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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개신교 중심 아동돌봄, 영유아교육 질적 저하 초래"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11.09 19:28
  • 수정 2023.11.13 17:30
  • 호수 1704
  • 댓글 1

[특별기고] 조준오 동국대 WISE캠퍼스 유아교육과 교수
'교회시설 아동돌봄 활용 재논의 필요성'

조준오 동국대 WISE캠퍼스 유아교육과 교수가 ‘교회 중심의 영유아 아동돌봄에 대한 재고’에 대한 기고를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현재 개신교 중심의 인사로 이루워진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는 전국 교회에서 영유아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심어주고 국가로부터 시설비와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종교시설 내 돌봄 활용’ 법안 개정을 위해 성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대해 조 교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면 재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집자

영유아기는 신체, 인지, 언어, 사회, 정서발달의 결정적 시기로서 전인발달 및 인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이다. 이에 모든 영유아에게 최적의 돌봄과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영유아교육의 중요성에 입각하여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치원에서 만 3-5세 유아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에서 0-만 5세 영유아 대상으로 교육과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영유아교사가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환경 속에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원화는 질 높은 영유아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에 유보통합이 추진될 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유보통합의 문이 약 30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2025년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되어 새로운 통합기관이 문을 열고, 새로운 교사 체계도 2026년부터 시작될 것이다.

유보통합의 가장 핵심사항은 공교육과 공보육의 필요성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좋은 교육·돌봄 서비스를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목표에 두고 유보통합을 추진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급식비 균형 지원, 누리과정비 추가 지원, 돌봄 시간 확대, 시설 개선 지원 등의 과제를 발굴하고 각 기관에 예산을 지원한다.

유보통합의 실시 배경을 살펴보면, 모든 영유아에게 0-5세 영유아가 이용하는 유아교육기관과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평등하게 받을 수 있게 하고, 개인 발달의 최적화함으로서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또한 최근 저출생의 문제가 커지면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취학 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생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매년 2000개씩 폐원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육기관의 공공성, 공교육화, 공보육화를 지속하고 유-보 격차를 줄이고, 취약 영유아를 위한 포용적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2013년부터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교육·보육료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영유아의 경우 2022년 각 연령별 전체 인구수에서 0세는 24.9%, 1세 86.2%, 2세 92.8%, 3세 89.4%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고, 유아의 경우 2022년 94.5%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의 공백은 일상적으로 야기되는 틈새 상황과 긴급 상황으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틈새 보육은 유아교육기관이 운영되지 않는 이른 시간이나 야간 등에, 긴급보육은 아이가 아프거나 재난 상황에서 요구된다. 일상적으로 돌봄의 틈새가 야기되거나, 긴급보육이 필요할 시에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원활하게 연계하여 그 공백을 메꾸는 방안이 요구된다.

아동돌봄서비스인 시간제보육 제공 기관은 2015년 216곳에서 2021년 현재 전국에 740곳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영유아의 부모가 희망할 경우 직장 또는 가정과 가까운 곳에 있는 어린이집 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2021년 실태조사에서 지역아동센터 4,295곳에 미취학 아동이 2,067명 이용하였다. 그러나 아이돌봄 역시 이원화되어 담당 부서부터 달라서 이들 사업 간의 연계에 관한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효율적 아동돌봄서비스를 위해 통합적 돌봄지원체계 구축과 돌봄 공백 유형별 아이돌봄서비스 연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유보통합 정책에서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개신교 중심으로‘0-3세 영유아 돌봄을 위한 종교시설 활용’관련법 개정 추진은 영유아교육계에 명분도 없이 기습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볼 수 있다.

개신교 중심의 0-3세 아동돌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재논의될 필요성이 있다.

첫째, 영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기독교 교육의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보육법 제3조 3항에 의하면 ‘영유아는 종교를 비롯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보육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6조 제2항에서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밝히고 있어 교육의 정치적, 종교적 중립성을 천명하고 있다. 만약 개신교계에서 아동돌봄을 실시한다고 할 때 과연 기독교 세계관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발생한다.

영유아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종교를 배제하고 아동돌봄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종교선택 자유, 철학적 사유 체계 확장성 저해의 우려가 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인 추세는 교육과 정치, 교육과 종교의 분리를 국가 교육의 기본 틀로 설정하고 있다. 심지어 개신교의 모태가 되는 유대교 중심의 이스라엘, 개신교가 가장 강한 미국이나 영국 역시 종교와 교육의 분리가 기본 체계이다. 그런데 개신교계의 아동돌봄은 자칫 어린 시절부터 음으로, 양으로 종교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과정 내에 종교교육을 조심한다 하여도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종교적 색채가 강할 수 있으므로 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는 성인보다 높은 확률과 수준으로 주변 환경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복제하게 된다. 이는 결국 종교적 편견과 불평등, 교육 내용의 제한성, 종교적 신념의 강요, 사회적 분열로 인한 갈등 심화 등으로 연결되어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고 중립적인 교육 기회를 제고해야 한다는 교육의 공공성에 상충된다.

둘째, 30년 영유아교육의 숙원사업인 유보통합에 찬물을 끼얹는다.
0-3세 아동돌봄은 유보통합이라는 빅텐트 아래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영유아교육계는 약 30년 만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일원화 체제로 개편하고, 이에 대한 후속 과제를 진행중이다. 이에 아동돌봄 서비스도 일원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신교의 아동돌봄은 영유아교육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비전문적 정책이다. 현재 개신교계에서 주장하는 0-3세 아동돌봄 법안 어디에도 영유아교육 관련 전문가의 의견 개진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영유아교육을 단순히 종교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자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였다. 백년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차대한 일에 일생을 관련 분야 연구를 해 온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졸속으로 입법 활동을 추진한다는 것은 마치 신학교 설립에서 신학자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신교계가 아동돌봄 영역에 진입하려면 최소한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 부모들의 의견도 묻고, 공청회도 진행하는 등의 종합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보육계와 유아교육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개신교의 법압 발의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행태는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야합으로밖에 비치지 않고, 그 진의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행태이다. 따라서 개신교는 유보통합이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한 후, 0-3세 아동돌봄을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협의하여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영유아교육의 질적 저해가 우려된다.
지역의 경제적, 교육적 생태계를 교란할 여지가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긴급보육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고 시간제 운영을 하는 어린이집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어린이집을 기반으로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 많은 종사자들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개신교계가 아동돌봄이라는 명목으로 진입하게 된다면 마치 골목상권을 장악하려는 대기업의 횡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개신교계의 아동돌봄 진입은 결국 제한된 영유아교육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시켜 기존 어린이집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실제 저출산으로 인해 해마다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많아지고 있고, 원아 감소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곳은 문을 닫거나 시간제 보육으로 전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많은 유아교사와 아이돌보미가 실직할 우려가 있다. 기독교계의 아동돌봄 진입은 지역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교육기관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그 곳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실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개신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동돌봄은 결국 이와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조준오 동국대 WISE캠퍼스 유아교육과 교수
조준오 동국대 WISE캠퍼스 유아교육과 교수

개신교가 아동볼봄으로 진입하려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인지,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회가 걸어왔던 길과, 지금 이 사업을 하려는 의도가 경제적, 선교적 의지 없이 정말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자세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왜 관련 분야 전문가나 부모에게 묻지도 않고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영역이고 전문적인 능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영역이면서 유보통합으로 질적 성장을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들고 나온 개신교계의 아동돌봄 진입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과연 개신교계의 아동돌봄 진입이 세상에 무례한 건 아닌지 자신들만의 유익을 추구한 행동은 아닌지 자문하고 사랑으로서의 해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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