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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 『수심결』 ⑪

기자명 법보신문

알 수 없는 의심 하나 이것이 무엇인가

깨달은 뒤 닦는 문 가운데 선정과 지혜를 고루 가진다는 뜻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자성의 선정과 지혜이고 둘째는 상을 따르는 선정과 지혜이다.

불꽃처럼 사나운 태양이 머리위로 지나가고 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분명하게 지금 덥다고 괴로워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더운 줄 아는 것을 바로 돌이켜 이 속으로 들어가면 일체의 시비가 끊어지고 더위가 본래 없는 청량한 세계이다.

이것을 마음, 불성, 본래면목, 한 물건, 화두라고 이름 하지만 스스로는 일체의 이름과 모양을 벗어나 있으며 선정과 지혜를 고루 갖추고 있는 원만한 성품이다. 또한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는 연기의 법칙이며 공이고 일심중도의 세계이다. 조주스님은 이것을 무라고 바로 가리켜 보였으니 무가 바로 이것이며 불성이다. 이것을 깨닫고 보니 걸림 없는 고요와 신령스런 앎이 본래 무위여서 특별한 때가 없고 일체 경계를 따라서 분별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 물들지 않으니 마치 빈 배가 물결 따라 높았다 낮았다 하는 것처럼 인연을 따라 세월을 보내니 깨닫고 나서 자성의 선정과 지혜를 고르게 가진다는 뜻이다.

상을 따르는 선정과 지혜라고 하는 것은 깨닫고 나서도 아직 습기가 남아 있어 산란한 마음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리고 맛없는 화두로써 적적성성하게 다스리고 혼침이 많으면 성성적적하게 다스리는 공부인데 이것은 깨닫기 전에 대치하는 공부와는 다른 것으로 돈문에서도 근기가 낮은 사람들이 순전히 그 방편만을 빌리는 닦음 없는 닦음인 것이다.

또한 깨닫기 전에 상을 따르는 선정과 지혜가 있는데 처음 발심한 사람은 마음이 부처라는 확실한 믿음이 서야하고 기필코 이것을 밝히고 말겠다는 의심과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용맹심을 내야한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공부 길을 모르기 때문에 마음 스스로는 일체의 이름과 모양이 끊어졌으나 마음이니 불성이니 하여 아는 것으로 의심을 일으켜 공부를 삼아 결국에는 아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상만 높고 지혜는 얕아서 업장만 키우는 것이니 참으로 바른 의심을 해야 한다. 한편 화두를 깨달음의 방편이라는 알음알이를 내어 산란한 마음이 일어나면 의심을 일으켜 번뇌를 끊어버리고 다시 고요한데 떨어져 무기에 빠지면 의심을 일으켜 성성하게 하여 정과혜를 닦는다고 하는 것은 점문의 낮은 근기의 소행으로 참다운 수행이 아니다.

지난해 겨울 수련생 가운데 어느 보살님은 사업에 실패하여 하도 괴로워서 이뭣고 화두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 했는데 처음에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지고 환희심이 일어났는데 몇년을 지나고 보니 지금은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서 노래방에 가면 갑자기 마음속에 이뭣고가 나와서 괴롭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망상이 일어나면 의심을 일으켜 이뭣고 하면서 끊어버리는 것으로 공부를 삼았기 때문에 그것이 습이되어 이제는 천진한 마음의 작용마저 끊어버려 오히려 큰 병폐가 되어 괴로움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치성한 번뇌가 쉬어지는 듯 했으나 무기에 빠져서 마음에는 마치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있는 듯 스스로는 답답함을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망상이 일어난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얼른 알아차려서 알 수 없는 의심으로 돌이켜야 한다.

육조 스님께 어느 날 남악 회양선사가 찾아왔는데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하고 물으니 그 자리에서 꽉 막혀 팔년을 참구하여 깨닫고 나서 다시 이르기를 설사 한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이뭣고 화두의 근원으로써 이것은 마음도 한물건도 아니니 사량으로 사유하거나 알아버리면 의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와 같이 활구의 의심은 의심을 통하여 의심하는 놈을 회광반조하는 의심이기에 일체의 업장을 녹여내고 궁극에는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집안에서는 오직 모르는 것을 귀하게 여길 뿐 아는 것을 가지고 공부를 삼으면 아는 세계가 나타나서 의심은 생기지 않고 공부길이 바로 끊어지고 헤매게 된다. 오직 알 수 없는 이것이 무엇인가

거금선원장 일선 스님 www.gukum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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