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이 지난 2년 간의 진통 끝에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나눔의집(대표이사 성화 스님)은 11월25일 나눔의집 교육관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향 모색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각각 나눔의집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변혜정 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나눔의집을 피해 할머니들을 돌보는 돌봄기관을 넘어 연대와 인권운동의 장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변 전 원장은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대정부활동이나 인권운동을 했고, 나눔의집은 돌봄기관이다라고 하는 이분법적 비교는 맞지 않다”며 “(나눔의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인권운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셰익스피어의 생가와 같은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공간으로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직수 중앙신문 편집국장은 ‘나눔의집 미래에 대한 소고’에서 일부 내부 제보 직원들의 모순된 활동을 지적하며, 설립자인 월주 스님의 창립정신을 계승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실질적으로 사무국을 장악하고 있던 공익제보자들이 각자 원래 역할로 돌아가게 되면서 다수는 사직했고, 김○○과 야○○ 제보자는 나눔의집 사태 단초가 됐던 정의기억연대로 자리를 옮겼다”며 “정식이사로 성화 스님이 선출되면서 2년 넘게 막혀 있던 일들이 하나씩 풀려나가기 시작한 점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국장은 나눔의집이 기존의 양로시설 기준과 다른 사회적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무료 양로시설 운영기준에 따르면 시설 입소 최소인원이 10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현재 나눔의집에는 평균 연령 95세 4명의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다. 안 국장은 “현재 나눔의집은 무료 양로시설에 충족될 수 없어 폐쇄해야 할 상황”이라며 “특수 시설에 대한 별도의 법 규정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눔의집 역사관의 운영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전보삼 만해기념관장은 지금까지 자료수집 및 기록과 할머니 유품 아카이빙 등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자유, 인권, 평화’ 등을 주제로 한 가치 중심의 특별전이 다양하게 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관장은 “유물을 통해 역사성을 찾는 현재의 역사관을 뛰어넘어 인간의 상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창의 체험 공간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비전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석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연구본부장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혁신과 전시 콘텐츠 방향’에서 “나눔의집이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전쟁과 여성’ ‘인권과 평화’ ‘인간의 존엄성’ ‘인권회복’을 위한 ‘역사적 교육기관'이라고 하는 인류사회에 던지는 보편적 메시지를 역사관이 더 보편적인 시각과 인식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수용해 전시콘텐츠 역시 이에 걸맞게 활용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배봉균 전 신세계한국상업사박물관장도 생존한 할머니 그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에 할머니들 생활에서 보여주는 모든 흔적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2022년 이후 자료들도 역사적 산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표이사 성화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30여년의 여정 속에 나눔의집이 할머니들 역사를 알리는데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와 행정이 미흡하고 부족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이 있었고 그 점 깊이 반성하고 참회한다”며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인권과 평화, 미래세대의 역사교육 배움터로서 나눔의집 본분과 사명을 꾸준히 실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59호 / 2022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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