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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든 소리가 설법

법문 듣고 은총 받은 목사님 사연

목사로부터 “꼭 만나자” 요청
불교방송서 ‘원각경’ 강의 듣고
성령 참 의미 깨우쳤다고 고백
일체가 부처이기에 모두 법음

일생동안 부처님 가르침을 펴면서 갖가지 일을 경험했다. 어느 목사와의 만남도 그 중 하나다. 어느 날 목사로부터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용건을 물었더니 “너무나 은혜로운 일이라 뵙고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얼마 후 나는 그를 만났다. 인상이 좋고 쾌활한 성격을 지닌 젊은 목사였다. 자신은 모 신학대학 교수라고 소개한 뒤 그는 나를 만나려고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법사님을 뵙자고 한 것은 법사님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법사님도 아시다시피 불교도 그 목적이 진리를 깨닫는 것에 있듯 기독교의 고급교리 또한 현세의 기복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비밀한 계시를 깨달아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진정한 기독교의 구원은 죽어서 천국에 태어나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영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살아계신 주님을 우리는 보지 못합니다. 죄와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으로 예수를 영접하고 죄를 회개하여 그 죄와 어리석음을 씻어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에 법사님의 법문을 통해 비로소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려고 뵙고자 했습니다.”

목사의 이 같은 말을 들은 나는 흥미롭고 궁금하기도 해 그 과정에 대해 질문했다. 목사는 말을 이어갔다.

“제가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불교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일반인이 경전을 강의하더라고요. 바로 법사님이셨습니다. 저는 경전 강의는 스님들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호기심에 들어보니까 ‘원각경’이라는 경전을 해설하고 있었습니다. 듣다 보니 내용이 아주 심오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야, 불교에도 이런 영성이 있구나. 이런 영성을 갖추었으니 불교가 오랜 세월 인류사에 꿋꿋이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법사님 말씀을 요약해보면 ‘원각경’에서의 부처님은 모든 법이 지닌 진리의 성품을 의미합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에 깃들여진 진리를 부처라 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극락에 따로 계신 분이 아니고 지금 여기 진리의 몸으로 언제 어디에나 머무르고 계십니다. 중생들이 이와 같은 부처님을 보기 위해서는 중생 마음에 본래부터 갖추어진 원각을 깨달아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원각을 불성이라고 합니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 그가 내 ‘원각경’ 강의를 모두 경청해 들었음이 분명했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저는 법사님 강의를 듣다보니 불교용어에 저절로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당시 나는 진정한 영적인 눈을 뜨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하신 법사님의 강의가 제게 큰 영적 변화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법사님은 ‘그럼 원각인 불성을 어디서 찾느냐 하면 바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마음에서 찾아야 합니다. 지금 이 마음, 그게 선이건 악이건 관계없이 불성은 지금 그대로 존재합니다. 수행을 해서 갈고 닦아서 미래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강의를 듣고 있는 그 마음이 그대로 부처님 마음인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주님께서 제가 기도하고 회개하면 성령을 주실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법사님의 말씀을 듣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제 마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텔레비전 앞에서 성령이 지금 임재하시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고 지금도 그 영광과 은혜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제가 법사님을 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뒤로 한동안 나는 그 목사와 여러 번 만났고, 그가 주선하는 한 기독교 모임에서 강의를 하였다. 더구나 그는 내게 불교 활동에 쓰라면서 2년간을 정기적으로 보시도 하였다. 목사가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성령을 깨쳤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불교 안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주님의 은총은 기독교 안에서만 얻는 게 아니라는 목사의 말처럼 불교의 깨달음도 불교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일체가 부처님이라면 모든 소리도 부처님의 설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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