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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日 고마자와대 요시즈 요시히데(吉津宜英)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화엄선 개념 정립한 화엄교학의 대가

요시즈 요시히데 선생은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화엄 교학의 대가인 동시에, 독자적인 관점으로 불교를 파악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 범위가 워낙 방대해 모두를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여기서는 주요 저작인 『화엄선(華嚴禪)의 사상사적 연구』(1985년)와 학위논문 「화엄일승사상(華嚴一乘思想)의 연구」(1991년)를 중심으로 선생의 업적을 소개하기로 한다.

수당대(隋唐代)에 형성된 중국 화엄교학은 전통적으로 두순(杜順), 지엄(智儼), 법장(法藏), 징관(澄觀), 종밀(宗密) 등 다섯 명(전통5조)을 중심으로 그 성립과 전개가 논해진다. 실제로는 법장과 징관의 사이에 혜원(慧苑)이 있고, 또 법장보다 조금 후대에 이통현(李通玄)이 나온다. 화엄교학사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신념과 시대 상황 속에서 교학을 형성해 나갔지만, 기존의 학자들은 그들의 차이보다는 ‘화엄종’이라는 하나의 틀로 공통점을 찾아왔고, 그 중심에 법장을 설정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전통적인 견해를 부정하고, 개개인의 교학의 특징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명확하게 논해서 화엄교학연구사의 새 장을 연 선구자가 바로 요시즈 선생이다.

선생의 『화엄선의 사상사적 연구』는  지엄, 법장, 징관, 종밀과 함께 신라의 의상, 이통현, 혜원이라는 화엄교학자를 포함하는 교판론(敎判論)을 정리했다. 이 책은 성불론(成佛論)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최종적으로는 종밀의 본래성불론(本來成佛論)의 형성과 문제점을 고찰한 것이다. 또 징관과 종밀의 선 사상에 주목해 달마선종(達摩禪宗)의 성립도 검토했다.

본서의 특징은 다섯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제목으로도 쓰인 ‘화엄선’이라는 용어의 제창이다. 이것은 요시즈 선생이 만든 용어로, 종밀의 불교를 가리킨다. 종래 연구에서 종밀교학의 특징을 교학과 선을 일치시킨 ‘교선일치(敎禪一致)’라는 말로 파악해 왔지만, 선생은 교와 선을 일치시킨 사상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일치시키는 사상 그 자체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화엄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창했다.

둘째, ‘화엄선’의 내용은 ‘본래성불’이며, 그것은 화엄의 성기(性起)의 선적 전환임을 밝혔다.

셋째 종밀 이전의 화엄 교학의 전개에 대해서 하나의 사상의 계승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차이에 초점을 맞혀 고찰한 것이다. 이것은 「화엄일승사상의 연구」에서 대성되지만, 이것은 법장의 교학을 중심으로 화엄교학을 파악해 온 전통설과는 다른 태도이며, 사상가 개인의 독자적인 사상을 보다 상세하게 밝힌 것이 특징이다.

넷째 화엄교학의 전개 역사 중에서 달마선종(達摩禪宗)을 평가한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가 되는 것은 교(敎)와 종(宗)의 관계이다. 교는 불타가 말한 가르침이며, 그에 대해 종은 자기 자신의 주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달마선종은 교보다 종을 중시한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방법론이다. 선생은 제목에 있는 ‘사상사’ 즉 사상을 역사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에 대해 독자적인 정의를 내린다. 즉 역사를 생각할 때, 역사학은 일반적으로 고대·중세·근세·근대라는 시대구분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쓰지 않고 불교에서 쓰여지는 과거·현재·미래의 3분법(이것을 3세론이라고 한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역사학의 구분은 과거의 분석에는 힘을 발휘하지만,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에 말을 거는 근거가 되지 않아서, 불교를 파악할 경우에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불교의 사상성은 현세 이익과 함께 미래의 유통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요시즈 선생의 설명이다.

이 배경에는 현재의 일본의 불교계에의 대한 우려가 있다. 즉 현재의 일본 불교는 객관을 취지로 하는 불교학, 현세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교화학, 그리고 전통을 자랑하는 종학(宗學) 등 세 가지의 학문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통합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선생은 그 상황을 우려해, 연대를 모색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의 학문과 3세를 배당하면, 불교학은 과거세, 종학은 현재세, 교화학은 미래세에 대배할 수 있다. 3세의 자기의 장소에 삼자를 포섭해 나가지 않으면 불교자의 책임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요시즈 선생의 이같은 연구는 연구대상을 새로운 시점으로부터 다시 파악하는 유연한 안목을 가지면서, 동시에 불교를 객관화한 연구대상만으로는 파악하지 않고 불교자라는 주체와의 관계로 파악하려고 하는데 특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관점이 한층 더 철저해진 것이 1991년에 간행된 학위 논문 「화엄일승사상의 연구」다. 본서는 법장을 중심적으로 분석해서 그 별교일승(別敎一乘)이라는 사상의 특이성을 밝혔다. 이 논문의 의의는 다섯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법장을 연구의 중심에 두었다는 것이다. 종래의 연구사 중에서 법장을 중심으로 취급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둘째 법장을 파악하는 시점이다. 전통 교학에서는 “모든 화엄교리는 법장이 대성하고, 법장의 교학이 정통”이라고 간주해 왔다. 그에 대해 요시즈 선생은 “모든 화엄 교리는 법장이 대성한 것이 아니고 그 학파에 속하는 개개의 사람들의 책임에서 하나 하나의 교리가 형성되었으므로, 법장만을 정통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정통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 모두가 서로 이단자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해서, 법장을 파악하는 시점을 역전시켜, 전통적인 화엄 교학에 있어서의 법장중심주의에 항의했다. 그리고 법장의 교학이 화엄 사상가 중에서도 특이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셋째 해석의 포인트를 일승사상에 둔 것이다. 즉 법장 교학의 키워드는 별교일승에 있고, 특히 이 법장의 별교일승의 형성과 전개를 ‘화엄일승사상’이라고 인정해서, 그 사상사적 의미를 논급했다. 일승사상을 고찰하는 데에 있어서 요시즈 선생은 독자적인 시점을 설정했다. 그것은 ‘자등명일승론(自燈明一乘論)’의 제창이다. 석가모니는 자등명과 법등명의 두 개의 의지처를 소중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선생은 『법화경』의 일승을 자등명일승으로서 파악한다. 그것은 불타가 교화의 자세로서 일승의 입장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넷째 자등명일승으로 규정한 「법화경」의 일승을 기준으로 해서 혜원(慧遠), 지기, 길장 (吉藏), 기(基), 원측(圓測), 법보(法寶), 원효(元曉), 혜원(慧苑), 이통현, 징관, 종밀, 균여의 일승도리를 분석하여, 일승사상 중에서의 위치설정을 한 것이다. 이것은 화엄뿐만 아니라, 지론, 천태, 삼론, 법상, 열반 등의 여러 종파 속에는 포함시키기가 어려운 원효를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이러한 종파 횡단적인 비교작업은 이전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관점이며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다섯째 법장 교학의 수용과 전개라는 시점으로부터, 신라에서 성립한 ‘원효-법장 융합형태’라는 사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것은 여러 『대승기신론』의 주석을 비교해, 그 중에 신라의 주석 안에는 원효의 주석을 기반으로서 해서 법장의 교학을 융합시켜가는 사상이 포함돼 있음을 밝혔다. 이를 선생은 ‘원효-법장 융합형태’로 명명했다. 나아가 이 사상이 일본 불교에 영향을 미친 것도 지적했다. 이것은 동아시아 불교 중에서의 중국·한국·일본의 관계와 각각의 특색을 고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지적이다.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던 것은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요시즈 선생 특유의 독자적인 시점이 크게 활용된 것 같다. 즉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구분은 선생의 관점에서 불교를 정리하는 방법인 것과 동시에, 선생 자신의 불교관이기도 하다. 선생은 불교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자등명 법등명 이외에도 자기 규정의 문제로서 연륜형(年輪型)과 연근형(蓮根型), ‘야사시이’(일본말로 ‘다정한’, ‘쉬운’ 등을 의미하는 형용사) 불교 등 여러가지 이론을 제창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 연구의 관점이 선생의 업적 근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사토아츠시(일본 동양대 강사)


요시즈 선생은
1943년 히로시마(廣島)현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조동종(曹洞宗) 사찰 쇼린지(松林寺) 주지였다. 1966년 고마자와대학(駒澤大學) 불교학부 선학과 졸업, 1971년 고마자와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현재 고마자와대학 불교학부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는 『구사론색인』(공편, 1973년∼1978년), 『화엄선의 사상사적 연구』(대동출판사, 1985년), 『〈연(緣)〉의 사회학』(도쿄미술, 1987년), 「화엄일승사상의 연구」(대동출판사, 1991년), 『〈야사시사〉의 불교』(춘추사, 1998년), 『수증의(修證義)에 의한 불교입문』 (대장출판, 1999년), 『반야심경-중도와 기원』(조동종 종무청, 2004년) 등이 있다.


한국불교는 연구와 수행
양자의 밸런스 갖춘 종교

e-mail 인터뷰

▶선생님이 현재 생각하는 불교는 무엇입니까.

- 나는 불교를 ‘대화의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이 다 타(他)라고 하면 그 사이에서 대화를 하는 관계가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을 자등명, 법등명의 관계로 설명했습니다.

자등명이란 나 자신, 그리고 법등명이란 자신 이외의 모든 것으로, 거기에는 불교도 있고 크리스트교나 이슬람교도 들어갑니다. 또 나 이외의 모든 타인도 들어와, 인간뿐만이 아니라 산천초목(山川草木)이라는 자연까지 거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나(자등명)는 타(법등명)와 대치적으로 교류를 가집니다. 대치적이라는 것이 대화라는 의미입니다.

그 중에서 ‘나’ 즉 자등명은 법등명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귀의한다는 관계로는 보지 않습니다. 나는 법등명으로부터 끊임없이 여러가지 것을 배우면서, 동시에 자등명을 소중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 자등명, 법등명은 환언하면 ‘종’과 ‘교’라는 관계로도 됩니다. ‘종’이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자신의 간판에 상당합니다. 그에 대해 ‘교’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입니다.

나는 이 양자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탄생한 선이라는 사상은 올바르게 종을, 즉 자기의 주장을 소중히 해나간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하면 일본의 불교는 흔히 종파불교라고 말해 종이 전면에 나옵니다만, 여기에서는 개인의 주장을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불교의 역사 중에서의 종이란 처음부터 ‘집단’을 의미하고, 개인은 그 집단의 하위에 자리매김됩니다.

이와 같이 나는 종과 교, 즉 자신과 자신 이외의 것과의 대치라는 관계 속에서 불교를 생각합니다. 즉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중요시해, 그 중에 자각(自覺), 각타(覺他)를 하는 것입니다. 원래 붓다의 설법은 그것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한국의 불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종과 교의 골조로 설명하면, 한국불교는 양자의 밸런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연구와 수행과의 균형이 맞고 있는 것부터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학문과 수행의 대화성·대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이 한국에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하면 일본불교는 양자가 분열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근대 이후 불교학은 진전했습니다만, 수행·실천과 어떻게 관계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불명확합니다. 그러한 실천성·사회성이 결핍된 것이 일본불교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비교하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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