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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운람사 주지 등오 스님 

느낌 하나하나 관찰하며 그 안에 머물면 그 자리가 바로 해탈의 자리

출가 이후 40년 수행, 한마디로 정리하면 네 가지 마음챙김 공부
눈 감고 몸 상태를 관찰하며 명징하게 인지하는 것이 공부 시작
바로 이 자리 이 순간이 완전한 지혜 얻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수업을 시작할 때 드린 이 책 기억나시지요.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인데 남방불교에서는 위빠사나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알아차림을 뜻합니다. 저는 출가 후 40년째 수행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공부한 내용이 그 책 안에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부처님의 말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챙김 공부입니다.

독송하자면 “비구들이여 이 도는 유일한 길이니 중생들이 청정을 이해하고 근심과 탄식을 건너기 위한 것이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터득하고 열반 해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 가지 마음 챙김의 확립(四念處)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비구는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고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고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며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부지런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이렇게 마음을 챙기는 방법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이 몸입니다. 잠깐 눈을 감으세요. 눈을 감는 이유는 의식이 항상 바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빨리 해탈할 수 있는, 그러면서 마음이 청정해지고 편안해지고 안락해질 수 있는 첫 번째 기법입니다. 마음을 챙기는 것은 요즘 말하는 ‘멍 때리기’와 다릅니다. 깊은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입니다. 눈을 감으시고,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게 성품입니다. 큰 소리가 나면 큰 소리인 줄 알고 작은 소리가 나면 작은 소리인 줄 알고 물이 끓으면 끓는 줄 아는 것입니다. 물의 온도가 내려가면 물은 조용해집니다. 끓는 게 사라져 고요해진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합니다. 마음은 그냥 있으면 마구 돌아다닙니다. 그렇지만 하던 행위를 멈추고 편안하게 내면으로 향하면 마음을 알게 됩니다.

 지금 제가 느낀 걸 얘기해 드릴까요? 저는 두 손바닥에 따뜻함을 느낍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엉덩이에 쿠션의 푹신함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지금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가 몸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겁니다. 사이사이로 기침 소리도 들려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있는데, 그 순간 몸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귀를 통해서 알려지는 소리들이 그대로 인지됩니다. 여러분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찬불가 ‘보현행원’ 내용에 ‘시방세계 부처님 우주 대광명 두 눈 어둠 이내 몸’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마음은 항상 본래 밝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평상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하던 행위를 멈추고 쉬고 있으면 굉장히 많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많이 알아차릴수록 지금 현재와 명징하게 함께하게 됩니다. 동시에 아무런 번뇌 없이 자신 안에 머물 수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1분간 눈을 감은 상태로 이 마음을 통해서 무엇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있는지 느껴봅시다.

이제 천천히 눈을 뜨세요. 제가 보입니까? 노력해서 보는 것이 아니지요. 이렇게 저절로 보아서, 아는 게 우리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음은 거울과 같습니다. 들어서 아는 마음이고 냄새 맡아 아는 마음이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마음입니다. 참으로 맑고 깨끗하고 청정한 거울과 같아 거짓 없이 비추는 마음입니다. 거울은 색깔과 형상만을 비춥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소리도 비추고, 냄새도 비추고, 맛도 비추고, 감각도 비추고, 떠오르는 생각 감정까지 다 비추고 있습니다. 환하게 밝은 이 마음인데 여러분이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두 눈이 어둡게 되는 것입니다. 시방세계 부처님은 우주 대 광명이라 환하게 밝은 이 마음을 쓰기 때문에 안으로는 고요하고 밖으로는 환하게 비춥니다. 

이 마음을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정리를 하셨는지를 제가 짧게 읽어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대상으로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몸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앉아 있다는 상태를 자각하고 누워 있으면 누워 있는 상태를 자각하고 걸어가면 걸어가고 있다는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마음이 생각에 빠져 있지 않고 항상 깨어있어 현재의 상태를 끊임없이 자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깨어 있는 의식과 완전히 하나 되면 환하게 밝은 마음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경전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들어봅시다. “다시 비구들이여, 비구는 걸어가면서 ‘걷고 있다’는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잘 지켜보며 알고, 서 있으면서 ‘서 있다고’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잘 지켜보며 안다. 앉아 있으면서 ‘앉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누워있으면서 ‘누워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또 그의 몸이 다른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 그 자세대로 있는 그대로 그 상태를 잘 지켜보며 안다. 그는 세상의 어떤 것도 움켜쥐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비구는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자 이제 집에 가서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냥 바닥에 앉아 해도 되고 의자에 앉아 해도 관계없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여러분의 자세가 먼저 인지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굽어 있는 여러분의 허리가 똑바로 펴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눈을 감고 있어도 몸의 자세를 분명히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게 앉아 있는 자세에서 시간이 지나면 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부처님은 몸의 변화, 움직임 이런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합니다. 부연하면 첫 번째는 앉아 있는 정지된 자세를 알아차리고, 두 번째로 움직이는 자세를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의식은 바깥에 있지 않고 온전히 몸과 함께 하며 깨어 있는 의식으로 마음의 평화 속에 머물게 됩니다.

어제 저를 찾으신 분과 함께 잠깐 마음챙김을 하며 앉았는데 그분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이렇게 좋은 공부가 있구나 하고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때 앞으로 나아가는 줄 알고, 뒤로 물러날 때 뒤로 물러나는 줄을 분명히 알면서 행해야 합니다. 앞을 볼 때도 돌아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앞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구부릴 때도 분명히 알면서 구부리고 펼 때도 분명히 알면서 몸을 펴야 합니다.

먹을 때도 마실 때도 씹을 때도 맛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먹고 마시고 씹고 맛을 봐야겠지요. 부처님 당시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에서는 공부할 때 세 가지를 점검합니다. 움직이면서 하는 공부, 앉아 있으면서 하는 공부, 세 번째가 먹는 공부입니다. 공부할 때 빨리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 삶에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음식은 손으로 떠서 들면 입이 벌어지고, 그 안으로 수저가 들어가고 혀로 맛보며 이로 씹습니다. 그 다음에 목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을 온전하게 느끼며 지켜봐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나 느낌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먹기 위해서는 천천히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자체가 공부가 됩니다. 그냥 음식이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지켜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 자체로 공부가 되면서 소화 또한 잘 되게 됩니다. 걸으면서 서면서 앉으면서 잠들면서 잠을 깨면서 말하면서 또는 침묵하면서 그 행동을 분명히 인지하고 알면서 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안으로 몸을 관찰하며 머물게 되면 산란하던 마음도 현재 이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 그 순간이 깨달음의 순간이고 빛나는 순간이고 광명의 순간이고 해탈의 순간입니다. 또한 완전한 지혜로 이끄는 자리입니다. 이것을 분명히 알고 수행하는 지혜로운 불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정리=류현석 대구·경북지사장

위 법문은 1월 25일 경북 의성 운람사 주지 등오 스님이 대원불교대학 27기 졸업식에서 법문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765호 / 2025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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