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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 참회해야 하는 이유

기자명 이병두

공직자라면 누구나 다 지켜야 하는 여섯 가지 의무 사항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법령을 준수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성실 의무이다. 임용고시를 거쳐 공직사회에 들어간 사람이든, 전문직으로 채용된 사람이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그리고 시장‧군수처럼 선거를 통해 직책을 맡게 된 선출직이든, 공직자는 이 의무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과거와 달리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많이 사라졌지만,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이후 선출직 공직자들 중에 위법 행위로 사법 처리되거나 여론의 질타를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아직 지방 자치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세월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다”며 낙관하는 이들도 많지만, 오히려 교묘하게 법률을 위반하고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여 화합을 깨는 행정을 펼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도지사들과 달리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는 서울시장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가장 중요한 소임이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고, 이명박씨의 경우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만큼 한국 정치에서 서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이고, 서울시장이 되는 순간부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그래서 이 자리를 대통령 후보로 가는 디딤돌로 여기게 되면서, 거의 모든 시장들이 정책 수립과 집행을 행정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 중 시민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화합을 해치는 일들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에 사업 계획이 세워졌거나 시작한 사업들이 많지만, 지난 2021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후 본격 추진된 것도 적지 않다.

이 중에서 광화문광장 사업은 누가 보아도 문제가 많다. 광화문 ‘역사물길’ 조성은 종교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 전체를 왜곡해서 “서울시가 제 정신인가?” 의심하게 한다. 서울시장과 공무원들의 눈과 귀에는 특정 종교에서 제공해준 자료만 보이고 그들이 하는 말만 들리는 것 같다. 그 특정 종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심지어 외국군대가 와서 조선정부를 무너뜨려달라고 했던 행위는 미화하면서, 국토를 유린하는 침략군에 맞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스님들은 철저하게 무시하였다. 그래서 이 사태 발생 초기에 내가 “역사물길에 새겨진 내용을 모두 지워버리고 그에 들어가는 예산은 업무를 추진한 사람에게 변제시켜야 한다”라고 한 것은, 서울시가 시민의 혈세인 예산을 가볍게 여기고 민족의 역사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일어난 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한곳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심각하다. 서울시가 특정 종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마크를 1105곳에 설치하는가 하면, 심지어 보도블럭에 붉은색 십자가를 표시하는 사업까지 추진하여 마무리하였다. 사업 시행 업체에 “가톨릭 순례자들의 역경·고난을 표현할 20여개 특수블럭”을 요청하여, ‘고난’ ‘투쟁’ ‘평화’ ‘순교’를 주제로 한 디자인에 따라 사업을 집행했다고 하니 매우 심각하다.

전임 시장 시절에 시작된 사업들인데 비판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여기겠지만, 잘못된 사업을 수정하여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임과 권한은 현 시장에게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시장이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오해이고 착각이다. 내부 감사를 거쳐 잘못된 일의 책임을 물어서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을 바르게 집행하는지’ 수많은 시민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시 행정이 바르게 서야 나라가 편안하고 국민이 행복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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