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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타이 동성애 문제와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동성애, 전생 업보인가 타이 문화 일부인가

<사진설명>‘철의 여인’이란 이름을 지닌 이 배구단은 코치와 선수 모두가 동성애자들로 구성된 팀이다.

“타이는 불교와 투어리즘(tourism)으로 이뤄진 사회”란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6500만 국민 가운데 90%를 웃도는 이들이 불교를 받들어왔고, 한 해 1천만명이 넘는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경제를 먹여 살린다 해서 생긴 말이다. 그만큼 ‘불교’와 ‘관광’은 타이사회의 정신과 물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두 축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난해 연말 쓰나미가 푸켓을 비롯한 남부 안다만해 연안 6개 주를 휩쓸어버린 타이 사회는 실로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 타이정부는 쓰나미가 빠지기 무섭게 곧장 ‘투어리즘’ 복구에 온갖 정열을 다 바쳤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값도 모른 채 쌀자루부터 내민다’고 했던가.

아직 희생자 주검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1월 중순부터 타이관광국은 이른바 ‘쓰나미 트레일’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건 말그대로 관광객들에게 쓰나미 피해지역을 ‘패키지’로 돌리겠다는 계획인데, 피해주민과 시민사회가 발끈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자 타이관광국은 “피해지역뿐만 아니라 지원단체들, 고아원, 임시숙소 같은 곳을 보여주면 관광객들로부터 기부금도 받을 수 있고…”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쓰나미 팔아 ‘관광사업’

그러나 타이 정부의 광적인 ‘투어리즘’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부가 방니앙비치(Bang Niang Beach) 앞바다에다 초현대식 크리스털 돔을 세워 희생자 이름을 적어 넣고 관광객들이 물을 밟으며 쓰나미를 체험토록 하겠다는 희한한 ‘쓰나미기념관’ 건설 계획을 내걸었다. 그 야심찬 ‘쓰나미기념관’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자그마치 20억바트(약560억원)라니, 간 큰 정부에 기가 질릴 수밖에.

“희생자 구호사업에 투입할 돈도 없는 마당에 기념관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푸켓에서 만난 타이 기자들은 저마다 정부를 난타했다.

자, 이번에는 동성애자들이 나섰다. 푸켓에서 ‘국제 게이 페스티벌’을 열어 쓰나미 희생자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히자, 정부는 ‘한 건’ 물었다는 듯이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인권은 없고 상술만 판쳐

<사진설명>푸켓 국제병원에서 이루어진 성전환 수술 장면.

그러자 「네이션」지 기자 페나파는 “관광을 내걸고 뭐든 팔아먹는 이런 행사가 실질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이나 쓰나미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의문스럽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또 1990년대 중반 승려가 시체를 강간하는 영화를 만들어 충격을 던졌던 독립영화감독 잉 같은 이들은 “소수 인권에 대한 인정 없는 그런 행사는 섹스산업을 위한 눈가리기일 뿐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미, 타이 정부는 1997년 경제위기가 몰아닥치자 ‘고품질 의료수준+저렴한 수술비용+푸켓 휴식’을 하나로 묶은 특별상품을 내걸면서 투어리즘의 ‘놀라운’ 수준을 과시했던 바 있다.

비록 타이가 문화적. 인종적 이질성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흡입력이 강한 사회임에 틀림없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동성애나 성전환 문제에 상당히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 정부의 이중성이다. 그렇게 성전환수술을 관광상품으로까지 팔아먹으면서도 정작 그 성전환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니 말이다.

유와렛 같은 이들은 평생 소원이었던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태어날 때 받은 성은 바꿀 수 없다’는 현행법에 따라 몸만 여성일 뿐 신분은 여전히 남성인 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전환 수술 인정과 성전환자에 대한 법률적 인정은 반드시 한 몸이어야 한다. 정부가 성전환 수술을 인정한다면 마땅히 그 대상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의료법 전문가 위툰 웅프라판은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야만’이라 몰아 부쳤다.

실제로 성전환자들은 ‘강간방지법’ 같은 기본적 법률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타이 사회 한 축을 이루는 불교는 과연 동성애나 성전환을 놓고 어떤 태도를 보여왔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동안 불교는 이미 세계적 경향성을 지닌 이런 문제를 놓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톨릭이 동성애나 성전환은 말할 것도 없고 임신중절이나 심지어 콘돔 사용을 놓고도 ‘옳든 그르든’ 치열하게 자기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불교는 ‘논쟁 속에서 논리가 발전한다’는 매우 단순한 상식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성전환자 법적 보호 전무

“가톨릭이나 이슬람이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성격을 지녔다면, 불교의 기본원리는 남을 간섭하지 않는데 있다. 성전환이나 동성애가 남을 해코지 않는 다음에야 문제될 게 없다.”

타이 승가에서 가장 원로급에 속하는 텝 디록 스님은 성전환자나 동성애자들을 모두 전생의 ‘업보’라 여기는 보수불교의 일반적인 입장을 대변했다.

시민사회에서 진보를 대표해온 낏띠삭 낏띠소바노 스님은 “불교가 이런 사회적 현상을 놓고 정확한 입장을 밝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가 존재할 까닭이 없다”며 모든 걸 ‘업보’라 여기는 전통불교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승가 원로 “동성애는 업보”

“동성애는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존재했음을 불교에서도 기록해왔고 따라서 고대불교에서도 인정했던 주제다. 이건 업보가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었고 또 타이 문화이기도 하다.”

낏띠삭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승려사회 내부에서 벌어져온 ‘억압적’인 동성애 문제도 함께 공개해 왜곡된 성을 깨트리면서 동시에 불교 스스로 사회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설명>태국 시민사회에서 진보를 대표해온 낏띠삭 낏띠소바노 스님.

그런가 하면, 비구니를 인정하지 않는 타이 승가와 부딪치다가 결국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고 돌아와 타이에서 유일한 비구니로 살아가는 불교학자인 찻수만 까비릴싱 스님은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게 뭐가 이상한가?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불교 교리에서도 동성애를 부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까비릴싱 스님은 “헌법에서 비구니를 인정하지만 현실 속에서 비구니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성전환수술을 인정하면서도 성전환자들을 법률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건 시민사회의 가치를 무시한 처사다”고 목청을 높였다.

불교계, 성문제 외면 일관

현실 속에서 이제 더 이상 ‘성’이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듯이, 그 성이 선택적 가치로 드러난 이 도도한 인류사적 흐름 앞에 타이사회를 주름잡아 온 보수불교도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되었다. 불교가 소수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침묵만이 최선이 아니다. 불교도 모르면 사회로부터 배워야한다.”
낏띠삭 스님 말이 기인 여운을 남긴다.

한겨레21 아시아네트워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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