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석굴암 원형 논쟁 下
31 석굴암 원형 논쟁 下
  • 법보신문
  • 승인 2005.11.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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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등 “목조전실-홍예석 철거해야”주장
성낙주 “철거주장, 맹목적 비판에 불과”반박


1960∼70년대 서울대 남천우 교수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이른바 ‘석굴암 원형논쟁’은 석굴암 보수공사에 참여했던 신영훈 씨와 문명대 씨의 반론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다시 남천우 교수의 재반박 논문이 발표되면서 당시 학계 뿐 아니라 세간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술사학자들의 반론이 이어지면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남천우 교수의 주장은 다소 주춤했고, 이로 인해 석굴암 원형논쟁은 수그러드는 듯 했다.

이후 30년이 지난 1991년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이었던 강우방 씨는 「석굴암 건축구조의 재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일제와 60년대 이뤄진 두 차례의 보수공사로 석굴암의 원형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석굴암 원형 논쟁’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강 씨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즉 일제가 석굴암 보수공사를 진행하기 바로 직전인 1910년대 촬영된 사진자료를 분석하면 현재 주실 입구에 있는 두 기둥의 양쪽 첨차석 위에 놓여진 무지개 돌(홍예석)은 기능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과 목조전실은 철거돼야한다는 것이다.

강 씨에 따르면 석굴암은 원형주실과 돔, 비도의 세 구조가 역학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견고하게 결합돼 있는데 그 결합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은 주실 입구에 세워진 두 기둥이기 때문에 홍예석은 건축공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예석의 설치는 일제가 석굴암 본존불이 동해를 바라보지 못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 씨는 이어 “석굴암은 그 선정된 위치로 보아 일반 대중에게 널리 공개되거나 알려진 사원이 아닐 뿐 아니라 개방적 구조였기 때문에 목조 전실은 본래 없었던 것”이라며 “올바른 복원을 위해서는 홍예석과 전실은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우방 씨의 새로운 주장으로 원형논쟁이 가속화 될 즈음 94년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천우 교수의 주장을 다시 거론하며 “석굴암은 보수공사로 그 원형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책에서 “전실 자체가 반드시 목조건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황수영 박사를 중심으로 한 일부 학자들의 현대적인 생각일 뿐 신라 당시로 돌아가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금의 석굴암은 신라시대의 것이 아니라 황수영 박사 개인의 것, 즉 ‘황굴암’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소설가이며 국어 교사인 성낙주 씨는 「인물과 사상」, 「법보신문」등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제시대와 1960년대 보수공사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반박했다. 성 씨는 “1910년 촬영된 다른 사진들을 보면 현재 홍예석이 놓여진 두 기둥의 모서리 부분에 돌을 끼우기 위한 홈이 보이고, 석굴암을 찾은 참배자들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본존불로 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홍예석은 반드시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을 당장 철거해야 한다든지, 황수영 박사가 일본인들의 교묘한 술책을 그대로 용인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학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토함산의 기상조건을 고려하고 석굴암이 종교적 목적으로 건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조전실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록 1910년대 일제가 주실 지붕을 시멘트로 덮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점은 두고두고 회한이 남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석굴암 보수공사를 비난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한 ‘공’과 ‘과’를 엄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0년 이상 계속된 석굴암 원형 논쟁은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년이상 그 웅장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왔던 석굴암은 점차 훼손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따라서 석굴암의 훼손을 막고,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학자들간의 감정적 대립보다는 석굴암에 대한 관련 자료,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함께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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