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선교음악인 캐럴을 활성화하겠다는 캠페인을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교계에 공식 사과입장을 표명했지만 불교계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향후 문체부는 캠페인과 관련해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캠페인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월2일 공식 홈페이지 언론보도설명 게시판을 통해 ‘캐럴 활성화 캠페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을 게재했다. 문체부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밝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취지에서 정부 차원의 홍보를 진행했다”면서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는 앞으로 이와 같은 캠페인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캠페인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문체부는 “캠페인과 관련해 다른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참여를 요청하고자 했던 계획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종교계(천주교, 개신교)가 시행 주체로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관련 프로그램(천주교와 방송사 및 음악서비스 사업자 계약사항)은 취소하기 어려운 점을 널리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문체부의 사과 표명에도 캠페인 중단을 요구해왔던 불교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이미 캠페인은 예산을 집행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입장을 발표한들 바뀌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며 “기독교 신을 찬양하는 노래들이 방송마다 버젓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단지 이 사안을 회피하기 위한 문체부의 꼬리자르기일 뿐이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보다 책임성 있는 모습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의 입장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왔다. 캠페인을 함께한 기독교를 제외하고 모든 종교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불교계’로 한정한 것은 두 종교간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인가?”라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오히려 범 기독교계와 불교계 사이의 갈등을 정부가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이고 일반 국민들에게 불교계를 욕하게 된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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