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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해설하며 불심 키운 대학생들, 이젠 일당백 포교사”

  • 무진등
  • 입력 2025.08.18 14:56
  • 수정 2025.08.18 15:06
  • 호수 1789
  • 댓글 0

왜곡된 사찰 해설 바로잡고
청년 불자 포교 발원하며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 양성
힘든 시절 이겨내기 위한 108배
1천배 1200일 기도로 이어져
수행·전법 제주불교청년회 창립도

제주 관음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들과 함께 한 김보성 대표(가운데). 2024년 시작된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 양성을 통해 배출된 15명의 해설사들이 현재 제주 지역 곳곳의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주 관음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들과 함께 한 김보성 대표(가운데). 2024년 시작된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 양성을 통해 배출된 15명의 해설사들이 현재 제주 지역 곳곳의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다.

“관음사는 처음이신가요? 저희가 안내해 드릴까요?”

제주 관음사 주차장 한편, ‘사찰 역사·문화 안내센터’가 자리한 작은 컨테이너 안에는 불교를 공부하는 젊은 대학생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외국인까지, 누구든 사찰을 찾으면 한달음에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는 이들은 바로 ‘제주불교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들이다. 이들의 활기찬 활동은 왜곡된 사찰 해설을 바로잡고, 나아가 불교 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난제에 맞서는 새로운 전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특별한 포교 활동은 김보성(구담·58) 대한사찰문화해설사회 대표이사의 원력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국 사찰 순례 중 불자가 아닌 문화관광해설사들이 불교를 왜곡하여 설명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관광객의 눈으로는 그 왜곡의 깊이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사찰에서 일정한 비용을 받고 활동하는 해설사마저 불교를 왜곡하거나 승가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그때부터 저는 ‘불자를 교육시켜 사찰해설사로 세워야겠다. 그것이야말로 불교와 사찰을 향한 왜곡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을 품게 됐습니다.”

왜곡된 사찰해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보성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바로 불자를 전문 사찰해설사로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2019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사찰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정식으로 개설해 그 원력을 행동으로 옮겼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30여 명의 해설사와 함께 제주 사찰과 지역 역사유적을 답사하며 불교 기초교리를 공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 과정은 지난해까지 6기, 250여 명의 전문가를 배출하며 제주의 주요 사찰에서 활동하는 해설사들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양성과정은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 스님,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등 쟁쟁한 강사진을 자랑하며, 불교 기초교리와 지역 역사를 공부하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 대표가 직접 사찰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제작한 ‘사찰문화해설사 가이드북’이다. 이 가이드북에는 해설사의 정의부터 불교 기초 지식, 불교 건축물에 대한 세밀한 설명까지 해설사에게 필요한 정보가 빠짐없이 담겨 있어, 양성과정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렇게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불교 인구 감소라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깊은 고민 끝에 대학생 전법을 구상했다. 그는 불교 인구 감소의 원인을 ‘내부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들을 제대로 이끌지도, 지속적으로 함께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왜곡된 해설이 이어지는 한 불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고,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떠올린 해법은 바로 대학생이었다. 방학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사찰문화해설사라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하고 이를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을 모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무작정 제주교대를 찾아가 불교동아리 지도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제주불교청년회 회원들에게도 취지를 알리며 발로 뛰었다. 심지어 대학에 다니던 딸에게도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친구들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야 겨우 15명의 학생을 모을 수 있었다. 강의 장소 역시 발품을 팔아 수소문한 끝에 제주대 강의실을 임대했다. 그러나 막상 교육을 시작하니, 불교를 전혀 모르는 학생이 절반 이상이었다. ‘불교란 무엇인지, 부처님은 어떤 분인지’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어야 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먹했다. 스님께 합장하는 법조차 어색해하던 학생들이었지만, 불과 일주일간의 짧은 교육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한 일주일 교육이라, 과연 현장에 투입해도 될지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죠. 관광객에게 먼저 다가가 해설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절을 당하거나 어려운 질문을 받아도 스스로 공부하며 한 걸음씩 성장해 갔습니다. 절에서 생활하며 자신이 점점 불자가 되어감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김 대표는 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보람을 느꼈다. 불교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점차 불자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이자, 청년 포교가 나아갈 길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들은 방학 동안 제주 관음사, 약천사, 법화사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들이 배운 것을 널리 전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제주 관음사에서 사찰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 관음사에서 사찰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재 활동 중인 대학생 해설사들은 한목소리로 “해설을 하며 불교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주교대 초등교육과 3학년 김유진 학생은 “관음사에서 해설하며 불교를 더 깊이 배우고 알릴 수 있어 즐겁다”고 했고, 제주대 사학과 1학년 오준혁 학생은 “활동을 하면서 불교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더 공부하게 된다”고 전했다. 부경대 위성정보융합학과 2학년 김민희 학생은 “사찰을 함께 돌며 ‘아, 이런 뜻이 있었구나’라는 반응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남대 경영학과 2학년 송다은 학생은 “불교를 전혀 몰랐지만 관광객과 소통하며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제주 관음사에서 사찰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 관음사에서 사찰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불교와 인연을 맺은 대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 대표지만, 정작 그 자신이 ‘불자’가 된 것은 30대에 들어서였다. 그는 어머니가 불자였고 이모부가 스님인 집안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절은 생활의 일부였다. 하지만 깊은 수행을 하거나 신심이 우러나오지는 않았다고 회고한다. 본격적으로 불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라는 거센 파도를 마주하던 시기였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발걸음이 닿은 곳은 법화사. 그곳에서 주지스님께 법명을 받은 그는 ‘108배라도 해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고, 그 정성은 100일 동안 이어졌다. “100일간 이어진 108배는 꽉 막혀 있던 마음을 열어주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었습니다.”

그 마음의 변화를 힘으로 삼아 더 깊은 기도의 길에 들어섰다. 1000배에 도전한 뒤 100일, 200일을 넘어 결국 1200일에 이르는 장대한 원력을 완주한 것이다. 이 수행의 시간은 자신이 진정한 ‘불자’임을 확고히 새겨주었고, 회향의 순간 그는 ‘이렇게 고맙고 귀한 종교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원력을 품게 됐다. 공부하면 할수록 불교는 더없이 좋은 종교였으며, 단순히 기복의 신앙으로만 아는 이들을 보면 올바르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부처님 법을 바르게 배우고자 그는 서귀포불교대학 학생처장을 맡았고, 그곳에서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불자로서 성장했다. 불교대학에서의 배움은 그의 신심을 더욱 단단히 다져주었다.

1200일 기도를 회향한 뒤, 그는 포교의 원력을 실현하고자 제주불교청년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제주에만 청년회가 없더군요. 수행과 순례, 포교, 전법에 집중하는 청년회를 만들고자 힘썼습니다.” 직장 생활과 기도, 청년회 활동을 병행하느라 밥 한 끼 먹을 시간조차 부족했지만, 전법과 포교에 대한 열정은 그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청년회 창립을 통해 제주 불교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역할을 자임했다.

제주불교청년회장을 맡은 김보성 대표는 창립 이후 10년간 다양한 활동으로 제주 불심을 이끌었다. 그는 수행과 순례, 포교에 힘쓰며 국제불교청소년교환캠프를 주관해 12개국 200여 명의 청소년을 맞이하는 등 국제교류 활동도 펼쳤다. 또 ‘불교는 가족이 함께하는 종교’라는 취지로 ‘아빠와 함께하는 스키캠프’를 시작했다. 매년 강원도로 떠나는 스키캠프의 회향은 월정사에서 진행했으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사찰 투어를 통해 어려서부터 불교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했다. 여름에는 이불 만들기, 도마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불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고, 불자가 아니던 가족들이 절에 발을 들이며 가정의 화합과 포교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는 계기가 됐다.
그는 승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동안거 기간에는 기본선원 학인 스님들에게 귤을 보시했다. 처음에는 선원이 어디에 있는지, 강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지만, 그 원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져 지금은 후원 범위가 전국 200여 곳으로 넓어졌다.

승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국 선원·강원에 귤을 보시했다.
승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국 선원·강원에 귤을 보시했다.
제주불교청년회에서 진행한 '가족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반이 전혀 없었기에 모든 것을 발로 뛰며 찾아내고 알아봐야 했고,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본 지는 오래였다. 사찰을 찾아다니며 스님들을 만나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관공서 문을 수없이 두드렸다. 그의 활동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포교에 대한 열정만큼은 한 번도 식지 않았다. 

“그렇게 달려온 세월이 어느덧 10년입니다. 그 시간은 저를 지치게 하는 숫자가 아니라, 경험과 신심, 원력의 농도가 깊어지는 숙성의 시간이었습니다.”

2024년 첫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 수료식. 
2024년 첫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 수료식. 

그렇게 성장해 온 포교 원력이 지금의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해설사 수를 늘리는 데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설명하는 일은 단순 학습보다 몇 배의 효과가 있는 만큼, 대학생 사찰문화해설사를 통해 신심 깊은 청년 불자를 양성하는 것이 그가 세운 진정한 목표다. “돋보이고 싶어서,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불자로서 포교해야 하고, 이것이 저의 포교 방편입니다.”

그는 제주를 넘어 한국불교 전반에 젊은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해, 대학생 포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국으로 펼쳐가고자 한다. 많은 원력이 한데 모이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교육과 포교의 길 위에서 쉼 없이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1789호 / 2025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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