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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 불교학계 비판 경청해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0.28 20:15
  • 수정 2022.10.28 20:26
  • 호수 1655
  • 댓글 1

이례적 대 규모 참여 성명
특정종교 ‘역사 독점’ 우려
가톨릭 편향 성지조성 동조
서울시 책임지고 해결 해야

국내 불교 관련 학회·연구소들이 서울시의 가톨릭 편향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조사상연구원, 불교학연구회, 한국불교학회, 한국선학회,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등 29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 불교사에서 특정 사안의 한 성명에 이렇게 많은 학회가 참여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례적이고 대규모다.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광화문 역사물길, 가톨릭 서울 순례길, 서소문 역사공원 등의 가톨릭 편향 시책이 드러날 때마다 많은 학자가 언론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불교사회연구소가 주최한 ‘다종교 현상과 종교 공존’과 ‘세계 공공성지 운영의 현황과 검토’, 봉은사와 법보신문이 주관한 ‘특별 좌담회’에서는 비판은 물론 대처 방안까지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성명은 그동안 나온 학자들의 견해에 학회들이 깊이 공감해 왔음도 시사한다.

최화선 서울대 교수가 언급했듯 “특정 종교가 한 장소를 성지로 ‘구획’ 짓고 ‘구분’하려 할 때 그 종교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 즉 타종교인들이나 혹은 비종교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거의 필연이다. 이창익 고려대 교수가 통찰했듯이 “종교의 세계에서 누구의 성지는 있을 수 있지만, 모두의 성지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불교를 비롯한 그 어느 종교든 이 땅에서 성지를 조성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더욱 진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가볍게 움직였다. 불교학회가 ‘서울시의 가톨릭 편향을 비판한다’의 성명을 통해 짚었듯이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조성한 기관은 서울시다. 가톨릭 성지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한 기관도, ‘서소문 역사공원’이라 홍보해 놓고 사실상의 ‘가톨릭 성지’로 조성한 것도 서울시다. 이들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서울시가 부담했다. 혈세로 가톨릭 성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서울시 홍보자료.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서울시 홍보자료.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서울시 홍보자료.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서울시 홍보자료.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국공유지에 혈세로 조성된 서소문 역사공원. 서울시 홍보자료. 

가톨릭 성지화에 서울시가 앞장서다시피 한 이유는 정말이지 궁금하다. 역사물길 501개의 연표석에 기독교 9건이고 불교 4건이었다. 조선 500년을 지탱한 유교는 9건밖에 기록되지 않았다. 가톨릭의 가치가 조선의 역사에서 그리 높단 말인가?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적했듯 가톨릭은 일제강점기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일제가 한국을 식민지화할 때 방관 내지 협조”했다.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 중에는 천주교 신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자 ‘살인자‧테러리스트’라며 신자 자격을 박탈한 것도 가톨릭이다. 조상의 제사를 우상숭배로 규정하여 수천 명의 신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도 가톨릭이다. 조선을 침략하는 왜적의 배에 올라타 ‘선교 탐욕’을 드러낸 건 신부이다. 서양 신부에게 편지를 보내 “어서 함대를 끌고 와 조선을 쳐부수어 줄 것”을 요청한 황사영도 천주교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순교자로 둔갑시킨 것 역시 가톨릭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고, 특정 종교 편향성이 농후한 설치물들은 걷어 내면 된다. 일례로 서소문의 ‘역사성지박물관’은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에 걸맞게 전시‧운영하면 될 일이다. 서울이 기억해야 할 역사가 가톨릭만은 아니지 않는가?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제안했듯이 서소문 공원은 “조선 말기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천주교인은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일부분일 뿐이므로 특정 종교가 아니라 ‘잘못된 국가 권력 행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앞으로 그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다짐하는 위령과 약속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불교학계의 요구 사항을 서울시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관련 학계에 자문을 의뢰하여 개선”하고,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계와 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공식적인 전담 논의 기구”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 회피하며 미룰 일이 아니다. 주요 유적지와 시설물은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서울시 아닌가.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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