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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위빠사나 수행 어느 단계서 비로소 가능한가 上

기자명 법보신문
조준호 “사선 이후에나 가능”주장
김재성 “선정 닦지 않고도 가능”반박


한국불교에 있어 주된 수행법이 간화선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신라시대 이후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도 조계종과 태고종이 간화선을 주된 수행법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남방상좌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행법이 국내에 보급되면서 이 같은 간화선 수행 전통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갑작스런 위빠사나 수행의 확산에 위기감을 가진 간화선 수행자들은 위빠사나 수행을 ‘하근기 수행법’, ‘소승불교의 수행법’이라고 맹공격했고, 이에 위빠사나 수행자들은 ‘부처님 당시의 정통 수행법’이라고 반박하면서 끊임없이 논쟁을 이어나갔다.

2000년대 들어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논쟁은 잠시 수그러든 반면, 위빠사나 수행자 내부에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되면서 학계의 비상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즉 ‘위빠사나 수행이 언제 비로소 가능하냐’를 두고 위빠사나 수행을 전공한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논쟁의 발단은 인도 델리대에서 학위를 받은 조준호 박사가 “위빠사나는 부처님 정통 수행법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 내에서 간화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행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초기경전을 잘못 이해하고 위빠사나 수행법을 지나치게 대중화시키려한 일부 위빠사나 수행자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초기불교에 있어 지(止)·관(觀)의 문제」(한국선학회 1호, 2000년)라는 논문에서 “선정(止, 사마타)과 지혜(觀, 위빠사나)는 동시에 행할 수 없는 선후 관계가 명확하며 4선정 이후에야 비로소 위빠사나가 가능한 데도 ‘동시에 가능하다거나’ 혹은 ‘선정 없이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등 일부 위빠사나 수행자들의 초기 경전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한국불교에서 위빠사나 수행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한국불교계에서 위빠사나 수행법이 간화선 수행자들로부터 ‘소승불교의 수행법’이니 ‘하근기의 수행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런 조준호 박사의 비판에 충격을 받은 초기불교전공 소장학자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2002년 3월 당시 경전연구소 소장이었던 김재성 씨는 불교학연구회 월례발표회에서 「순관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조준호 박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소장은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아라한(聖人) 중 선정을 닦지 않고 아라한에 이른 이도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청정도론』등 팔리경전 주석서에 나타난 선정의 준비과정 없이 바로 위빠사나를 닦는 순관(純觀)의 개념을 도입했다.
김 소장은 논문에서 “팔리 주석문헌에는 아라한이 되는 두 부류 가운데 선정(사마타)을 통해 도달된 이와 선정을 닦지 않고 찰라정에 의지해 관행을 닦아 아라한이 된 순관 행자도 있음이 언급돼 있다”며 “현재 한국에 알려져 있는 마하시 계통의 수행법도 『청정도론』 등 팔리주석 문헌을 근거로 하는 순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소장은 지혜(위빠사나)는 선정을 닦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조준호 박사의 “사선(四禪)이후에나 위빠사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준호 박사는 이날 논평에서 “지(支)·관(觀)으로 압축되는 불교 수행의 체계는 계(戒)의 완성이 곧 정(定)의 시작이며, 정(定)의 완성이 곧 혜(慧)의 시작이라는 엄격한 차제(次第)구조에 있다”며 “혜(慧)를 이루는 관(觀)에서 정(定)의 지(支)로 간다는 것은 마치 자식이 부모를 낳는다는 말”이라며 김 소장의 공격을 되받아 쳤다.

조준호 박사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김재성 소장의 반론으로 시작된 이른바 ‘위빠사나 논쟁’은 이후 또 다른 초기불교연구자인 임승택 박사가 가세하면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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