을 중대히 다뤄야 할 때가 왔다. 전국의 국공립합창단이 오르는 무대가 선교의 장으로 변질되는 상황,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찬양’이 울려 퍼지는 무대를 더 이상 허락할 수는 없다. 이것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이웃종교, 나아가 시민들도 용인할 수 없는 사안이다. ‘선교의 무대’를 원래 본연의 ‘예술의 무대’로 되돌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