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범종은 가짜일까
조계사 범종은 가짜일까
  • 법보신문
  • 승인 2005.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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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일본서 급조해 바꿔치기 한 것”주장
남천우, “중국-신라 주조술 혼용된 한국 종”반박


국내 최고(最古)의 범종으로 알려졌으며 1929년 1월 1일 경성방송국에서 열린 우리나라 최초 제야 행사에 사용되기도 했던 조계사 범종. 이 범종은 한국 범종사에서 수작이라 꼽힐 평가될 정도로 그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임에도 비운의 문화재로 알려져 왔다.

이 범종의 수난은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이 범종이 봉안돼 있던 사찰은 경기도 양평 용문산 상원사였다. 그러나 1907년 일본군이 이 사찰에 불을 지르면서 일제는 이 종을 서울 남산의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의 경성별원으로 옮겼다. 당시 히가시혼간지는 경희궁의 건물을 뜯어다가 세운 일본 불교 진언종의 총본산지였다.

조선총독부는 범종을 ‘통일신라시대 말기 또는 고려 초의 제작된 유물’로 결론짓고 보물로 지정했다. 이는 이 범종이 일본·중국종 양식인 쌍룡의 용뉴와 ‘가사거(袈裟渠)’ 형식의 줄무늬 문양과 함께 통일 신라 종의 특징인 주악비천상이 함께 그려져 있는 특이한 형태의 종으로 조형미와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범종은 해방과 동시에 히가시혼간지가 불타면서 다시 조계사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당시 문화재 위원회는 과거 일제 때 평가를 그대로 인정해 국보 제367호로 지정되면서 수난사를 마무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962년 12월 이번에는 이 ‘범종이 가짜’라는 이른바 위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또다시 수난을 맞았다. 당시 문화재위원이었던 황수영 박사는 “조계사종은 한국종이 아니며, 일본 무뢰배들이 계획적으로 일본에서 급조해와 진짜 상원사 종과 바꿔치기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종의 운반과정에서 몇 차례 방해가 있어 며칠씩 지체됐다는 사실과 당시 용문산 부근에 살았던 노인들의 증언이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황수영 박사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결국 이 범종은 국보에서 해제됐다.

여기에 일본학계에서는 “조계사 범종이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져 고려로 넘어간 일본 종”이라는 주장을 펼쳐 이 범종의 진위 논란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일본 쯔보이 료헤이(坪井良平)씨는 1967년 「진단학보」(31호)에 기고한「전 상원사종고」이라는 논문을 통해 “조계사 종은 한국 종의 특성과 일본 종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는 이례적인 것으로 10세기 전후 또는 늦어도 11세기 중엽을 넘지 않은 고대 범종”이라며 “이 범종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고려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대 남천우 교수는 “조계사 종은 위작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종”이라고 반박했다.

남 교수는 「신라초기에 형성된 소위 한국 종 형식의 발생과정과 조계사 종이 차지하는 위치」(역사학보, 1972)라는 논문을 통해 “조계사 종은 중국에서 수용된 종이 독창적인 한국 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종에 대한 진위 논란은 이 일본 종과 닮았기 때문이지만 제조기법이 매우 독창적인 우리나라의 종”이라고 강조했다. 즉 남 교수는 조계사 범종이 중국식 범종 제조 기술이 통일신라의 독자적 기술로 발전되기 전의 과도기적 작품이기 때문에 중국식 범종 제조기술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일본 종과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통일신라의 주조기술인 납형법이 혼용돼 사용된 것으로 미뤄, 우리나라의 범종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후 1998년 일본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 주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일본인 학자 삼산양(衫山洋) 씨는 “범종의 용두 모양이 처음 주조됐을 당시의 것이 아니라 후대 보수된 것”이라며 “이는 범종이 적어도 근세에 제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조계사 범종이 위작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후 조계사 범종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서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그 진위는 가려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일본보다 훨씬 발전된 종 주조기술을 가지고 있던 고려시대에서 굳이 일본 종을 들여올 필요가 있었겠냐는 견해와 위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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