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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연구·강의 집대성한 불교학 시리즈 발간

  • 교학
  • 입력 2022.06.10 21:17
  • 수정 2022.06.10 21:40
  • 호수 1636
  • 댓글 2

정년 앞두고 연구 성과 집대성하는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퇴임 전까지 불교응용도 출간 예정…“후학 연구에 도움되고 싶어”

서울 용산 이촌동 연구실에는 김성철 교수가 만든 테라코타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는 “서울 명동서 열린 권진규 유작전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테라코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철 교수 제공]
서울 용산 이촌동 연구실에는 김성철 교수가 만든 테라코타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는 “서울 명동서 열린 권진규 유작전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테라코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철 교수 제공]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66)가 내년 2월 퇴임을 앞두고 교수로서 ‘졸업 작품’을 남기고 있다. 후학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이것저것 고민하던 그가 ‘25년 간 연구성과를 모아 보기쉽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 정년을 3년 앞둔 2019년부터 최근까지 펴내고 있는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2019) ‘화엄경을 머금은 법성게의 보배구슬’(2020) ‘산스끄리뜨 게송의 문법 해설을 겸한 중론’(2021) ‘선불교의 뿌리’(2021) ‘속담 속에 담은 불교, 명쾌하고 쉬운 불교’(2022) 등 9권의 단행본이 그 결실이다. 

김 교수는 “논문을 모아서 단행본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25년 동안 써온 연구 성과를 주제별로 묶어 새롭게 다듬어 놓으면 후배 연구자들이 활용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퇴임하는 내년 2월까지 불교사회·과학 등 단행본 4권을 더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간한 ‘중관학 특강-색즉시공의 논리’(도서출판 오타쿠)는 청중과 대화하듯 풀어낸 김 교수의 강의록이다. 반야 공사상을 중도 연기설과 연관시켜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중론을 강의하면서 25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한껏 담아 엮어냈다. 김 교수가 직접 정리한 표·그림·사진도 함께 실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반(反)논리학이지만 김 교수의 ‘육성’을 ‘글’로 옮긴 책이라 부담 없이 읽히는 게 장점이다. 

그는 중관의 언어를 선가의 격언 ‘이언견언’(以言遣言)을 인용해 “말로써 말을 버리는 것”이라고 안내한다. 말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도구로 삼는다는 의미다. 또 “나는 지금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청중을 자연스럽게 중관 논리로 이끈다. 태어나기 전에는 ‘나’라고 할만 것이 없었고 죽은 다음에도 ‘나’라고 부를 것이 없기에 현재 삶 앞과 뒤를 장식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또 애초 아무 것도 없었기에 현재 삶도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김 교수는 “중관학은 우리의 종교적·철학적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의문 자체가 ‘허구’라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면서 “사실 이것은 종교적·철학적 의문에 대한 최고의 해결방안이다. 생명으로서 최고의 깨달음은 머리를 굴리는 게 허구임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의록의 큰 틀은 중론이지만 “부처님 가르침이 모두 한 맛(一味)”이듯 ‘개념의 실체성’ 비판을 화엄사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체가 곧 하나이고 하나가 곧 일체라는 ‘일즉일체 다즉일’이라는 도구를 통해 한 개념을 무한히 확장한 뒤 그 실체가 없음을 증명한다. 

“시계가 무엇이냐”는 물음엔 “보통 탁상시계, 벽시계 등 숫자와 바늘이 있는 것만 시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시계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파고 들면 나무의 나이테도, 낡아가는 건물도, 사람도 시간을 나타내기에 시계로 볼 수 있다”면서 “세상에 시간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없다. 때문에 모든 것이 시계이고 동시에 시계라고 할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화엄의 논리를 우주로, 살(肉)로, 뇌신경으로, 밥으로, 돈으로, 무기로까지 확장해 결국 “두두물물 부처 아닌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 김 교수는 퇴임 이후 서양철학을 중관의 논리로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엔 보통 충분한 휴식을 갖지 않느냐는 질문엔 “놀줄 모르는 제겐 공부가 휴식이다. 치과의사일 땐 공부하면 야단 맞았는데 학교에 온 이후론 하루종일 놀고 있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우리의 삶 전체가 불교를 통해 해석돼야 하고 불교 역시 우리의 삶에 의해 해석돼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온 한 불교학자의 연구 회향 시리즈가 혼탁한 세상을 일깨우는 한줄기 맑은 바람처럼 느껴진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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