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조·태 분규 정화인가, 법난인가 끝
50 조·태 분규 정화인가, 법난인가 끝
  • 법보신문
  • 승인 2006.04.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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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혁 등 “정권 업은 비구들 교권 쟁탈”
김광식 등 “日 잔재 청산-승단청정 계승”


20세기 한국불교사에서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이른바 ‘비구·대처승간의 분규’.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비롯된 이 분규는 기존 교단 집행부였던 ‘대처측’과 불교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에 맞섰던 ‘비구측’간의 치열한 투쟁으로 17여 년 간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사찰 내에서 폭력배들간의 잔인한 폭력이 발생하는가 하면 불교내부의 문제가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면서 한국불교의 위상에 커다란 손실을 입혔다. 결국 1970년 대처측이 세운 태고종이 새로운 종단으로 등록되면서 오랫동안 지속돼 온 ‘비구·대처승간의 분규’는 마침내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 분규를 두고 승자인 조계종은 ‘정화(淨化)’로, 패자인 태고종은 ‘법난(法亂)’으로 역사적 평가를 달리하면서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비구·대처승간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에 대해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렇다 할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부학자들을 중심으로 ‘정화’ 또는 ‘법난’에 대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룬 논문이 발표되면서 조·태 분규가 학술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 분규를 ‘법난’의 시각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정태혁 교수였다. 정 교수는 좥불교정화가 교단형성에 끼친 영향좦(1980,『법륜』)에서 “1950년대 이후 진행된 불교분쟁은 불교의 역사적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일부 수행승이 정화라는 미명하에, 불교의 분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한 이승만 정권의 유시를 계기로, 이에 부화하여 감행한 교권 쟁탈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애당초 불교정화가 시작된 것이 불교도 스스로의 요구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권을 업고서 수행됐다는 점, △종교문제를 법에 호소하고 깡패를 동원하거나 힘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정화가 진행됐다는 점만으로도 불교 정화는 커다란 문제점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 교수는 “기독교 신자였던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해방 이후 불어 닥친 서구의 문화적, 종교적 침략에 편승, 한국 최대 종교인 동시에 반대세력인 불교조직을 약화시키고자 의도적으로 저지른 법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기획과장 박희승 씨는 좥불교정화운동 연구좦(2000년, 『불교평론』 3호)에서 “정화운동은 일제강점기 왜색화 된 불교의 개혁과 한국전통 청정비구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용성 스님 등이 진행해 왔던 불교정화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며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 이전부터 정화운동이 진행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권을 등에 업고 진행했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천대 김광식 교수도 『근현대불교의 재조명』에서 “비록 한국불교계에 각종 문제점과 후유증을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불교정화는 식민지 불교의 잔재를 청산하고 한국불교 전통 계승을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조계종은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2001년 발간한 『조계종사-근현대편』을 통해 “정화운동은 우연히 일어난 운동이 아니며,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가 정화운동 시작의 전부는 아니었다”며 “정화운동의 역사적 배경은 일제하에서부터 한국불교의 전통을 수립해 민족불교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흔적과 고뇌”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고종은 최근 발간한 『태고종사』를 통해 “설령 조선 승려 중에 일본 승려를 흉내 내고 타락한 경우가 없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일제 40년 동안 민족불교가 타락하고 말살됐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라며 “이는 일본불교 잔재 청산을 내세워 종권을 탈취하려는 비구승들의 궤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비구·대처승간의 분규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평가하기보다는 지극히 감정적인 대응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훗날 정화 또는 법난에 대한 올바른 역사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 우선 객관적인 사료를 취합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증언을 정리하는 등의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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