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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선(55) 조사선 수행 - 상

기자명 법보

삶에 대한 의문에 10년 방황
김태완 법사 법문 듣고 공부
설법 이해하려 애쓰다 상기
‘내’가 하는 공부 아님에 좌절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사는 것이지? 사는 게 이게 다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느 날 아침에 라디오를 듣는데 명상법 내용이 흘러나왔다. 단순 호기심에 며칠 동안 따라 했다. 그러던 중 어떤 생각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어느덧 생각의 끝에 다다르니 ‘어떻게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머리가 맑아지면서 어떤 체험을 했다. 마치 구름 위를 거닐듯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생각의 끝에 도달한 것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환희로움이 한 달간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일종의 경계 체험인 것 같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다니던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회사를 떠났고 그 후 10년간 방황했다.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은 해소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결국, 답은 외부에서 찾을 수 없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 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전까지 나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는 분의 소개로 무심선원 김태완 선생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3년 동안 미친 듯이 집에서 법문을 들었다. 어느 때는 몇 날 며칠 24시간 동안 듣기도 했다. 그렇게 법문을 듣던 중 온갖 경계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경계에 끄달렸다. 그냥 놔둘 수 없어 용기를 내 처음으로 선원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했다. 김태완 선생님은 “경계는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혼자 공부하기보다 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거주하던 천안에서 법회가 열리는 서울까지 왕복 네 시간이 걸렸지만 2년 동안 꾸준히 법회에 참석했다. 힘들게 시간 내서 공부하는 만큼 조급한 마음이 들었고 법문의 내용을 자꾸 이해하려 애썼다. 그렇게 공부하던 중 몸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꽉 조여 터질 듯이 아팠고 늘 어지러웠다. 지하철에 타기만 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워 자리에 앉을 수도 없었다. 집에서 법문을 틀면 1분이 지나지 않아 머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듣질 못했다.

‘나는 이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절망감이 들었다. 이번 정진법회까지 참석해 보고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공부를 그만해야겠다는 다짐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같이 공부하는 도반을 만났다. 내 사정을 들은 도반은 다시 선생님과 면담해 보라고 조언했다. 면담을 통해 내가 겪는 통증이 공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생기는 ‘상기병’인 것을 알게 됐다. 선생님은 앞으로 집에서는 법문을 듣지 말고 법회 시간에만 참석해 들으라고 지도했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나는 할 수 없구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공부구나’ 하며 좌절했다.

그렇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TV 화면이 멈추듯 차들이 ‘툭’하고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뒤이어 오던 차도 ‘툭’하며 끊어지듯 멈췄다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이게 뭐지?’라며 의문이 들었다.

[1761호 / 2025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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