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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역사 함께 한 합창…‘용성’ 등 교성곡도 다양

  • 교계
  • 입력 2021.10.15 18:00
  • 수정 2021.10.19 14:43
  • 호수 1605
  • 댓글 0

국공립합창단 실태조사
3. 불교음악 홀대  및 윤리규정 불이행

부처님 말씀 합송으로 경전 성립돼 1920년부터 보급 본격
열악한 환경서 자율적 발전…불교음악 배제는 의도적 선교

불교는 부처님 말씀을 합송함으로써 경전이 성립되었을 정도로 모든 종교 가운데 음률과 합창을 중시한다. 부처님 입멸 후 500비구의 합송으로 성립된 경전 합송 전통은 지금도 남방불교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북방으로 전해진 불교는 대승불교의 취지에 따라 모든 의례와 신행에 율조를 부여했고, 이는 대중의 합송(오늘날 합창)으로 행해졌다. 스님들에게 대중의 율조를 이끄는 법구타주를 익히는 것이 필수 과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같은 전통은 면면히 계승됐으며, 현재 합송·합창문화가 크게 발전돼 일반인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찬불가, 교성곡 등이 연주되고 있다. “기독교가 합창음악의 원조라거나 합창음악을 창시했다는 것은 오늘날 국공립합창단이 한국 사회에 만들어 놓은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음악원에 따르면 불교계 합창의 시작은 1920년대 초부터다. 용성 스님을 필두로 조학유, 권상로, 김정묵 스님 등이 찬불가 창작운동을 전개했고, 이는 곧 각 사찰의 합창단 결성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이후 많은 사찰이 찬불가집과 악보집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보급했다. 그러나 1978년 국립합창단이 발족되고, 전국에 흩어져 있던 민간 합창단 중 기독교 단체와 연계된 합창단원들이 공립합창단의 주된 멤버로 자리 잡으면서 기독교음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불교음악에는 외면과 냉대로 일관했다.

불교음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율적으로 발전을 지속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은 1995년 의식찬불가 24곡, 수행 선법가 17곡, 생활찬불가 35곡, 불교가곡 26곡, 어린이 및 청소년 찬불가 21곡, 무대연주 합창곡 12곡 등 총 135곡을 수록한 찬불 악보집을 발간했다. 1997년부터는 창작찬불가 공모전을 개최해 수많은 작품을 발굴·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도 대중포교를 시작한 1984년부터 선법가(禪法歌) 운동에 매진했다. 합창단을 만들고 새로운 창작곡을 개발해 68곡에 달하는 선법가를 완성했으며, 매년 합창축제를 통해 무대에 올렸다. 또 비구니 강원인 운문승가대학에서도 2009년 자체 찬불가집을 발간하는 등 불교계 내에 찬불가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확산됐다.

이러한 흐름은 전국 불교단체와 사찰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불교음악 전통을 회복하고 불교음악의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로 마침내 조계종 산하 불교음악원이 설립됐다. 불교음악원은 박범훈 원장을 중심으로 불교음악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박 원장은 불자들이 더 쉽게 공감하도록 서양음악 어법의 곡들을 한국적 색채가 가미된 찬불가 형태로 제작에 나섰다. 한국 전통 장단을 기반으로 전통 오음계에 의한 악곡의 곡을 대거 작곡했으며, 합창단이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교성곡을 작곡·발표하며 불교음악의 선풍을 일으켰다. ‘용성’ ‘보현행원송’ ‘니르바나’ ‘붓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서양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니르바나관현악단’, 락밴드 ‘야소다라’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을 이끄는 ‘풍경소리’ 등 민간 음악 단체의 설립으로 점차 영역이 확대됐다. 

이렇듯 불교계는 국가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불교음악을 발전시켜왔다. 그럼에도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고, 공정하고 공평한 곡 선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국공립합창단이 찬송가 공연만을 고집하고, 불교음악을 배제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선교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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