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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이전 문자표기 방식 불교계 영향 커”

  • 교계
  • 입력 2023.10.30 08:50
  • 수정 2023.11.03 10:03
  • 호수 1703
  • 댓글 0

10월28일, ‘2023 통도사 추계 학술대회’
‘훈민정음 창제 이전 문자 생활과 불교계’ 주제
“신라 향찰 주 사용자는 스님” “석독구결 경전에 기록돼”

“훈민정음이 새롭고 위대한 문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로지 세종 한 사람의 역량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훈민정음 창제 이전인 신라 향찰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는 석독구결 방식이 한글이라는 새로운 문자 탄생의 지식과 지혜가 되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찰의 주 사용자가 스님이었으며 ‘화엄경’ ‘유가사지론’ ‘능엄경’ 등 불경과 논서에 석독구결이 사용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부문이다.”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신라시대부터 문자 생활에 있어서 한자를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도록 차용된 문장 표기 방식들을 분석하고 이와 불교계의 연관성을 밝히는 학술대회가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열렸다. 

통도사(주지 현덕 스님)는 10월28일 경내 해장보각에서 ‘2023 영축총림 통도사 추계 학술대회 –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문자생활과 불교계’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는 통도사가 오래전부터 훈민정음 창제에 불교계 신미, 학열 스님 등 스님들이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마련됐다.

특히 학술대회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가 한글 창제와 불교계의 연관성 고찰에 있어서 관련 분야의 세밀하면서도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 오랜 준비 끝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가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문자 생활과 불교계의 연관성을 밝히는 장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 불교계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전문가들의 연구가 이어질 것을 예고해 주목된다.

성파 대종사는 이날 개회식에서 학술대회로는 이례적으로 개회 법어를 전하며 훈민정음 연구에 있어서 불교계 차원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파 대종사는 법어에서 “한글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그 창제의 주역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로만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스님은 “오늘의 학술대회는 한글 창제에 있어서 불교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오랜 세월 한글을 연구해오신 여러 학자분과 함께 한글의 창제 이전부터 살펴보는 자리”라며 “이 세미나를 본격적인 출발로 삼아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며 한글 창제와 불교계의 연계성을 명확하게 밝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도 “오늘 발표와 토론을 위해 함께해주신 여러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이 연구모임이 더욱 확대되어 좋은 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훈민정음 창제에 불교계가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만큼 향후 통도사는 이 분야의 전문학자들과 더불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발원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지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향찰의 문자 표기론적 고찰’을 주제로 다뤘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향찰 연구는 해독, 표기, 문법 형태 분석 차원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향찰을 ‘문자’의 층위로 끌어올리면서 지금까지 전혀 다룬 적 없던 문제들로 향찰 연구를 새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창의적이고 실험적 문자인 향찰의 사용자 중 스님이 가장 많다는 사실에서 신라, 고려 스님들이 문자 사용자, 문자 전승자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발표에 관한 토론은 이용 서울시립대 교수가 맡았다. 

두 번째 주제는 문현수 인하대 교수가 ‘고려시대 화엄경 점토석독구결과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의 현토 방식 비교연구’를 발표했다. 고려 시대 당시 한문으로 된 경전을 해석하고(석독) 끊어 읽는 데(현토) 있어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된 점토(점과 선을 이용해 토를 다는 것) 방식에 대해 분석한 문 교수는 “고려 시대 자료인 ‘화엄경’ 점토석독구결과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을 분석해보면 구결점을 현토할 때 체계적인 방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훈민정음 창제 이전 시기에도 한문으로 된 경전을 우리말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자 체계를 바탕으로 불경을 읽고 학습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의 발표에 관한 토론에는 성우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참여했다.

세 번째 주제는 하정수 동국대 교수가 ‘고려 말 조선 초 능엄결 구결의 기입 양상과 계통’을 발표했다. 하 교수는 “‘능엄경’의 간행은 언해 사업의 전형”이라고 밝힌 뒤 “조선 초기 한글 창제 이후의 ‘능엄경’을 시작으로 하는 불경 언해 사업에서 고려 말 ‘능엄경’ 음독 구결 자료가 두 시대의 교량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의 발제에 관한 토론에는 이대형 동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종합토론은 백두현 경북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발표 및 토론자가 모두 참석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글 창제 이전의 문자 생활에 있어서 신라 시대부터 조선 초에 이르기까지 불교계 집단에서 글을 읽고 쓰는 표기에 관해 상당한 연구와 영향력을 가졌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성파 스님은 4시간여 동안 이어진 학술대회 내내 자리하며 발표와 토론에 집중했다. 통도사 주지 현덕, 수좌 명신, 유나 영일, 최근 개원한 경학원의 선행, 지상, 현정, 성보박물관장 송천 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뿐 아니라 제방 각지에서 불교계의 한글 연구에 주목해 온 스님과 재가 전문가들도 두루 참석해 관심을 반영했다.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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