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가현각 『증도가』 ⑨

기자명 법보신문

크게 베푸는 문은 열려 막힘이 없다

“비방도 할 수 없고 찬탄도 할 수 없네. 본체는 허공과 같아 한계가 없다. 여기 이 처소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꽉차있지만 (이를) 구하려고 하면 그대는 볼 수가 없음을 안다.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네. 얻을 수도 없는 가운데 다만 얻을 뿐이다.”

앞 절의 의미를 연계하여 노래한다. 선자와 교학자의 진리를 깨닫는 것에 대한 견해차가 보인다. 교학자는 법수(法數)를 중요시 하지만 선자는 그러한 법수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다만 논리와 차제(次第)를 넘어선 ‘돈오’가 중요할 뿐이다. 이를 현각은 ‘영각(靈覺)’이라고 했다. 오직 불성의 달마가 현현(顯現)함이 중대할 뿐, 법수에 따르거나 그 틀에 끌려 성제(聖諦)를 지해(知解)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불성은 ‘비방과 찬탄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무한한 공간에는 모든 것이 감싸있는 것처럼 불성의 법신은 깊고 광활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남이 없이 여여하다. 그러나 ‘그대’가 보려고 한다면 볼 수 없음을 알 것이라는 것. 여기서 ‘그대’는 간택과 이견(二見)의 아(我)를 말한다. 무아의 불성은 보거나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성은 ‘잡을 것도 버릴 것도 없는’가운데서 ‘다만 얻을 뿐〔只得〕’이다. 불가득한 가운데 ‘다만 얻을 뿐’임은 혜가에서부터 볼 수 있다. 중국선의 특질이 여기서 시작된다.

임제는, ‘마음밖에 법이 없으며 안도 역시 불가득’이라고 했다. 또한 “산승이 ‘밖을 향해서는 법은 없다’고 말하면 학인은 이를 알지 못하고 바로 안을 향하여 앎〔解〕을 이루려고 해서, 벽을 의지하여 좌선하여 혀끝을 윗 어금니 안에 지긋이 대고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것만으로 조문(祖門)의 불법을 이루겠다고 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되었다”라고 주창한다. 임제는 안·밖의 이견을 직절한 곳이 영각임을 말한 것이다.

“침묵의 말, 말함의 침묵. 크게 베푸는 문은 열려 막힘이 없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떤 종지를 깨쳤냐고 묻는다면 마하반야의 힘이라고 말해 주리라.”
침묵도 설법이고 설법도 침묵이다. 문수보살이 반야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유마는 침묵한다. 이를 ‘유마일묵(維摩一默) 우레와 같다’고 했다. 여기서 현각은 ‘지마득’을 ‘어묵일여(語默一如)’로서 표명한 것이다. 『운문광록』에 “묻건데, 어떠한 것이 말함의 침묵인가요?” 운문은 “청기력장(淸機歷掌)”이라고. 또 묻기를 “어떠한 것이 침묵의 말함인가요?” 스님은 (소리죽여) “하-”라고. 다시 묻기를 “침묵도 말함도 아닐 때는 어떠합니까?” 스님은 방망이로 그를 내 쫓았다.

어묵일여의 대법시(法施)는 크게 열려 막힘이 없이 두루함이다. 설법의 침묵이든 침묵의 설법이든 모두가 법시가 되며 여기에는 막힘이 없다는 것. 그것은 ‘마하반야’를 종지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성은 무자성의 공지(空智)이며 무상이다. 침묵도 설법도 또한 대법보시도 모두 반야의 작용(妙有)에서이다.

“어느 때는 긍정하고 어느 때는 부정함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역행 순행, 하늘도 예측하지 못한다. 나는 일찍이 오래 전부터 수행해 왔다. 사람들을 부질없이 속이려고 함은 아니다.”

현각자신의 수행의 모습을 토로한다. 긍정과 부정, 순행과 역행을 사람도 신들도 알 수 없는 행이며, 또한 다겁으로 수행해 온 현각은, 자신의 행이 결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임을 강조한다. 외도처럼 수행을 통하여 인천의 복을 바라거나 범부를 속이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었음을 분명히 말한다.

선자들의 수행은 그대로가 생사일여, 살활자재(殺活自在)이며, 선악, 생사, 유무 등의 간택이나 이견(二見)에 젖어 있는 범부의 경계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유마경』에 ‘비도(非道)에 도가 있다’고 했다. 도라고 고집했을 때 이미 그것은 도가 아니며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의 길에서 멈출 뿐이다. 비도의 도의 수행은 마하반야의 힘에서 비롯됨을 현각의 수행에서 볼 수 있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