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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국보 반가사유상 제작국은?

기자명 법보신문
“78호 신라 - 83호 백제 제작” 주장에
“78호 고구려”-“모두 신라 제작” 반박


뛰어난 예술성을 갖춰 각각 국보 78호와 83호 지정된 금동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조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상 대부분 그렇듯 이 금동반가사유상들도 명문이 남아 있지 않아 연대와 제작국, 정확한 명칭이 알려지지 못한 채 국보 78호와 83호 등 국보 번호로만 명명돼 왔다. 더욱이 이 불상들은 발굴조사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일본인 약탈범들에 의해 강탈된 것을 박물관에서 돈을 주고 사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기증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 불상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양식과 재질 등의 특징만으로 이 반가사유상이 삼국시대 작품인 것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제작국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 오랫동안 논쟁이 돼 왔다.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삼국 중 어느 곳에서 제작되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제일 먼저 견해를 밝힌 이는 서울대 김원룡 교수였다. 김원룡 교수는 1961년 「사상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근엄하고 비례가 비현실적이며 도식화 된 점을 감안하면 신라의 작품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정교한 비례미와 사실적으로 묘사된 국보 83호 불상은 백제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국대 황수영 박사는 『한국문화사대계4』(1970년)를 통해 “국보 78호와 83호 불상 모두 신라의 작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일본 동경대 세키노 교수의 관련 글과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일본인 학자 오사가 씨의 인터뷰를 통해 국보 83호 불상이 경주 남산 인근에서 출토된 것으로 신라의 작품으로 추정했다. 또 국보 78호 불상 역시 일본인들의 증언으로 미뤄볼 때 경북 안동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신라의 작품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반가사유상이 많이 제작됐던 시기는 삼국시대의 막바지 통일 격동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시기 신라지역을 중심으로 미륵신앙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신라 지역에서 유독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많이 조성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박사의 이 같은 주장도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할 뿐 학계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많았다.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삼국시대 불상연구의 제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의 경우, 천의(天衣)가 몸 뒤에서 U형으로 길게 늘어지게 표현된 점이나, 일월식보관의 형태 등을 주목하면 백제의 보살상과 일본 사비시대 보살상과 유사한 점들이 발견된다”며 “이런 점들로 미뤄보면 이 불상은 백제계 반가사유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보 83호 불상은 이 반가사유상과 유사한 상의 하반부가 경북 봉화에서 발견됐고, 이 반가사유상과 유사한 목조 불상이 일본 교토 호류사에 봉안돼 있는데 이 절의 창시자 진하승(秦河勝)이 신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유추하면 신라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우방 교수는 『금동일월식삼산관사유상』과『금동삼산관사유상』이라는 책을 통해 “국보 78호 불상은 고구려에서 제작한 것이며, 국보 83호 불상은 백제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태양과 달을 묘사하고 있는 보관의 화려함과 어깨에서 갑자기 넓어지고 끝이 뾰족해 지면서 탄력 있게 뻗어 올라간 천의를 두르고 있는 국보 78호 사유상은 역동적 영기(靈氣)를 표현한 고구려 미술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는 강서대묘의 사신도에서 표현된 무늬 양식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어 “78호에 비해 사실적이며 조형미가 뛰어난 83호 불상은 6∼7세기 불교미술의 꽃을 피웠던 백제 양식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보 반가사유상의 제작국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누구의 주장도 가설일 뿐 이를 확증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반가사유상에 대한 명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불상의 제작국 문제는 학계의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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