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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내가 꿈꾸던 시킴

기자명 법보신문

다시 세운 설산 왕국엔 권력 암투만 가득

콘크리트 빌딩에 묻힌 카르마파의 사원
구도원력 사라지고 황금 스투파만 남아

<사진설명>룸텍 사원의 전경. 룸텍 사원에는 한동안 17대 카르마파를 둘러싼 카규파 내부의 혼란을 통제하고자 군사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인도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품고 있던 나는 마침내 2003년 인도의 몇 지역을 여행하고자 짐을 꾸렸다. 인도에 도착한 나는 이번 여행의 긴 여정을 델리와 뭄바이에 이어 오래 전 포르투갈 인들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인 디우(Diu)로 향하면서 시작했다. 디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기르(Gir) 국립공원은 아시아의 유일한 사자 서식지라는 이야기에 그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자들과의 대면을 마친 후, 포르투갈인들의 또 다른 지배지였던 고아(Goa)와 그 주변의 고산 지대들을 두루 둘러보았다. 고아에서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마침내 캘커타에 도착했다. 무질서로 가득한 도시 캘커타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혼돈과 대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탄 비행기가 시킴(Sikkim)의 수도 강톡(Gangtok)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그도그라(Bagdogra)로 출발하고 나서야 나는 큰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시킴은 그 목적이 산악 등반이건 아니면 종교적 순례이건 간에 언제나 여행자의 마음에 동경을 불러일으켜온 곳이다. 무려 해발 8586미터 높이의 드높은 칸첸중가(Kanchenjunga)는 “위대한 설원(雪原)의 다섯 보물”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을 찾은 최초의 인간은 등산가였다. 두 번째로 이곳을 찾은 사람은 단순한 산악 등반이 아니라 이곳에 자리잡은 불교 사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불교 사원은 티베트 불교의 카규파(Kargyupa) 종파에서 최고의 영적 지위라고 간주되고 있는 카르마파(Karmapa)의 전통적 주요 사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킴의 수도인 ‘강톡’은 ‘높은 언덕’을 의미한다고 한다. 해발 1547미터 높이에 위치한 이 곳 강톡에서는 라미풀(Ramipul) 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강톡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이곳을 에워싸고 있는 웅장한 칸첸중가 산맥 덕분에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도시 그 자체는 예전에 분명히 아름다웠으리라 짐작되지만 이제는 하루하루 마치 버섯처럼 퍼져나가는 콘크리트 빌딩 건축 붐 때문에 예전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만듯했다. 문득 영국의 한 작가가 말한 “신은 자연이 아름다운 시골을 만들고 인간은 그저 마을을 만들었다”라는 구절을 떠올려본다. 내가 머무는 호텔의 작은 창문 너머로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언덕 위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마치 현재 하루가 다르게 번영하는 인도의 수많은 다른 마을들과 비슷하게 보인다. 내가 꿈꿔온 마지막 남은 히말라야 왕국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강톡을 방문하고 커다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시킴을 방문한 나의 가장 큰 목적은 룸텍(Rumtek) 사원과 그 곳의 달마 차크라 센터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강톡에서 24킬로미터 떨어져있는 룸텍 사원으로 향했다. 보통 유명한 사원을 방문할 때면 으레 부딪히게 되는 단체 관광객들을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내가 머물 샴발라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가 그날의 유일한 투숙객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원에 도착했을 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을 보았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여권을 그들의 손에 맡기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가 태풍의 눈 안에 들어와 있음을 발견하고 말았다. 룸텍 사원은 그 당시 카르마파 논쟁에 휩싸여 있었는데 이는 라이벌 관계를 지닌 두 조직체가 서로 다른 후보들을 17대 카르마파로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원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싸움을 미연에 막고자 군사들이 이곳에 와서 사원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룸텍 사원은 원래 제 9대 카르마파 왕축 도르제(Wangchuk Dorje)에 의해 1740년에 세워졌으며 1959년 제 16대 카르마파가 중국의 티베트 점령을 피해 이곳 시킴에 도착했을 때 다시 재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 16대 카르마파가 이 사원에 도착했을 때 사실 사원은 거의 폐허상태에 처해 있었지만 그는 사원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대신 이 사원을 다시 되살리기로 결정 내렸다고 한다. 그는 이 사원과 사원 주변의 환경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많은 매력을 지녔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평화로이 흐르는 시냇물, 사원 뒤로 당당히 솟아있는 산들, 그리고 마치 하얀 모자를 쓴 듯 눈으로 쌓여있는 산의 정상, 그리고 사원 저 아래로 흐르는 강물… 이 모두가 이 룸텍 사원을 더더욱 소중한 곳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재건에 들어간 지 4년이 지난 후 사원에는 카르마파의 티베트 주요 거주지였던 쭐푸(Tsurphu)로부터 가져온 불교 유물들이 장식되었다.

<사진설명>달마 차크라 의식을 위해 법당으로 들어가고 있는 룸텍 사원의 스님들.

사원 중앙으로 걸어가던 나의 눈에 마침내 푸르른 숲에 둘러싸인 룸텍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룸텍 사원은 시킴 주(州)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이라고 한다. 사원 건물 옆으로는 스님들께서 거주하시는 건물이 넓은 정원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정원에서는 티베트 불교력(佛敎歷)에 근거하여 중요한 날로 간주되는 날에는 라마승들에 의한 춤 공연이 벌어진다. 4층 건물로 이루어진 사원의 꼭대기 지붕에는 금으로 된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상서롭지 못한 기운에 대항한 승리를 상징하는 여섯 개의 금속으로 된 기(旗)가 동서남북 사방에 놓여져 있었다. 붉은 색 기둥에는 비단으로 된 깃발들과 오래된 탕카(괘불화掛佛畵 혹은 탱화)들이 걸려있었다. 사원의 가장 큰 법당의 양쪽으로 불교 경전 모음집이 놓여져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들이 산스크리트 어에서 티베트어로 번역되어 있었고 부처님의 가르침들에 대하여 고대 인도인들이 언급했던 말들이 모아져 있었다. 높이 3미터에 이르는 불상은 법당의 뒤에 놓여져 있었으며 그 양쪽으로는 그 시대 천 명의 부처들의 도래를 상기시켜주는 불상들이 서있었다. 또 불상 앞에는 카르마파의 보좌가 설치되어있었다. 새로이 세워진 법당 앞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스투파가 서있었는데 그 안에는 제 16대 카르마파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룸텍 사원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흉물스럽던 건물들로 가득한 강톡, 그리고 내가 머물렀던 우중충한 호텔, 무엇보다도 정문에 서있던 험악한 분위기의 군인들의 이미지를 머리 속으로부터 지워낼 수 있었다. 스투파를 돌며 기도 윤동(輪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구름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하늘이 맑게 개고 눈으로 뒤덮인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득 호머가 했던 말 한 구절이 떠올랐다. “순수한 공기가 그것을 감싸고 하얀 광채가 그것을 뒤덮는다. 그리고 이곳에선 신들이 그들의 영원한 삶만큼이나 오랫동안 지속될 행복을 맛본다”. 마침내 나는 시킴에서 내가 꿈꾸던 것을 찾아 낼 수 있었다.
 
국제칼럼니스트

SIKKIM OF MY DREAMS

In 2003, I decided to travel to some regions of India I had never visited. My long trip took me from Delhi to Mumbai and then on to the old Portuguese port of Diu. From there, I could not resist paying a short visit to the last remaining lions of Asia protected inside Gir National Park. Back to Mumbai, I proceeded to some of the hills around Goa (the Portuguese were haunting me!). After a long flight and a short overnight in Calcutta, I was off again to a cooler place. The Hindu deity Kali, goddess of destruction, presides over the fate of what a crazy leftist intellectual Dominique Lapierre, called the "the City of Joy".  In this anarchic city, stronghold of Indian communism, everything indeed evokes chaos and disorder. I was therefore quite relieved when my plane took off for Bagdogra, a mere five hour drive by long road to Gangtok, capital of Sikkim.
 Sikkim has always lured travelers, whether mountaineers or pilgrims. The first ones came to climb majestic Kanchenjunga (8586 meters), the Five Treasures of the Great Snow". The second ones were attracted by a special Buddhist monastery, traditional home of the Karmapa, spiritual head of the Kargyupa Sect of Tibetan Buddhism. Gangtok means "high hill". The capital of Sikkim is sitting at 1547 meters on a ridge overlooking the Ranipul River. The setting is quite spectacular with good views of the Kanchenjunga range. The town has however lost some of its earlier charms with the mushrooming of concrete buildings. I remembered what some English writer once said: "God made the country and man made the town". From my small hotel there was a view over the entire town. The hillside looked like one of those sprawling modern Indian hill towns. Where was the lost Himalayan wonderland of my dream? I was quite disappointed.
 The main purpose of my visit to Sikkim was to visit Rumtek monastery and its Dharma Chakra Centre. So the next day I set off for Rumtek, located only 24 kilometersfrom Gangtok. I was not disturbed at all by the usual hordes of tourists who visit the place. I happened to be the only occupant of the 34 cottage Shambala Resort. But you cannot imagine my surprise at the seeing armed soldiers guarding the entrance of the monastery. After leaving my passport with one of the guards, I entered the compound. I soon realized that I was right in the eye of a typhoon. Rumtek was currently at the centre of Karmapa controversy with a battle between two rival organizations, both supporting different candidates for the 17th Karmapa. The army was sent here to avoid a real fight over the control of the monastery.
Originally built by the 9thKarmapa, Wangchul Dorje in 1740, it was rebuilt in 1959 when the 16th Karmapa arrived in Sikkim, after fleeing the Chinese occupation of Tibet. The monastery was in ruins, but despite beingoffered another site, the Karmapa decide to restore the old buildings. To him, the site possessed many auspicious qualities and favorable attributes: flowing streams, mountains behinds, a snow-capped range in front and a river below. After four years of construction, the monastery was ready to receive the sacred items and relics brought from Tsurphu, the Karmapa’s seat in Tibet.
Rumtek monastery was finally in front of my eyes, resplendent in its vibrant colors. It is the largest monastery in Sikkim. The temple is surrounded by monks’ quarters that also enclose a spacious stone courtyard, the setting for ritual lama dances which commemorate significant dates in the Tibetan Buddhist calendar. Crowning the roof peak of the four storied temple is a golden sculpture. Six metal victory banners symbolizing victory over the negative forces of four directions complete the roof decoration. The spacious main hall was extremely impressive. Housed in the hall, on both sides of the main shrines, is a complete set of the religious texts: Buddha’s teachings translated from Sanskrit to Tibetan and a collection of Tibetan translation of early Indian comments on Buddha’s teachings. A three meter high statue of Shakyamuni Buddha sits at the back of the hall. On either side, one thousand small Buddha statues remind us of the arrival of a thousandBuddhas duringthis era. Standing at the center of a new shrine room is the Golden Stupa, a magnificent reliquary that contains the precious relics and holy remainsof the sixteenth karmapa.
I had by now forgotten the ugly buildings of Gangtok, the depressing hotel and even the aggressive soldiers at the entrance. The hum of Buddhist prayer wheels was resounding in my ears. By now, the clouds had been blown away and the sky had cleared over the snow capped mountains. The words of Homer came to my mind: "A pure air surrounds it, a white radiance envelopes it and here the Gods taste of a happiness that lasts as long as their eternal lives". I was finally back in the Sikkim of my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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