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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⑭ - 끝

기자명 법보신문

인간 본질 깨닫도록 하는 죽비소리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다. 깨달음은 도(다르마)의 실증(實證)이며 이를 종지로 한 것이 중국선종이다. 선종사는 그대로 돈오의 역사이다. 보리달마가 서천축에서 중국으로 온 이래 조계혜능을 비롯한 남종의 선장들은 불교학문과 수행보다도 실제로 증도를 제일로 삼았다. 그의 수많은 제자들 중 혜능의 혁명적 생명을 더욱 선명히 계승한 것이 영가현각이다.

현각의 증도가는 이같은 돈오의 세계를 보이면서 혜능선의 엣센스를 노래한다. 그가 혜능을 참배한 것은 단 한번뿐이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직절의 세계에서 피어난 불꽃이었다. 현각이 참배 후,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 것을 혜능은 강하게 붙잡는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증도가 곳곳에 그 해답이 스며 있다. 그의 참선은 이 노래와 표리를 이룬다.

도에 살아가는 사람은 도에 감동한다. 깊은 감동은 스스로 시인이 되고 철인(哲人)이 된다. 부처님께서는 큰 강 따라 거목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법의 영원성을 깨달게 하셨고, 어느 때는 폭풍, 호우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동이 부처님 설법의 모티브가 되었다. 증도가 역시 천연(天然)의 모습을 증도하고 노래했다. 무명의 실상(實相)이 본래 불성이며 법신임을 사자후한 것이다. 이를 깨달은 자는 진정한 자유인이며 그는 참된 인간이며 천진불이며, 또한 그를 ‘절학무위한도인(絶學無爲閑道人)’이라고 천명한다.

육조혜능의 선계를 계승한 현각은, 여래의 비결인 돈교법을 말하고 이를 여래선에 의한 깨침 즉, 돈각(頓覺), 영각(靈覺), 돈오를 말한다. 이것이 혜능을 비롯한 남종선의 견성선이다.

선종은 공의 종교이며 무의 철학이다. 이를 반야법문이라고 하며 이를 선교로 회통하여 설파한 것이 증도가다. 이 노래의 핵심은 공이며 현상은 이를 의미하지 않음이 없음을 친밀히 해석하고 이해시킨다. ‘제행이 무상하여 일체는 공’이며 ‘실상을 깨달으면 인(人)과 법(法)은 공하며’ ‘정혜원명하여 공에 걸림이 없다’ ‘유를 버리고 공에 집착’하는 것은 병이다. 그래서 ‘참됨을 구하지도 않고 거짓됨도 끊지 않으며 두 법이 공하여 무상(無相)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무상하여 공도 불공도 없는 것이 바로 여래의 진실의 모습이다’라고. 현각은 다시 이를 불교사상의 핵심인 중관에서 유식에 걸쳐 또한 여래장사상을 이끌어 철저히 공의 이념과 실천을 설명한다. 이는 선이 불성사상의 중국적 전개인 점에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여래장이란 인도불교에서는 ‘불타가 될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가는 선자(禪者)는 취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불성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본성(자성, 불성)이 불타임을 의미하는 설이다. 현각의 선도 이처럼 불성의 철견이며 지견(知見)이다. 이같은 구도자를 한도인, 천진불이라고 하며 임제가 말하는 ‘무위(無位)의 진인(眞人)’이다. 선자의 이러한 모습을 현각은 증도가로서 토로한 것이다.

선은 격조 높은 문학을 낳는다.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며 사색하게 만들고 습관된 사고 철학을 당차게 전환해 버리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많은 선문학의 작품 중 증도가는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음을 본다. 이는 8세기말 많은 선록에 이 노래가 자주 인용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보리달마로 시작한 선종은 중국불교를 새로운 국면을 맞게 했다. 그동안 대승불교를 철학으로서 관조하던 학파는 이를 실제적 깨달음을 중요시하는 종파가 중심이 된다. ‘선종’이라는 극히 세련되고 치밀한 수행의 종풍은 혜능이후 당대(唐代)의 선장(禪匠)들이 그 중심이 되었으며, 그 중 영가현각은 대승불교를 천태지관의 면밀한 수행법으로 실증하면서 자신의 선리(禪理)와 선수(禪修)를 구축하고 당시 종조로 있는 혜능으로부터 인가를 얻어내며 이를 후학에게 내보인 것이다.

현각의 불법은 종파를 초월하고 불교도 초월한 인간본래의 모습에 있었다. 증도가가 이 시대에 아직도 감흥되고 매료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을 깨치도록 하는 죽비의 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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