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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日 고마자와대 마츠모토 시로(松本史朗)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연기’토대로 대승의 비불교적 요소 철저히 비판

하카마야 교수와 ‘비판불교’체계화
미국-동아시아 불교학계에도 큰 영향


일본 불교학의 한 조류로써 ‘비판불교(批判佛敎)’라는 흐름이 있다. 이 비판불교라는 말을 거론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고마자와(駒澤) 대학의 마츠모토 시로(松本史朗) 교수이다.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마츠모토 교수가 비판불교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실제 비판불교란 말을 공식적으로 주창하여 비판불교의 길을 연 사람은 같은 대학의 하카마야 노리아키(袴谷憲昭) 교수이다. 하카마야 교수에 의해 주창된 비판불교의 내용을 엄밀하게 체계화시켜 다양한 불교학의 영역에서 비판불교의 이론을 적용하고 있는 사람이 마츠모토 교수이다. 마츠모토 교수는 한국에서도 번역된 바 있는 『연기와 공』(1989)이라는 책을 저술한 이후 본격적인 비판불교의 책을 펴냈다. 그 대표적인 저술로 『선사상의 비판적 연구』(1994), 『도원사상론』(2000), 『법연·친란 사상론』(2001), 『불교사상론 상』(2004) 등을 들 수 있다.

올바른 불교, 진실된 불교정신을 추구하는 비판불교는 연기(緣起)를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 연기의 정신에 위배되는 불교를 비불교(非佛敎)적인 것으로 간주해 철저한 비판을 가한다. 연기설에 의거해 올바른 불교를 추구하는 비판불교는 1989년 하카마야 교수의 『본각사상비판』이 저술됨으로써 그 서막이 열렸다. 그리고 1994년 마츠모토 교수의 『선사상의 비판적 연구』를 통해 비판불교의 비판이 본격화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불교학계에 자극을 주는 중요한 불교학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950년 출생으로 비판불교의 예봉을 휘두르는 마츠모토 교수가 비판불교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게 된 몇 가지 계기를 고찰해 본다.

먼저 마츠모토 교수가 비판불교에 관심을 가진 근본배경으로 그의 학문적 입장을 들 수 있다. 곧 비판정신과 관계가 깊은 중관학(中觀學)의 전공자인 마츠모토 교수는 젊은 날 티베트 불교의 중관학에 학문적 정열을 바쳤다. 그는 티베트어는 물론 산스크리트 어학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인도와 티베트의 중관학을 새롭게 연구 개척하여 일본 불교학계에 학문적 기여를 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티베트의 대사상가인 쫑카파에 관한 연구에 대하여는 일본의 원로학자 가지야마 유이치(梶山雄一) 교수가 ‘천재’라고 칭했을 정도로 마츠모토 교수의 학문적 성과는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티베트 불교학에 대한 성과는 『티베트 불교철학』(1997)으로 공간되었다.

그리고 중관학과 관련해 일찍이 티베트에서 거행된 인도불교와 중국불교의 논쟁인 소위 ‘삼예의 종론(宗論)’에 대한 논의는 마츠모토 교수에게 중국불교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또한 중국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일본의 불교전통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마츠모토 교수의 『선사상의 비판적 연구』가 ‘삼예의 종론’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에서도 이 ‘삼예의 종론’은 비판불교의 방향을 놓는 기본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비판불교의 기치를 올린 직접적인 계기는 불교의 종교성과 사회성에 대한 반성이라 할 수 있다. 마츠모토 교수가 소속된 일본 조동종(曹洞宗) 종단에 있어 1980년대 초 소위 사회적인 차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문제시 된 바 있었다. 당시 마츠모토 교수도 이러한 불교와 관련된 사회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또한 대사회적으로 뚜렷하게 불교적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분명한 불교적 입장에 대한 요구는 마츠모토 교수가 학문을 단순히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뚜렷한 주관적 입장에서 분명한 자기주장을 가지고 전개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비판불교의 근본적 자세로 나타나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비불교적인 것에 대해 철저한 비판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마츠모토 교수에 의해 비판불교는 널리 명망(名望)을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 고려대장경 연구소의 주최로 비판불교에 관한 세미나가 거행돼 많은 반향과 함께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후 『비판불교의 파라독스』(2000)라는 책으로 엮어져 비판불교의 공과(功過)가 무엇인가를 알려주었다.

이 비판불교에 대하여는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비판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비판불교는 올바른 불교란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그렇지 못한 불교를 비불교로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불교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불교의 전통과 학문적 풍토상 생소하고 오히려 비불교적으로 보여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판불교는 불교전통을 되돌아보고 불교의 근본정신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태승(위덕대 교수)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1950년 태어난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하라카마 노리야끼 교수와 함께 일본학계에서 비판불교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1973년 고마자와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한 마츠모토 교수는 1976년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1989년부터 고마자와 대학에서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후 1995년 고마자와 대학에서 「선사상의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저서로는 『연기와 공』(1989)을 비롯해 『선사상의 비판적 연구』(1994), 『도원사상론』(2000), 『법연·친란 사상론』(2001), 『불교사상론 상』(2004) 등이 있다.



e-mail 인터뷰

“자기부정 있어야 불교 정체성 유지”

△비판불교가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무엇인가.

비판불교의 근본목적은 올바른 불교란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분명히 하는 것이다. 비판불교는 역사상 불교라고 설해진 가르침이나 오늘날 불교라 이름하는 가르침을 모두 석존 불타가 설한 가르침으로서 올바른 불교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만약 모두를 불교로 간주한다면 일찍이 일본의 옴진리교나 현재 여러 곳에서 유행하는 갖가지 괴이한 가르침도 모두 불교가 되어 버릴 것이다. 또한 역사상 오랜 기간에 걸쳐 불교로 간주된 갖가지 종파나 경전의 가르침도 모두 올바른 불교라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몇몇 대승경전에서는 불교가 본래 부정한 힌두교의 아트만론과 동일한 사고방식이 설해져 있는데 이것을 올바른 불교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불교라고 설해진 갖가지 가르침에 대해 비판적 관점으로부터 고찰하여 올바른 불교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불교의 추구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불교 혹은 불교현상이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 존재한다면 어떤 것인가.

비판불교에서는 석존이 설한 연기를 불교의 핵심, 올바른 불교라고 간주한다. 여기에서 연기란 중국의 화엄사상과 같은 상호의존적, 공간적인 연기가 아니라 원시불교의 십이지연기에서 설해지는 시간적 인과관계를 설하는 연기를 불교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후에 대승불교에 이르면 불교는 힌두교로부터 영향을 받아 힌두교의 유(有)의 입장 곧 아트만론에 가까워진다. 비판불교에서는 대승불교의 여래장사상과 유식사상이 모두 만물의 근저에 영원히 실재하는 단일의 기체가 있다고 하는 기체설(基體說)로서 힌두교의 아트만론과 구조가 일치하는 유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대승불교에는 유의 입장과 대립하는 중관사상이라 불리는 공사상(空思想)이 있다. 공사상은 일체법은 공이며, 실재하지 않는다고 설하는 것으로 원시불교의 연기설을 계승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 들어온 공사상은 삼론교학에서 보듯 노장사상과 여래장사상이 융합되어 있어 인도 중관사상의 올바른 계승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인도의 중관사상과 그것을 계승한 티베트 불교의 중관사상, 특히 쫑카파의 중관사상 등이 올바른 불교의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공사상도 연기와 관계하여 의미를 갖기 때문에 쫑카파의 사상을 모두 올바른 불교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비판불교에 대한 저술이 발표된 이후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비판불교에 대한 견해를 밝힌 이후 스스로 비판불교에 대해 기존의 견해와 달라진 점이나 수정되어진 점이 있는가.

비판불교에 대한 반향은 해외에서는 미국에서 처음 일어났으며, 현재는 동양에서도 그 반향이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4년 11월에 북경 인민대학에서 본각사상을 테마로 중일(中日) 불교학자 학회가 거행되어 참가하였는데 그곳에서도 비판불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비판불교의 정신을 함께 전개시킨 하카마야 씨에 대해 1990년대 이후 나는 그의 논설을 여러 방면에서 비판하였다. 그것은 하카마야 씨의 논설이 내 입장에서 보면 논리적인 정확성과 자기 비판적인 요소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카마야 씨는 불교는 ‘성불(成佛)의 가르침’이 아니라 ‘왕생(往生)의 가르침’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이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논증하였다. 그렇지만 하카마야 씨의 불교 이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판불교의 근본입장과 일치하고 있다.


△향후 불교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 불교학과 각 종단의 고유한 종학(宗學)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불교학도 종학도 지금까지의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도원사상론』에서 어떠한 인물이나 교전, 교리, 수행의식 등을 절대시 또는 신비화하는 일 없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해가며 종문(宗門)의 올바른 교의를 탐구하는 ‘비판종학(批判宗學)을 제창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가져야 할 것으로, 이것이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불교학·종학에 관한 나의 기본적 이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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