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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상구보리 하화중생

기자명 미탄 스님

법장보살 52서원은 다 이루어져

법장보살 공약엔 자비 절절
정토 불교 매력은 하화중생
부처, 범부 아니었던 이 없고범부, 부처 되지않는 이 없어

‘무량수경’에는 48대원과 게송 형식인 4가지 원을 합치면 총 52가지의 서원이 있습니다. 이 52가지 서원은 법장보살이 세자재왕불 앞에서 세운 자기 국토에 대한 공약입니다. 또한 법장보살이 성불한 지 10겁이 되었다고 석가모니불께서 말씀하셨으니, 그 공약은 모두 이루어진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시대와 사회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한 자비가 절절합니다. 그야말로 ‘하화중생’의 표본입니다. 정토 불교의 매력적인 면은 부처의 중생 교화뿐 아니라, 중생이 미래에 하게 될 ‘하화중생’도 언급한 점입니다. 그 내용은 제22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의 국토에 왕생하면 결국에는 일생보처가 될 것입니다. 다만 그의 본원이 자유롭게 중생들을 교화하는 것이어서, …중략…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교화하여 위없이 높고 올바른 깨달음에 머물게 하고, …중략… 보현보살의 공덕을 닦고자 하는 자는 제외합니다.”

모든 서원 중에서 그 내용이 가장 길기에 허락된 지면상 다 소개하지는 못했습니다. 제22원에 대한 한글 번역은 오역인 경우가 있어 동국대 김호성 교수님의 ‘무량수경 제22원의 번역 문제’라는 논문을 읽어 보시면 공부가 될 것입니다. 

위의 내용을 세친은 ‘정토론’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대자비로써 온갖 괴로움에 번민하는 중생을 관찰하고, 또한 응화신으로 생사의 동산과 번뇌의 숲으로 다시 들어가 신통으로 노닐면서 교화할 땅에 이르러 본원력으로 회향한다.”

이 내용을 담란은 ‘정토론주’에서 환상회향(還相廻向)이라고 했습니다. 중생으로서 세친의 노래를 보면 눈물 나게 감동적입니다. 호들갑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 사바세계의 고통이 싫어서 괴로워하다가 아미타불의 명호를 겨우 만나 왕생하게 되었으니, 그 즐거움을 누리기만 해도 그동안의 한이 다 풀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도 미루고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중생에게 돌아가 다시 아미타불의 은덕을 자신의 본원력으로 회향합니다. 법장보살의 서원이 다시 중생에게서 생겨나는 순간입니다. 또한 본원력에 따라 응신(應身)과 화신(化身)으로 나타나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많은 불보살님을 마주쳤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인연’보다는 ‘불보살의 인연’으로 중생은 제도되는 것입니다. 

법장보살의 ‘상구보리’ 덕분에 극락이 이루어졌고, 아미타불의 ‘하화중생’ 덕분에 가장 하근기 중생도 극락에 왕생하는 ‘왕상회향(往相迴向)’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극락의 중생은 자신의 본원력으로 ‘환상회향’합니다. 원효가 아미타불의 대승광지(大乘廣智)를 설명하면서 ‘비롯함이 없다고 하여도 한 부처님도 본래 범부가 아니었던 적이 없으며, 본래 범부였더라도 한 사람도 부처가 되지 않는 자는 없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범부와 부처 사이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끝도 없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순환이 정토 불교에서는 ‘왕상회향’과 ‘환상회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실 완벽한 중생 제도는 성불하고 나서, 또는 적어도 극락왕생 이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생의 선택지에는 ‘상구보리’만 있고, ‘하화중생’은 없을까요? ‘관경’에는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신 극락왕생을 위한 삼복(三福) 중에 ‘권진(勸進)’이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수행을 권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염불을 ‘권진’할 수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미탄 스님 mitankha@gmail.com

[1791호 / 2025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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