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지인의 소개로 집 근처 절의 불교대학에 다니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부처님 법을 접했다. 그 전까지는 오직 나 자신의 일과 진로만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법문을 듣고 절에 다니는 일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게다가 신행에는 봉사도 수반되었는데, 불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남을 돕는 일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버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차츰 법문을 듣고 수행하는 일상이 익숙해졌고, 내면에도 안정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해마다 한두 차례 참여했던 위빠사나 집중수행은 초반에는 힘겨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난생 처음 맛보는 편안함과 희열을 선사했다. 이 경험은 바깥만 바라본 채 애쓰며 살아왔던 지난 삶을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해탈을 설하신 부처님 법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2021년까지 절에 꾸준히 다니며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길을 본받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반 중 한 명이 티베트불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도반은 “거기서 내가 평소 품었던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강한 울림이 되어 티베트불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청전 스님과 김성철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보리도차제론(람림)’을 알게 됐고, 더 깊이 배우고자 길을 모색하다가 삼학설행사 남카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함께 공부하던 도반이 “이미 법문을 많이 들었는데 왜 또 다른 길을 헤매느냐”고 물었을 때, 그 말이 내 마음을 깊이 찔렀다.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법을 갈망하는가?’라는 물음이 따랐다. 어느 날 108배를 하는데, 예전에 간호사로 일할 때 만났던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던 환자들, 기계음이 가득한 병실 풍경은 여전히 내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내 안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과 고통이 많았으며, 이를 치유하려면 더 넓고 깊은 배움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특히 티베트불교가 인도의 날란다대학 전통을 이어왔단 사실은 큰 감동이었다. 과거 성지순례 때 방문했던 날란다 대학의 폐허가 떠올랐다. 수많은 경전이 불태워지는 데 3개월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웠는데, 그 전통이 티베트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은 나를 확신하게 했다. 티베트불교 승원에서 학승들이 산스크리트 경전을 티베트어로 옮기고, 문자까지 새롭게 만들며 전승해온 이야기는 경이로웠다. 그렇게 남카 스님의 법문을 따라 기도와 공부를 시작했고, 나란다불교학술원에서는 티베트어까지 배우게 되었다.
2022년 6월, 남카 스님을 따라 달라이라마 존자님을 친견하는 인연도 얻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보살계를 수지했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세세생생 보살의 삶을 살아온 진짜 불보살님께서 계를 주신다’는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어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스승님이셨던 6대 링린포체님의 환생자인 7대 링린포체님을 친견해 법문과 관정을 받고, 밀교 사원의 장엄한 불상과 모래 만다라, 수행에 몰두한 스님들의 모습도 직접 보았다. 모든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졌다.
2023년 겨울, 보드가야에서 열린 대기원 법회에 참석했을 때는 전 세계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기도하는 장엄한 현장을 목격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공양과 절, 끊임없는 기도와 발원 속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양한 근기에 따라 다양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다’는 사실이 다시금 가슴 깊이 다가왔다. 서로 다른 전통과 배경을 지닌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뜻으로 기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1792호 / 2025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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