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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구산 스님의 대만 혜일강당 법어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크게 깨달아 인천의 스승이 되라

여기에 한 물건이 있어서 천 겁을 지나더라도 오랜 세월이 아니고 만세에 걸쳐서 언제나 지금이며 소소영영하여 모든 이름과 모양에 즉(卽)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진리는 불변하고 묘법은 절대이며 능히 만물을 변화시키되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으며 언제나 스스로 여여하여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중략-

우주와 자신이 털끝만큼도 다름이 없으니 남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이 없기 때문에 나도 또한 있지 않은 것이니 이를 무아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좬금강경좭에 이르시되, ‘만일 어느 사람이 항하사 세계에 가득히 칠보로 보시하고, 다시 어떤 사람이 있어 일체법에 내가 없는 줄을 알아 인욕바라밀을 성취하게 되면 이 사람의 공덕은 앞의 보살이 지은 공덕보다 더 수승하다’고 하였으니, 이것을 말한 것이다.

만일 소아에 집착한 사람이 있어 육척도 못되는 몸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비록 억만금이 있다 하더라도 곤궁함을 면하지 못하게 되니, 왜 그런가. 그것은 이 세상에 비유하면 황소의 몸에 난 털 하나에 불과할 따름이니 비록 만인 가운데 있더라도 자기는 오직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모두가 남이니 고독함을 면하지 못하리라.

여러분은 말해보라. 대아에 살고 있는가, 소아에 머물고 있는가. 다시 묻노니 저 끝없는 허공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함용하고 있으니, 이는 저 허공이 자기의 마음에서 이탈해 있겠는가, 자기의 마음에 있겠는가. 만일 자기의 마음에 있다면 좋고 궂은 모든 경계를 능히 포용하여 저 허공처럼 용심하고 있는가. 만약 이와 같다면 참으로 이는 격식을 벗어난 사람이며 바른 깨달음을 합당하게 이룬 것이니 이것이 믿어지는가.

또 묻노니, 저 하늘의 해와 달이 밝은 것이 좋은가 어두운 것이 좋은가. 모두가 밝은 것을 좋아할 것이니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유정과 무정이 모두 다 같이 좋아할 것이다. 해와 달이 사물을 비출때에 산은 높고 물은 깊으며 꽃은 아름답고 똥은 더럽다하여 그 비추는 것을 차별하겠는가. 깨끗하고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절대 평등하게 비추는 것이다. 마음은 일월과 같아서 어두운 곳을 비춰주며, 자비심을 일으켜서 유정들을 널리 이익케 하니 또한 화신이라 말한다.

법신, 보신, 화신의 삼신불이 먼 곳에 있지 않고 단지 한 조각 원만한 마음에 있으니 어찌 멀리서 찾으리오. 다만 스스로 하지 않았을 뿐이요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조사의 공안을 결택하여 간절하게 참구해서 활연히 크게 깨달아 인천의 스승이 되기를 지극히 부탁드릴 뿐이다.

푸른 하늘 장막 치고 대지로 자리하니/ 해와 달이 두 눈 되고 바다로써 잔을 삼네/ 항하사 대천세계 아무 걸림 없으니/ 일인의 맑은 광명 인천을 비추도다.

구산 스님은
구산 스님(1910∼1983)은 효봉 스님을 은사로 수행했으며 47년 가야산에서 토굴을 짓고 안거하던 중 견처가 생긴 후 대중의 요청으로 법상에 올랐다.
54년 교단정화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님은 69년 조계총림 초대방장에 추대되었으며, 72년 겨울 운허화상과 함께 북미 카멜 삼보사 개원식에 참석차 도미, 미주를 두루 순방하고 이때부터 미주, 유럽, 대만 등에서 설법하며 왕성하게 해외포교 활동을 펼쳤다.
83년 12월 16일 송광사 삼일암에서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탈입망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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