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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제주 4·3 추모재…“74년의 아픈 역사 치유”

  • 교계
  • 입력 2022.04.04 14:46
  • 호수 1628
  • 댓글 0

4월3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추모공간에서 봉행
4·3특별법 통과…진상규명·명예회복 탄력 전망

74년 전 제주 4·3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 나아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화합과 상생의 법석이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는 4월3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어울쉼터 추모공간에서 ‘제주 4·3 74주년 희생자 추모재’를 봉행했다. 추모재는 추모사를 시작으로 명상음악밴드의 추모공연, 법고, 추모염불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혜문, 위원 고금·동신·현성·여등·주연·대각·서원 스님과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상임이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참석해 4·3사건으로 희생당한 영혼들의 넋을 위로했다.

특히 이날 추모재는 지난해 12월 ‘제주 4·3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된 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 법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은 최대 9000만원까지 보상금을 받게 됐으며, 향후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노위 위원 고금 스님은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불교계를 비롯한 모든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치유되길 기원했다. 고금 스님은 “4·3사건을 통해 평화와 상생을 깊이 사유하고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게끔 행동해야한다”며 “조계종 종정 성파큰스님이 ‘내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티끌이 비치지만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모두가 과거를 직시하고 깨어나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상임이사는 “불교계에서 해마다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 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며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불교계의 피해도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사노위 스님들이 추모염불을 진행하는 내내 함께 절을 하며 마음을 보탠 현승은(55) 4·3유족청년회 회원.
사노위 스님들이 추모염불을 진행하는 내내 함께 절을 하며 마음을 보탠 현승은(55) 4·3유족청년회 회원.

사노위 스님들이 추모염불을 진행하는 내내 함께 절을 하며 마음을 보탠 현승은(55) 4·3유족청년회 회원도 “지난해 열린 4·3추모재 때는 비가 많이 와 마음으로만 기도했지만 올해는 스님들 뒤에서 함께 절을 하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며 “한맺힌 희생자 영령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해 일으킨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는 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4·3사건은 불교계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주민들이 무차별한 학살을 피해 산중에 자리한 사찰로 몸을 숨기자 사찰과 스님들에 대한 압박도 거세졌다. 그렇게 사찰 37곳이 폐허가 됐고, 스님 15명이 총살, 수장, 고문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인정한 제주 4·3사건 희생자는 1만 5000여명에 그친다. 특히 스님들은 후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는 물론 물적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이 미미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모재가 끝난 후 기념촬영.
추모재가 끝난 후 기념촬영.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28호 / 2022년 4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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