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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日호류지 금당벽화 누가 그렸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日학계 “670년 전소… 담징 작품 아니다”주장
문명대 등 “호류지 재건설 재검토 필요”반박


일본 미술의 최고 정점이라는 호류지(法隆寺). 617년 쇼토쿠 태자의 발원으로 창건된 이 사찰은 1949년 1월 화재로 전소되기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호류지는 금당에 한국에서 건너간 화가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12면 벽화가 있어 삼국불교 미술의 일본 전파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 금당벽화는 그 제작자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누가, 언제 그렸는지가 명확히 알려지지 못했다. 다만 『일본서기』에 “610년 일본 호류사를 찾은 고구려 화승(畵僧) 담징은 오경(五經)을 알고 있었고, 채색 및 종이와 먹을 만들고, 아울러 맷돌 만드는 법을 처음으로 일본에 알려주었다”고 전해져 후세 사람들은 금당벽화를 담징이 그렸다고 믿었고, 이는 통설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1930년대 일본에서 호류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금당벽화는 담징이 그렸다’는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학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되던 이른바 ‘호류지의 재건설(再建說)과 비재건설(非再建說)’ 논쟁이 ‘재건설’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되면서부터다. 즉, 1934년 호류지 경내에서 약초(若草) 가람터가 발굴되면서 617년경 창건된 호류지는 670년 발생한 낙뢰(落雷)로 전소됐고, 현재의 모습은 700년경 재건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담징이 그린 금당벽화는 670년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이미 소실돼 버렸고, 현재 남아 있는 금당벽화는 담징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989년 서울대 안휘준 교수는 「삼국시대 회화의 일본전파」(국사관 논총, 10집)을 통해 “금당벽화에 보이는 양식과 그림에 나타난 사상을 분석하면 이것을 담징의 작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구려를 위시한 삼국계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하면서 ‘금당벽화가 담징의 작품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2001년 동국대 문명대 교수는 「법륭사 금당벽화 불상조각 연구의 문제」(강좌미술사, 16호)를 통해 “호류지 재건설은 다시 검토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금당벽화가 담징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안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문 교수는 논문에서 “호류지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 새롭게 조성됐다면 호류지 금동삼존불상도 원래 있던 곳에서 이안(移安)됐다는 것이 된다”며 “높이 2.4m, 대좌 5.6m의 대형 불상을 한밤중에, 갑자기 불이나 전소되는 와중에, 어떻게 그렇게도 완벽하게 옮길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또 △고식의 둥근 기둥자리인 금당의 원형주좌는 원 약초가람에서 이안 했다는 것도 전소된 주좌는 재사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금당의 양식이 재건되기 이전인 7세기 전반의 양식이라는 점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호류지 재건설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식과 관련자료를 검토하면 금당벽화는 645년을 전후해 제작됐으며, 이럴 경우 담징이 그렸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003년 동국대 홍윤식 교수는 「일본 호류사 금당벽화에 나타난 한국문화의 영향」에서 “탑지 및 약초 가람터 발굴로 호류지가 670년 화재로 전소됐고, 8세기 재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금당벽화는 담징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시된다”고 재건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홍 교수도 “호류지 벽화에 고구려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그림은 고대 한국인 화사에 의해 그려졌던가 그 지도를 받아 완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안휘준 교수의 견해에 동조했다.

반세기 이상 한일 학자들 사이에서 호류지 금동벽화의 제작자에 대한 논쟁이 진행됐지만, 금당벽화를 담징이 그렸는지에 대한 유무는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비록 담징은 아니더라도 그에 영향을 받은 한국계 화공에 의해 이 벽화가 그려졌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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