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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식(보명·66) 간화선 수행 - 상

기자명 법보

격변의 시절 삶에 대한 의문
법정 스님 책으로 불교 입문
김홍근 교수 강의 감명받고
본격적으로 간화선 수행 시작

고요와 적막에 쌓인 이른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이뭐꼬’를 챙기며 하루를 맞이한다. 오늘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인사동선원 일요일 공부 모임이 있는 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어 선원으로 향한다. 

나의 생활 터전이었던 서울 신촌은 1990년대 학생운동과 진압으로 최루탄 가스가 난무했고, 2000년대에는 밤낮으로 음주와 향락의 인파가 넘쳤다. 사회적 갈등으로 반목과 불신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과 직장의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과 회의로 방황했다. 왠지 모를 허전함과 삶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즈음, 성철 스님의 열반을 계기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침 당시에 읽은 법정 스님의 글이 다소 위안이 되어 스님의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책에 적힌 구도자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고 불교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004년 2월 조계사 불교대학에 들어가 기본교육을 마치고 보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5년에 거쳐 불교대학 심화과정,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며 불도에 점점 젖어들어 갔다.

도반들과 참여한 합천 해인사 수련대회 새벽예불에서 받은 감동은 신심을 고취시켰다. 신행생활을 하며 당시 유행했던 사마타·위빠사나, 요가명상, 건포도명상, MBSR 등 동서양의 다양한 명상에 참여했으나 크게 와닿지 않았다. 대신 날마다 금강경 독송과 108배, 좌선으로 하루를 보냈다.

김홍근 교수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내 신행생활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2008년 불교대학 대학원 2학년 과정에서 ‘하이데거와 선(禪)’이라는 주제로 김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당시 교수님의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교육의 목표는 ‘참나에 대해 눈뜨기’이고 그것은 머리가 아니고 온몸으로 체득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우리 안에 있는 푸른 하늘처럼 투명한 순수의식이 바로 ‘참나’이며 생명의 실상이다.

모든 공부의 끝은 온몸으로 부딪쳐 스스로 진리를 터득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의식을 청소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구름을 걷어내야 푸른 하늘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정신문명에서는 흔히 수도, 수양, 수행 등의 말로 표현해왔다. 모두가 지식을 넘어서 직접 몸으로 닦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닦는 교육의 최종 목적은 ‘눈뜨기’이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인류의 위대한 정신문화 유산은 나름대로 참나에 대해 눈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 길을 가장 구체적으로 밝힌 방법이 선(禪)이다. 다행히도 한국에선 그 방법이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다.

마음의 눈을 뜨고 싶지 않은가? 막 고치를 벗어나 첫 비행을 나서는 나비를 상상해보라! 여러분과 그 설렘을 나누고 싶다. 장자의 나비 꿈을 함께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붕새가 되어 구만리 창공을 훨훨 날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은 더 밝고, 따뜻하며, 행복해질 것이다.”

많은 공감과 감명을 받으며 나는 수행하리라 마음을 다졌다. 교수님의 간화선 수행 권선으로 깨달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마음에 뭉클한 그 무언가가 용솟음쳤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자마자 여의도에 있는 참선공부 모임에 동참했고, 두 달 후 강원도 춘천 시골의 작은 암자에서 간화선 집중수행 일정에 참여했다. 수행에 앞서 교수님의 화두법문을 통해 처음으로 화두를 접하고 2박3일의 집중수행을 시작했다.

[1765호 / 2025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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