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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호주 불교호스피스 연합

기자명 법보신문

호주의 웰빙이 티베트 불교를 만났을 때

최근 서구에서는 참선과 호스피스를 접목한 불교호스피스라는 영역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말기 질환자들을 임종까지 돌보는 자원봉사활동을 일컫는데, 여기에 불교의 수행법을 접목시켜 환자의 정신적 안정까지 도모하는 것이 바로 불교호스피스이다.

서구에서도 불교호스피스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바로 호주이다. 불교호스피스가 호주에서 가장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호주인들의 높은 사회봉사 의식과 세계적인 수준의 호스피스 제도, 티베트 스님들의 수행법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데서 비롯된다.

의료 전문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호스피스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로 호주를 꼽을 정도로 호주의 호스피스 제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며, 호스피스센터에서 보살핌을 받다 임종하는 환자는 연간 2만4000여명에 이른다. 호주에서 암으로 숨지는 환자 3명 중 2명 꼴로 호스피스 봉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부분의 호스피스 단체들이 정부의 후원 하에 운영되는데다 호주인들의 사회봉사 참여율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또하나 티베트 불교의 죽음관은 불교와 호스피스라는 생소한 두 영역을 아주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했다.

‘인간의 영혼이 육체의 모습을 갖지 않은 상태인 죽음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하나의 것이고, 다만 영혼의 무한한 여행일 뿐’이라고 가르치는 티베트불교의 죽음관은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에게 정신적인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불교호스피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불교단체 54% 호스피스 활동

호주에서 가장 먼저 불교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단체는 1980년대에 결성된 관세음보살 호스피스((The Hospice of Mother Tara)이다. 1980년대 호주로 건너간 티베트 비구니 스님들은 호주인들이 사회봉사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착안해 호스피스 활동과 티베트 불교의 죽음관, 그리고 수행법을 접목시킨 불교호스피스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 뒤를 이어 대만 자제공덕회, 스리랑카 팔리 담마 그룹도 불교호스피스 활동에 동참했다. 쿠루나 호스피스, 치타마니 호스피스, 아미티유스 호스피스, 참여불교연합 호스피스, 캐먼스 호스피스 등이 연이어 결성되었고, 이러한 대표적인 불교단체 외에도 크고 작은 불교센터의 불자들이 개인이나 단체의 자격으로 가까운 병원·의료기관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이러한 각지의 불교호스피스 단체들은 호주 불교호스피스 연합을 결성해, 자원봉사자와 각지의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 단체들은 크고 작은 세미나를 통해 불교호스피스의 방법과 치료법을 공유하고 있으며, 호주의 각 도시 병원을 중심으로 불교호스피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죽음은 영혼의 무한한 여행”

최근에는 불교 전문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에서도 불교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데, 불교 호스피스 봉사자와 일반 환자들 간의 연결이 호주 불교호스피스 연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샤카디타 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모나쉬 대학 아시아연구소 다이아나 코센스 연구원은 “불교 호스피스 활동이 호주 내에서 불교를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할 정도로 호주 내에서 불교호스피스의 역할은 지대한 것이다.

호주의 불교단체는 통상 400여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불교단체 중의 94%가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54%가 호스피스 활동을 펼친다는 점이다.

2001년 코웬 대학 패트리시아 쉐우드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주 불교단체의 54%가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감옥에서 환자들을 카운슬링하고 지원 서비스를 하는 단체가 전체의 39%, 마약중독자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24%,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선행위를 하는 단체가 61%,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 24%, 동물 보호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가 11%, 숲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가 전체의 4%로 나타났다.

호주인들이 불교호스피스 활동에 적극적인데 대해 호주 불교관계자들은 “호주인들이 웰빙(Wellbeing), 즉 행복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호주인들에게 타인과 죽음과 나의 행복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코센스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호주인들에게 있어 웰빙은 이 생에서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의 행복까지 돌보는 것이다. 즉 말기 환자가 평안한 마음으로 다음 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 호주 불자들의 웰빙 라이프라는 것이다.

서구의 호스피스 제도와 동양의 불교, 그리고 호주인들의 웰빙 정신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호주 불교호스피스 연합은 서구 사회에서 불교의 사회복지와 포교가 연결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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