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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식(보명·66) 간화선 수행 - 중

기자명 법보

화두 마주한 첫 집중수행서
몸·마음 흔든 진동현상 경험
좌선 중 찾아온 ‘공’의 체험
“비로소 공부 시작” 조언도

 

“여러분, 저 보이십니까?”
“네.”
“무엇이 저를 봅니까?”
“눈이 봅니다, 내가요, 정신이요, 마음이요, 의식, 영혼….”
“지금 여러분은 입으로 온갖 답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언어지 언어가 가리키는 실물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답은 모두 관념일 뿐,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여러분의 말문이 막힙니다. 말문이 막힘에도 여전히 보는 것은 있지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이 질문에 답하셔야 합니다. 답을 찾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갑갑해질 것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포기하고 싶겠지만, 여러분은 오직 답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2박 3일 동안 진행된 집중수행의 첫날은 아무런 변화 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 오후부터 몸에서 작은 진동이 시작됐고, 그 진동이 멈추자 차츰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한 답답함이 생기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상태가 이어졌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자성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김홍근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버틸 수 있었다. 목의 답답함이 풀리는가 싶더니 진동이 다시 시작됐고, 점차 그 강도가 심해지더니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마치 설원에서 스키를 타듯, 팔과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몸의 움직임 속에서도 정신은 또렷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깨에 있던 무거운 짐이 떨어져 나가듯 갑자기 힘이 빠졌다. 몸과 마음이 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가슴의 답답함이 사라지자 온몸이 무너지듯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한참을 지나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니 청량한 공기의 상쾌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주변 나무들과 오가는 새들의 안부 인사, 초롱초롱 빛나는 하늘의 별들이 주는 황홀감, 늘 보던 풍경이지만 난생처음 느껴보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다가왔다.

이후 춘천에서 겪은 ‘진동현상’은 좌선할 때마다 반복되더니 두 달 뒤에 사라졌다.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심이 남아 있었으나, 공부에 대한 믿음은 이전보다 더욱 굳건해져 갔다. 법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김 교수님의 법문을 열심히 들었고, 도반들과 함께 근·현대 고승들의 수행 정신이 살아있는 문경 김룡사와 대승사 묘적암을 참배하며 정진의 끈 또한 놓지 않았다.

2010년 12월 25일 새벽, 좌선 중 화장실 문이 ‘꽝’ 하고 닫히는 소리에 마음이 문득 텅 비는 체험을 했다. 이는 마음을 억지로 조작한 결과가 아니라, 단지 그러한 체험이 의도치 않게 저절로 일어난 것이다. 적막 속에서 의식이 또렷이 깨어있는 상황이 오래 유지되었고, 몸과 마음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이후로 오랫동안 밤에 잠들지 못했으나, 의식은 생생했고 밤을 지새워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마다 연세대와 안산을 산책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나날의 일상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가시지 않는 찝찝함이 자리 잡았고, 아직은 이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예기치 못한 역경계에 부딪혔을 때 의연하게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교수님은 지금까지의 공부는 발심을 굳건히 다지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소를 찾았으면 이제부터 오랫동안 그 소를 길들이는 것이 남은 공부라며, 마음의 빗장문이 열렸으니 진의(眞疑, 진짜 의심)를 들고 더욱 정진하라고 다독였다.

[1767호 / 2025년 3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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