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해동화엄 초조는 누구인가
46 해동화엄 초조는 누구인가
  • 법보신문
  • 승인 2006.03.14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업 스님 “한국 최초 화엄사상가는 자장” 주장
해주 스님 “한국 화엄 교학체계 구축, 의상” 반박


중국의 화엄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해 한국 화엄의 전통을 수립한 해동 화엄의 초조(初祖)는 누구일까.

그 동안 학계에서 ‘해동화엄의 초조는 의상’이라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는 신라 최치원이 찬한 ‘해동화엄조초기신원문’과 찬영의 ‘송고승전’에 해동화엄의 초조는 의상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라시대 이후 화엄의 주류를 형성했던 것은 의상 스님이 분명하지만 화엄을 처음 국내에 들여와 설했던 사람은 자장 스님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즉 해동화엄의 초조는 의상 스님이 아닌 자장 스님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동국대 김영태 교수는「법시」(1971년5월)에 기고한 ‘화엄사상가로서의 자장 법사’라는 글을 통해 “신라 자장은 화엄불국토를 이 땅에 세우려고 노력했던 위대한 화엄사상가였음에도 율사로서만 알려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자장 스님은 당나라 유학시절 그 어떤 기록에도 계율에 대해 배웠다거나 실천을 쌓았다는 내용이 없으며 다만 화엄의 근본도량이며 문수보살의 주석처인 오대산에서 『화엄경』의 핵심 골자를 뽑아 놓은 사구게(四句偈)의 법을 전수받았고, 이후 화엄 사상에 대해 심혈을 기우렸다는 것이다.

또 국내로 돌아온 자장 스님은 강원도 오대산을 창건함과 동시에 화엄 신앙을 통해 신라의 불국토를 이룩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자장 스님을 율사로 국한한다든지, 계율종의 초조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그는 위대한 화엄사상가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1994년 통도사에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도업 스님은 「한국화엄의 초조고-자장법사의 화엄사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자장 스님은 한국불교사에 있어 최초로 『화엄경』을 이해했던 화엄사상가였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를 한국 화엄의 초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업 스님은 “종래 자장 스님의 진면목을 율사로 두어 왔으나, 이는 기존 자료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자장 스님이 ‘하루 동안 계율을 지키다가 죽을지언정 일백년 동안 계율을 어기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에서 자장을 율사로 지칭해 왔지만, 여기서 자장 스님의 결심은 계율을 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관직에 나가 백년을 사느니 하루라도 출가의 생활을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삼국유사』의 「자장정율(慈藏定律)」에서 ‘정율(定律)’을 계율을 제정했다는 뜻으로만 보고 있지만 여기서의 정율은 당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승단과 국가 정비를 위해 자장 스님이 계율, 승가율(僧伽律), 의관율(衣冠律), 연호율(年號律) 등을 모두 제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도업 스님은 이와 함께 “△중국에 오대산계와 종남산계의 2대 화엄 계파가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도 자장계와 의상계의 화엄이 있었던 점, △자장 스님은 귀국 후 강원도 오대산을 문수보살의 상주도량으로 만들고 죽을 때까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신앙 속에 살았던 점, △‘화엄만게(華嚴万偈)’를 강의한 사실” 등을 이유로 “의상 스님보다 25년 앞서 입당, 귀국한 자장 스님이 한국화엄의 초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날 논평자로 나선 동국대 교수 해주 스님은 “초조란 종파의 성립을 전제로 한 것이며, 한 종파의 교학체계에 영향을 미친 분이어야 한다”며 “자장 법사를 초조로 보기 위해서는 자장 스님의 화엄 사상이 그동안 화엄종을 일구고 전승해 온 화엄교학과 계통을 같이하는지를 먼저 고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스님은 또 “고려에 이르러 비로소 하나의 종파로 성장한 화엄종의 대표적인 승려들은 모두 의상 스님계의 화엄 교학 전통을 이어왔던 분”이라며 “현존하는 기록에서 당시 의상과 자장이 서로 교류했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으므로 화엄종의 초조는 당연히 의상”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