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 3년과 이승만 정권 12년 동안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에만 군종장교 제도를 두어, 군 장교와 젊은 장병들 사이에서 기독교 신자가 빠르게 증가한 현상의 배경과 경과에 대하여는 이미 몇 차례 자세하게 밝혔다.
그런데 군 내부의 종교 차별 문제는 그 뒤로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승만이 하야하고 30여년이 지나서 기독교 장로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이하에서는 YS) 정권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1993년 2월 말에 YS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1월8일 육군 제17사단 전차대대의 대대장 조모 중령이 창고를 개조해서 사용하던 “임시 법당을 폐쇄하라”고 지시하고 불상을 훼손한 뒤 쌀 포대에 담아 야산에 버리도록 한 사건이 있었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는데, 이 부대에서 전역한 사병이 3월말에 불교계 언론에 제보하여 조사가 이루어져 그 전모가 드러나면서 YS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불교계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사건 발생 초 국방부에서는 “광신적 개신교도가 저지른 우발적 사건”이라는 식으로 덮고 가려고 했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스님과 재가 불자들이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국방부가 대책회의를 열고 ‘불교계 인심 수습 방안을 찾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과 권영해 국방장관, 이필섭 합참의장 등 군 최고위 지휘라인이 모두 개신교 장로여서 자칫하면 ‘불교계와의 정면대치’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국방부에서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공식사과하고, 법당 폐쇄와 불상 훼손을 지시한 전차 대대장을 보직 해임한 뒤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다.
그 뒤 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전차 대대장 조 중령이 17사단에 부임한 1992년 4월부터 심각한 불교 탄압 행위가 자행됐지만, 사건이 터질 때까지 상부에서 그 사실을 덮어두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대 불교신도회 회장 주임상사가 부처님오신날 경축 연등을 부대에 설치하자 개신교도 부하 장병들에게 “일요일에 목사님이 예배하러 오다 보면 불쾌할 테니 연등을 끌어내려 태워버리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연등 철거 이후 이에 항의하는 불교 신자 장병 9명을 “지휘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모두 다른 부대로 전출시켜 버렸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자대에 배치받은 지 100일 미만인 신병들을 골라 교회에 보내는가 하면 기독탄신일에는 대대원들을 상대로 ‘찬송가 경연대회’와 ‘신앙경연대회’를 열어 특별 포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사단장에게도 보고되었지만 거의 모두 개신교 신도였던 사단 참모들의 비호로 사단장 서모 소장이 조 대대장에게 ‘문책 없이 주의’를 주는 선에 그쳤던 것이다. 육군 제17사단 전차대대에서 일어난 이 훼불사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국방부는 뒤늦게 사건 진화에 나서서, 당초 방침을 바꾸어 조 대대장을 구속 수감하고 불교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벌이는가 하면 종교 차별을 금지하는 지휘서신을 전군에 하달했다.

민주화 이전에는 이와 같은 사건이 드러나 정부의 사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폐쇄 사회에 가까운 군 내부의 종교 차별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랬을 뿐 훨씬 구조적인 차별이 ‘차별이라는 의식조차 없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것이다. 실제로 YS정권의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권영해가 육군 제6사단장이던 1980년대 초, 사단에 정식 법당이 없어서 철원 도피안사 안에 천막을 치고 임시 법당으로 쓰고 있었는데, 당시 정모 군 법사가 애써서 부지를 물색하고 사단법당 청원사 신축 불사를 추진하여 기공식을 하게 되었지만 당일 법문과 축하를 위해 온 스님과 신도들을 사단장의 지시를 받은 헌병이 정문에서 막아 되돌아가는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후에도 땅굴 견학을 온 불자들이 법당 신축 불사를 후원·동참하려고 찾아왔지만 사단장 지시로 출입이 통제되어 법당 신축 현장을 돌아보지 못한 채 돌아가고 말았다. 사단장 시절에도 이랬던 권영해 씨가 막강 권력을 가진 국방장관이 되어 어떻게 했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사례였다.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이어지지만, 군 내부의 종교 차별 문제를 거론하는 불교계, 심지어 군종 교구 관계자들조차도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앞에서 말한 정모 법사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사단 군종부에 근무하는 ‘목사 5명, 상사 1명, 정식 군종병 24명’이 모두 기독교인이었고 법당에 파견된 군종병 1명도 정식으로 파견된 인원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연대·여단·훈련단·사단·군단·사령부·육해공 3군 본부와 교육부대·지원부대·특수부대 등 군종부가 있는 곳마다 시설 관리와 행정 업무를 보는 부(副)사관은 거의 모두 개신교 집사이고 이들이 전역할 때까지 군종부를 장악하고 있어서 군 법사들도 군종병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아직까지 별로 개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종교구 안에서도 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책을 세우거나 군 당국에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안 보인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특정 종교를 내세워 다른 종교를 차별하는 대통령·국방장관·사령관·사단장과 연대장·대대장 등이 재임할 때에 일어나는 차별과 탄압 사건은 이제 점차 줄어들어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군목사와 개신교인 준사관들이 각급 부대 군종부를 100%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군 내부의 종교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결코 놓치면 안 된다. 특히 다른 사단으로 자주 보직이 바뀌는 장교들과 달리 한 사단에서 전역 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준사관들이 장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주목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 관철시키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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