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집 정상화를 목적으로 구성된 임시이사회 가운데 5명의 이사가 불법으로 이사회를 강행해 나눔의집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인사위원회 승인 없이 직원 채용을 시도하는 등 나눔의집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이 비공개 이사회를 고집해 사고법인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눔의집 이사 혜일, 덕림, 평중, 원광 스님은 11월8일 광주 나눔의집 교육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나눔의집은 현재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투명하고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법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그러나 개최 통보 절차의 위반으로 이사회 개최가 불가하다는 법인감사의 지적에도 임시이사 5인은 임시이사회를 강행해 나눔의집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임시이사 5명은 올해 4월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나눔의집 예산안을 통과했다. 그러나 스님 이사들은 정관에 따라 이사회 개회 7일 이전에 소집통보가 이뤄져야 하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법인감사의 지적에 이를 무효화하고 재상정해 의결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임시이사 5명은 통보기간 부족은 주요 하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과정에서 스님이사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혜일 스님은 “임시이사들에게 나눔의집은 문제법인인 만큼 조금의 하자 없이 원칙에 따라 기간을 바로 잡고 예산안을 다시 통과시키자고 끊임없이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변호사 등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의견을 고집하며 ‘(스님들이)법을 아냐’ ‘사법기관에 직접 소송하라’는 등 모욕적 발언까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임시이사 5명이 나눔의집 역사관 직원채용에서 절차와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스님이사들은 “통합운영 규정상 인사채용은 인사위원회의 승인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지만 이같은 과정은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심사과정, 면접일정 등을 정하지도 않고 직원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며, 이 때문에 응시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아 나눔의집 역사관의 명예가 굉장히 실추됐다”고 밝혔다.
매회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사회 개최사항과 관련해서도 “투명해야 될 임시이사회가 이사회 개최사항을 지금까지 다른 이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며 “무엇을 감출 것이 있고 무엇이 두려워서 비공개로 이사회를 해야하는지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기자회견의 직접적인 계기는 임시이사 5명이 스님이사들에게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한 임시이사의 마지막 제안’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보낸 데서 비롯됐다. 11월9일 예정된 임시이사회에서 논의할 안건 등에 대해 뜬금없이 이사회 전인 11월5일까지 스님이사들의 답변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정상화가 어려운 현 상황의 원인이 기존 정이사와 조계종 측 임시이사들에 있다며 △나눔의집 정관 개정 △역사관 회계 및 법인 분리 △나눔의집 손해 운영진에게 구상권 청구 △할머니들 돌봄, 인권회복, 역사교육, 추모 등에 후원금 사용 △내부고발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 및 인권침해 운영진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스님이사들은 “5인의 임시이사들은 자신들 이외의 다른 이사들이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다른 이사들을 폄훼하는 협박성 문건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왔다”며 “이는 현재 나눔의집 임시이사회의 파행 책임을 다른 이사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용증명 문건에 기재된 내용 중 4건은 11월9일 임시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이며, 나머지 2건 또한 수차례에 걸쳐 논의해왔단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11월5일까지 마지막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며 답변을 요구하는 임시이사 5인의 행위가 과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임시이사들은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한 임시이사회는 흑과 백의 논리와 기준으로 나눔의집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다섯 분 임시이사들께서도 나눔의집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다 같이 지혜를 모아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총희 임시이사는 이에 대해 “스님들의 단독 기자회견이며 나눔의집 이사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임시이사들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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