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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⑧

기자명 법보신문

지혜의 칼 잡으니 天魔의 간담도 써늘하다

“대장부, 지혜의 칼을 잡으니 반야의 칼날, 금강의 불꽃이다. 비단 외도의 마음을 꺾는 것만이 아니라 일찍이 천마의 간담도 떨어트렸다.”

<사진설명>노수현의 포대상.

‘대장부’는 부처님의 또 다른 이름이지만 여기서는 ‘한도인’ 즉 진인이다. ‘지혜의 칼’은 유마경에 ‘지혜의 칼로서 번뇌를 부순다’라고 하였지만 여기서는 ‘반야지견’의 칼이다. 이 칼끝, 금강명왕의 불꽃이 튀는 것이다. 이 칼날의 섬광은 외도의 마음을 부술 뿐만이 아니라 천마(天魔)의 간담도 써늘하게 한다. 외도는 자기 밖에서 부처를 찾는 무리이며 불도가 아니다.

“법의 우레가 진동하고 법고를 치니 자비의 구름이 퍼지고 감로가 뿌려진다. 거대한 코끼리 힘차게 밟고 밟아 한없이 윤택하니, 삼승(三乘) 오성(五性)이 모두 깨친다.”

불법의 우레가 진동하고 진리의 법고를 친다는 것은 도인의 설법을 의미한다. 이를 자운(慈雲)이나 감로로써 비유하였다. 『유마경』에 ‘용상의 차고(蹴) 밟음(踏)은 나귀가 감내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처럼, 대장부의 반야지견에서의 설법은 훌륭하고 거대한 코끼리가 대지를 힘차게 밟는 것과 같이 제도되는 중생이 한없으며 삼승도 오성도 모두 자각하고 깨친다고 하는 것이다.

“설산의 향기나는 풀(肥?), 절대 잡됨이 없네. 순수한 제호를 내니 나는 언제나 받는다. 한 성품 뚜렷이 모든 성품에 통하고 하나의 진리가 모든 진리를 머금고 있다.”

비니는 『수능엄경』에, ‘설산의 하얀 소는 비니를 먹고 그 산의 맑은 물을 마시므로 그 소젖은 극히 순수한 제호가 된다.’는 데에서 나온다. 제호는 불성이며 여래장이며 한 성품이다. 이 한 성품 즉 불성은 일체중생에게 구족하고, 석존의 일대시교는 반야지견에서 나온 것임을 노래한다.

“하나의 달이 널리 모든 물에 나타나고 모든 물의 달이 하나의 달에 포섭된다. 제불의 법신은 나의 자성에 있고, 나의 성품 또한 여래와 하나가 된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지상에 있는 모든 물에 비추고 모든 수중의 달은 천상의 달로 거두어 지는 것. ‘일즉다(一卽多)’의 불교의 세계관이다. 불성은 삼세시방제불의 법신이며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성으로 원만히 성취되어 있는 것이다. 불성은 무아이며 무상이며 반야이다. 인도대승불교와는 달리 선종에서의 불성은 ‘부처가 될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대로 부처의 본성의 작용을 뜻하며, 이를 현각은 명료히 밝힌다.

“한 지(地)에 모든 지(地)가 구족하니 물질도 정신도 행위도 아니다.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팔만의 법문을 원만히 이루고 찰나에 아비업이 없어진다. 모든 수구(數句)는 수구가 아니며 나의 신령한 깨침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지는 ‘수행의 단계’를 의미한다. 보살은 사십이(四十二)지위를 지나야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그 수행의 한 단계에 다른 모든 단계가 구족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행의 한 길에 오르게 되면 한 단계씩 사십이단계가 구족하고 있기 때문에 순서를 밝지 않아도 ‘일초직입여래지’라고 하는 것처럼 수행의 단계를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는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물질(色)도, 정신(心)도 아니며 자아의 작용 즉 행위[行業]도 넘어선 곳이다.

이는 ‘탄지(彈指)’ 즉 손가락을 한번 퉁기는 찰나의 시간이며, 그 사이 팔만사천의 법문이 원만히 성취되며 무간지옥에 떨어질 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교에는 가르침을 정돈한 법수(法數)가 있다. 즉 육바라밀, 팔정도, 십이인연 등이 그것이다. 깨침에는 이러한 법수나 지위에 집착하거나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탄지와 찰나의 돈오, 지금, 이 자리, 무상의 자기를 명료히 밝힘에는, 법수의 이해와 차제의 수행보다 절대적이며 진실인 것이다. 따라서 석존의 일대시교는 자신의 직각(直覺)이전에는 개념적 지표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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