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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회병리현상으로서 자살 : 생명경시 풍조

기자명 법보신문

컴퓨터 게임 즐길수록 자살충동 높아

영국으로 유학간 여자친구와 인터넷으로 화상채팅을 하던 20대 대학생이 여자친구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말다툼 끝에 스스로 목을 매숨졌다. 2005년 8월1일 수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7월 30일 낮 12시25분께 수원시 장안구 모 원룸에서 A씨(27, 대학생)가 방안에 컴퓨터를 켜놓은 채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발견했다. 경찰은 A씨를 발견하기 10분 쯤전 “화상채팅을 하던 친구가 ‘자살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목을 맸다”는 A씨의 여자친구 양(27, 대학생)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올해 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양씨는 “남자친구가 내 남자관계를 의심해 화상채팅을 하며 심하게 다투다가 갑자기 화상카메라로 보이는 곳에서 목을 매는 것을 보고 한국의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유학을 떠난 양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평소 “죽어 버리겠다”고 자주 말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놀란 양씨는 영국 현지에서 수원 중부경찰서로 연락을 했고,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김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양씨는 경찰과의 메신저 조사에서 “평소 남자친구가 조금만 싸워도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했다.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할 때도 장난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근 왕따나 학업에 부담을 느끼는 청소년이나 사업 실패자들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지역 학생들 사이에 자살 게임이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살게임은 왕따, 성적하락 등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학교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분풀이 행동을 모의한 뒤 실패하면 자살시도를 약속하거나 자살충동을 조장하고 있다. 광주 지역 중, 고등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학업이나 가정문제를 고민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주변이나 인터넷을 통해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끌어 모아 평소 바라던 사항, 보복 행위 등을 게임 조건으로 내세운 뒤 실패하면 동반 자살을 약속하는 자살게임이 은밀하게 전파되고 있다. 이같은 자살 게임은 인터넷, 그리고 일본에서 유행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의 부정적 측면이 전파되면서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반자살의 연결고리로 악용되던 자살 사이트 등이 인터넷 상에서 아예 차단되자 게임 형태로 위장 확장되는 것 같다고 경찰관계자는 말했다.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자살 게임 등에 참여하고 있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게임을 하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리셋(Reset)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게임은 골치 아팠던 상황은 깨끗이 지워지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다.

게임 주인공의 운명도 걱정할 게 없다. 리셋 버튼과 더불어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명문대 대학생이 마치 게임을 할 때 리셋버튼을 누른 것과 같은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리셋 버튼이 현실 세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최근 자주 일어나는 자살사례를 검토해보면, 자살이 마치 게임이나 장난으로 여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기 생명이니까, 자기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폭넓게 확산되어 있어서 살다가 고통을 당하기라도 하면 마치 자살이 해결책이라도 되는 양 쉽사리 자살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1학기 한림대에 철학과 전공과목으로 ‘자살예방교육’을 개설해 39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첫 시간에 의식조사를 실시했더니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았다. 자살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답한 학생이 58%, 생명은 자기 소유이므로 자살권이 있다고 답한 학생이 54%, 죽으면 끝이라고 답한 학생이 54%나 되었다.

사이버 세계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우리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은 결코 게임일 수 없다. 골치 아픈 현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면, 자살로 인해 고통만 훨씬 커질 뿐이므로, 그 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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