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학업 스트레스
74 학업 스트레스
  • 법보신문
  • 승인 2005.1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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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모는 성적지상주의
얼마 전 충남 공주시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이군이 극약을 먹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두달 쯤 전인 2005년 4월12일 이군 아버지가 아들의 정신병과 성적 부진을 비관해 승용차에 불을 질러 부인, 딸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이군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넌 내 인생의 절반이었는데 모든 게 망가졌다. 네 동생과 우린 널 위해 희생하는데 넌 뭘 그렇게 겁 내느냐’고 말한 뒤 차 안에 휘발유를 뿌렸다, ‘살고 싶은 사람은 내려라’고 말해 혼자 달아났다” 고 말했다. 불난 승용차에서 도망쳐 겨우 살아난 이군은 삼촌 집에서 지내다가 사건 당일 부모님 산소를 찾아갔다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군은 중학교 때 전교에서 1, 2등을 했고 명문고로 부상한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아버지는 동네잔치까지 열었다. 하지만 입학 후 이군은 기숙사 생활에 적응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성적도 떨어졌다. 학교 측은 이군이 지난 해 가을부터 같은 방 학생들을 위협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교사로부터 정신과 치료까지 권유받자 아버지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어느 시사주간지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16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0.4%는 학업문제로 인한 자살 사건을 ‘사회구조상 예고된 불행’이란 평가를 내렸다. 다음으로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18.5%)’, ‘교육병이 부른 화(15.5%)’, ‘아이의 잘못된 판단(14.6%)’, ‘학교교육의 잘못된 병폐(10.3%)’ 순으로 답했다. 자살한 아이의 잘못은 14.6%에 불과하고, 다른 4가지 이유(85.4%)는 모두 사회적 원인이랄 수 있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인간적으로 황폐해져가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청소년상담원이 올해 전국의 중고교 재학생 3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청소년의 절반에 가까운 48.6%가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진짜 살고 싶지 않다. 제가 왜 공부 못한다고 욕을 먹으면서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지, 정말 그냥 죽어 버리고 싶다. 내가 죽으면 그 후에는 바뀔 수 있을까. 그 때라도 바뀐다면 기꺼이 죽고 싶다. 자살하고 싶다.”(고교 1학년 학생)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10대들의 자살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꺼리도 못된다.

또한 대학생 역시 절반 정도가 자살위험 요인을 안고 있으며, 1000명 당 17명 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명실씨는 최근 발표한 논문 「대학생 자살위험 집단유형의 분류, 평가 및 집단 상담치료 적용」에서 “연구 대상 대학생 349명 중 48%(168명)가 자살위험 요인을 갖고 있으며, 13%(45명)는 체계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6명(1.7%)은 집중관리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는데, 이는 학부생 2만명 정원의 대학인 경우 344명 정도에 달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얼마 전 최전방 초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개인의 잘못된 행위도 문제지만, 또한 사회적 병리현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군기강 해이와 신세대 장병은 군대 부적응의 문제만도 아니다. 20대 젊은이를 광란에 빠지게 한 것은 학교교육이 성적 일변도로 치우침으로써 피폐해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의 학교교육은 명문대 입학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명문대만 들어가면 인생은 성공한 것이란 착각,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고정관념을 우리 모두는 공유하고 있다.

다중지능이란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때 학교공부 성적에 의해 명문대 진학여부가 결정되고 명문대 출신이란 하나의 레테르가 젊은이 미래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 인생은 학교 성적순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바뀌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계속 좀먹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3만 달러가 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나아가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태위태해 이미 자살사망률이 높아져 고위험도 국가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런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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