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너머 병산서원에서 머슴뒷간을 보았습니다. 사릿대로 둥그렇게 얽어 놓고 안에는 땅을 파서 나무판 두 장을 걸쳐놓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야외용 변소. 까치집 같은, 최소한의 정겨운 건축. 저녁에 뒤가 마려워지자, 저는 굳이 이 머슴뒷간을 찾았습니다. 아직 바람이 서늘한 이른 봄밤에 엉덩이를 내놓고 야외에 앉으니, 사실 불편함이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앉으니 겉에서 보던 것보다는 그런대로 아늑했고, 특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쏟아지는 시골 하늘의 별들, 그 특별 보너스. 편리한 생활을 하는 만큼 반대로 신비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네 삶, 그 지나침을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