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세영 스님)가 선거 일정을 공고하면서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의 막이 오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향후 4년간 종단을 이끌 대표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라는 점에서 종단 내부는 물론 세간의 관심도 집중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등록(8월9~11일)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후보군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예년 선거 때면 이 무렵 이미 후보군이 확정되고 각 진영마다 후보추대위가 발족돼 비공식적인 선거운동이 본격화될 때지만, 37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는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종단 내부에서 누가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성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이는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재임 여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행 스님은 2018년 9월 제36대 총무원장에 당선돼, 종헌종법에 따라 1회 더 총무원장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원행 스님은 현재까지 공식 석상에서 재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다른 후보군이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총무원장 스님의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이에 앞서 출마를 표명하는 것은 큰 결례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종단 내부에서 ‘총무원장 선거를 조용하게 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후보군이 출마 의사를 드러내는 데 부담이 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조계종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잡음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선거가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음해성 괴문서가 살포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흘러나오면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했다. 이를 일부 언론들이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조계종과 불교계가 세간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에 직면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거 과열로 인한 혼탁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 내부 조율을 통해 37대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37대 총무원장 선거는 특별한 선거절차 없이 추대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종단 내부의 조율을 통해 차기 총무원장을 결정하는 것은 선거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종단을 이끌 대표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향후 종단의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는 후보가 향후 4년간 종단의 대표권자로서 종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원력을 세우고, 운영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종도들에게 검증을 받는 시간”이라며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선출된 총무원장이 종도들의 의견을 대변해 소신대로 종단을 이끌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종단 안팎에서 차기 총무원장에 대한 후보군으로, 당사자들 의사와는 무관하게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호계원장 보광, 교육원장 진우,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 등이 거론된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가 워낙 ‘깜깜이’ 선거라는 점에서 어떤 인물이 후보로 출마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현재로선 37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등록 시작이 8월9일이고, 후보등록을 위해서는 겸직금지에 해당하는 종무직을 늦어도 8월8일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서 8월 초 후보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34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