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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반열반의 모습으로 세상을 교화하다 (끝)

부처님은 열반 순간에도 나이 든 외도 간청 외면 안해

늦은 밤 편안한 열반 마다하고
마지막까지 깨달음으로 이끌어
끝까지 방일하지 말 것을 당부
자애로써 45년 교화의 삶 마쳐

부처님의 열반을 반열반(parinibbāna)이라고 한다. 완전한 열반이란 의미다. 열반은 육체라는 한계성을 갖고 있는 열반인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과 육체적인 죽음을 통해 얻게 되는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애초 열반이란 ‘탐진치’ 삼독이 소멸된 상태를 말한다. 즉 번뇌를 없앤 상태가 열반인 것이다. 그렇기에 부처님 가르침은 열반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모든 존재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게 되면 번뇌를 여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80세를 일기로 반열반에 드셨다. 그 여정을 그린 경전이 ‘대반열반경’이다. 대승경전에서 전하는 ‘대반열반경’도 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사건을 전하는 경전은 아니다. 초기불교의 ‘대반열반경’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3개월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경전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모와 인천의 스승으로서의 자비심을 만날 수 있다.

부처님의 교화의 삶에서 가장 마지막 제자는 수밧다(Subhadda)라고 하는 유행승이었다. 그는 부처님께서 다가오는 밤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와 부처님을 뵙길 청했다. 하지만 아난다 존자를 비롯한 제자들은 이제 곧 열반에 드실 부처님을 편안히 모시고자 했고, 더구나 늦은 시간이었기에 수밧다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밖에서 늦은 밤 일어난 이들의 대화를 들으신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붓다] 아난다여, 그만 하거라. 수밧다를 막지 말라. 아난다여, 수밧다가 여래를 친견하게 해 주어라. 수밧다가 내게 질문하려 하는 것은 모두 구경의 지혜를 터득하고자 함이지, 나를 성가시게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가 질문한 것에 대해 내가 설명해 주면 그는 바로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수밧다에게 가르침을 주어 깨달음으로 인도한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반열반에 드신다. 부처님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나이 든 외도 수행자가 가르침을 청하자 그를 기꺼이 맞이하여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이윽고 반열반의 시간이 되었다. 부처님은 아난다 존자를 불러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①스승이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가고 난 후에는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②내가 가고 난 후에는 구참 비구는 신참비구를 이름이나 성이나 ‘벗’이라고 부르고, 신참비구는 구참비구를 존자나 장로라고 불러야 한다. ③내가 가고 난 후에는 사소한 학습계목(小小戒)들은 폐지해도 좋다.

그리고 다른 비구 제자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 보라고 하셨다. 

[붓다] ‘우리의 스승은 면전에 계셨다. 그러나 우리는 세존의 면전에서 제대로 여쭈어 보지 못했다’라고 나중에 자책하는 자가 되지 말라고 하시며, 제자들에게 마지막까지 가르침을 주시고자 하셨다. 그러나 그곳에 모인 제자들은 한결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질문을 하는 비구들은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이 전해졌다.

[붓다] 비구들이여, 이제 참으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부디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부처님은 불교 교단의 발전이나 세력화에는 관심이 없으셨다. 오로지 제자들이 출가한 목적을 성취하는 것, 즉 깨달음을 얻어 자신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셨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계신다. ‘부디 게으름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깨달음을 성취하고, 세상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어라.’ 굳이 풀어보자면, 이러하지 않을까. 

인천(人天)의 스승께서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세상을 자애로써 살피시며 45년에 걸친 교화의 삶을 마치셨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14호 / 2021년 12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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