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서 상경한 5000여 스님들이 1월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봉행한 가운데 정부 여당을 대표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 대중 앞에서 참회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대중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황희 장관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정부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송 대표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불교계에 참회했다. 이에 앞서 황 장관은 이날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해 종교편향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날 승려대회에서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결의문 발표에 이어 단상에 올라 “승려대회에 앞서 정부 여당이 불교계 요구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진행하고,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게 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며 “이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봉행위원회 주요 소임자들이 긴급회의를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다소 견해가 다르더라도 대화의 장을 열어주려고 하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섭수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따라 황 장관이 사전에 제작한 영상메시지가 대회장 모니터를 통해 상영됐다. 황 장관은 “전국승려대회 봉행을 앞두고 종무행정을 관장하는 부처 책임자로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은 종교에 따른 직무를 차별 없이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종교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국민의 화합과 국가의 평화를 이끌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 불교계가 제기한 종교편향에 대한 문제를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황 장관은 또 “정부는 종교편향 문제의 뿌리부터 해소하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적 장치를 빠른 시일에 완비하겠다”며 “공직사회의 공평무사한 자세와 투철한 사명의식을 근간으로 세계적인 다종교 모범국가로서의 위상을 견고히 정립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황 장관의 영상메시지는 승려대회에 참석한 일부 대중의 강한 문제 제기와 항의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중단됐다. 송영길 대표의 참회 메시지 발표도 대중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자 송 대표는 자리를 옮겨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문화재관람료 논란의 시원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계종의 사찰 부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키면서 발생했고, 이런 부당한 처사 때문에 불교계의 피해와 고충이 얼마나 심대한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채 최근의 불미스런 일로 스님과 불자, 불교문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각종 행사와 의전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말과 행동을 삼가해 특정종교 편향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정부를 구성할 때도 이런 원칙이 잘 지켜져 특정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송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맞아 불교계가 제안한 20여 개 정책제안 사항에 대해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전통사찰 규제 개선에 대한 입법적 대안 마련과 함께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평화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당 차원의 대선 공약으로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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