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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짜응 응우엔 글‧찌뜨 주응 그림의 ‘짱과 야생곰 소리아’

기자명 박사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진정으로 행복

망가진 숲‧불법포획 현장 담아
곰 야생 돌려보내는 과정 그려
마을‧숲‧사람이 같이 살아갈 때
곰‧자연‧사람 행복 가능함 전해

‘짱과 야생곰 소리아’
‘짱과 야생곰 소리아’

부처님 덕분에, 나의 시야는 활짝 열렸다. 사실 부처님을 몰라도 살면서 시야는 조금씩 더 넓어진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사랑하는 존재들이 많아지면 자기중심적인 시야도 더 입체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소외되어 있거나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 서게 되며, 인간이 아닌 생명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충분하여 생길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를 부처님은 남김없이 열어 보이셨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부처님의 통찰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진리에 가 닿는다. 

베트남의 야생동물 보호활동가의 실제 활동에 기반하여 쓰인 이 책은, 작고 겁 많은 아기 말레이곰인 ‘소리아’가 열대 우림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보여준다. 

여덟 살 때 불법 곰 농장에서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반달곰을 우연히 보게 된 주인공 짱은 야생동물 보호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한다. 수많은 자료를 읽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체력을 기르고, 자연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러 동물단체에 자원봉사 신청서를 보내던 끝에 결국 야생동물 구조보존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동남아시아의 곰 쓸개즙 채취 농장에서 학대받는 곰을 구출하는 단체[프리 더 베어스]로 옮겨 일하던 짱은 라오스의 숲에서 발견된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된 작은 곰인 소리아를 만난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이 곰에게는 최고의 삶이겠으나, 한번 사람에게 포획된 곰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어리고 건강한 소리아에게는 기회가 있다. 

짱은 소리아가 야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을 하나하나 가르친다. 먹이를 찾는 법, 물을 찾는 법, 안전한 잠자리를 찾는 법 등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리아가 살아갈 만한 안전한 숲을 찾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숲이 인간들의 손길 아래 있다. 짱은 가능한 숲의 목록을 작성하고 숲을 직접 찾아가 본다. 어떤 숲은 화전농업을 하는 농부들에 의해 다 타서 잿더미가 되어 있고, 어떤 숲은 인간이 만든 댐이 자리하고 있어 장마철이 되면 수몰될 예정이다. 어떤 숲은 이미 벌목업자들이 나무를 베어내고 있고, 아예 골프장, 놀이공원, 호텔, 쇼핑센터가 지어지고 있는 숲도 있다. 

마지막으로 찾아낸 숲. 아름답지만, 짱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살아있는 숲이라면 생명의 소리로 아주 시끄러워야 하는데 너무 조용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숲에는 곳곳에 덫이 설치되어 있다. 외부에서 밀렵꾼들이 들어와 마구잡이로 사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짱과 동료들은 마을주민들에게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마을주민을 고용하여 신발과 작업복을 지급하고 덫을 치우고 숲을 순찰하도록 한다. 작은 곰 소리아 한 마리에게 살 곳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된 일이지만 함께 살기 위해서는 온 마을과 온 숲이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소리아가 숲에서 동료를 찾고 적응할 때까지 짱은 몇 달 동안 소리아와 함께 숲에서 생활한다. 스스로 먹이를 찾고 잠자리를 찾는 과정을 지켜본다. 곰이 야생의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그저 숲 입구에서 케이지 문만 열어주면 되는 줄 알았던 얕은 시야가 단박에 숲으로 끌려들어 간다. 그렇게 또, 세상의 사각지대가 보인다.  

“살아있는 생명이건 어떤 것이거나/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남김없이/ 길다랗거나 커다란 것이거나 중간 것이거나/ 짧은 것이거나 미세한 것이거나 거친 것이거나//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사는 것이나 가까이 사는 것이나/ 이미 생겨난 것이나 생겨날 것이나// 모든 님들은 행복하여지이다.” ‘자애경’의 구절이 다시 깊이 다가온다. 그렇다. 단 하나의 생명이 행복하기 위해서도 온 우주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나라고 예외일 것인가.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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